• 입력 2024.02.19 13:18

천혜 자연환경·가성비 갖춘 최적 지역
레이테섬, 때 묻지 않은 산호정원 유명

(그림제공=곽상희 강사)
(그림제공=곽상희 강사)

두번째 다이빙 사이트를 소개하기 위해 고심하다가 인기 해외 여행지이자 한국인이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기 위해 가장 많이 찾는 필리핀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세부 막탄은 전세계에서 한인 다이브센터가 가장 많은 곳이다. 

필리핀은 직항이 있는 마닐라, 세부, 보홀 등 주요 지역이 우리나라에서 4시간 정도의 비행 거리에 위치한 최적의 지리적 위치와 비교적 비싸지 않은 물가와 골프, 수상스포츠, 호핑 투어, 스쿠버다이빙 등 다양한 레저활동이 가능하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최고의 여행지이자 휴양지로 손꼽힌다. 보라카이, 팔라완 등 일부 섬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신혼여행 및 커플여행지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다. 

필리핀은 7,500여 개 이상의 섬으로 구성된 국가다. 필리핀 군도(群島, Philippine archipelago) 또는 필리핀 제도(Philippine islands)라고 부른다. 필리핀 군도의 주요 섬인 북부의 루손섬과 남동부의 민다나오섬, 그리고 남서부의 팔라완섬을 꼭지점으로 삼는 삼각형 형태로 분포됐다.

필리핀의 주요 섬들은 세 개의 집단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필리핀의 본 섬에 해당하는 루손섬, 주변의 민도로섬, 마린두케섬, 그리고 팔라완섬을 포함한다. 두 번째 집단은 중부의 비사야 제도(Visyan, Bisayas Islands)로 루손섬과 민다나오섬 사이의 파나이섬, 네그로스섬, 세부섬, 보홀섬, 레이테섬, 사마르섬, 마스바테섬 등으로 이뤄진다. 세 번째 집단은 남부의 민다나오섬과 그 일대이다.

어느 지역 가도 스쿠버다이빙 만끽

수많은 섬으로 이뤄진 나라이다 보니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곳 역시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지역만 20여 곳을 훌쩍 넘어선다.

보홀 섬에서 닿을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인 발리카삭의 로얄 가든 포인트.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보홀 섬에서 닿을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인 발리카삭의 로얄 가든 포인트.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하지만 크게 직항이 다니는 북부 마닐라 지역과 중부 세부 지역을 다이버들이 많이 찾게 된다. 보홀도 직항이 있고, 아름다운 수중환경으로 인해 인기가 높다.

눈여겨볼 사실은 세부, 보홀, 레이테 등 비사야 제도에 위치한 지역이 스쿠버다이빙으로 아주 유명하다는 점이다. 

마닐라의 경우 마닐라 공항에서 차량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수빅과 아닐라오 지역, 4시간 거리(차량으로 2시간 30분, 배로 1시간 등)에 위치한 사방비치 등이 스쿠버다이빙 명소이다. 

마닐라를 기점으로 필리핀 국내선으로 이동 가능한 팔라완 섬 지역도 자주 찾는 곳이다. 세부에서도 국내선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팔라완 섬의 대표적인 스쿠버다이빙 사이트는 팔라완 지역의 북쪽에 위치한 코론(Coron) 섬으로 세계 2차대전 당시 침몰한 난파선이 많아 난파선 다이빙으로 아주 유명하다. 현재 3~4곳의 한인 다이브센터가 운영 중이다. 

팔라완 본 섬에서도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역과 본 섬의 북부에 위치한 엘 니도도 스쿠버다이빙으로 주목을 끄는 곳이다.

특히 엘 니도는 서양인들이 주로 찾는다. 필리핀 내에서도 때 묻지 않은 지역으로 손꼽히지만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기 위해 찾는 한국인 다이버는 드물다. 이동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한인 다이브센터가 없었다는 점도 그 이유로 손꼽힌다. 지난해 엘 니도에 첫 한인 다이브센터가 문을 열면서 최근 엘 니도에 다이빙을 즐기러 가는 다이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 릴로안 지역의 수밀론 포인트. 잭피쉬 무리와 바라쿠다 무리의 군무를 볼 수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세부 릴로안 지역의 수밀론 포인트. 잭피쉬 무리와 바라쿠다 무리의 군무를 볼 수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세부 막탄, 한국인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취득 성지 

중부 비사야 제도를 대표하는 세부 섬은 직항으로 연결돼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동남아의 관광지이자 스쿠버 다이버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세부공항이 있는 막탄이 가장 대표적인 곳으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취득의 성지로도 손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태국 타이만의 작은 섬 꼬따오가 가장 많은 자격증을 발급하는 지역이고, 이집트의 다합이 그 뒤를 잇고 있지만, 우리나라로만 한정하면 세부 막탄이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가장 많이 발급하는 지역이다. 세부 막탄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인 다이브센터만 하더라도 구글 지도에 표시된 것만 40여개가 넘는다. 한 때 200여 개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워낙 많은 다이브센터가 있는데다 해안가 주변으로 많은 관광을 위한 대형 리조트가 밀집돼 막탄 근교의 수중환경은 많이 훼손된 상태다. 

세부를 스쿠버다이빙의 성지로 만든 다른 요소는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다른 다이브 사이트의 유명세 때문이다. 세부 막탄공항에서 3시간 정도의 거리에는 천혜의 수중환경을 갖춘 여러 다이빙 사이트가 위치하고 있다. 

전세계 다이버들이 환도상어를 보기 위해 세부 섬 북쪽 끝에 있는 작은 섬인 말라파스쿠아를 찾아간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전세계 다이버들이 환도상어를 보기 위해 세부 섬 북쪽 끝에 있는 작은 섬인 말라파스쿠아를 찾아간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세부 섬 북쪽 끝에서 30여분 떨어진 작은 섬인 말라파스쿠아는 ‘환도상어’를 보기 위해 전세계 다이버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세부섬 아래 남동쪽으로 쭈욱 이어진 릴로안과 두마게티 등도 손에 꼽히는 유명 다이브 사이트다.

세부의 중부 서쪽에 위치한 모알보알도 다이버들이 자주 찾는 지역이다. 세부에서 약 1시간 30분 여 떨어진 보홀도 스쿠버다이빙으로는 최고의 사이트로 평가받는다. 보홀 섬의 돌호(Doljo) 포인트 등도 유명하지만, 1시간 여 떨어진 발리카삭은 세계 최고의 포인트로 손꼽힌다.

보홀은 직항으로 이어져 있고 한인 다이브센터와 리조트가 많아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세부에서 1시간 30여분 떨어진 카모테스(Camotes) 섬의 툴랑(Tulang) 섬도 마린파크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아름다운 수중환경을 자랑한다. 현재 카모테스 섬에는 유일한 다이브센터가 있다. 특이하게도 한인이 운영한다.

보홀에서 1시간 30분 떨어진 카미귄(Camiguin)이라는 섬도 아주 작지만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현재 한인 다이브센터는 없다. 

남부 레이테의 소곳베이를 가면 날 것 그대로 수중세계가 보존되어 있는 천혜의 산호정원을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남부 레이테의 소곳베이를 가면 날 것 그대로 수중세계가 보존되어 있는 천혜의 산호정원을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중부 비사야 제도의 또 다른 강자는 레이테(Leyte) 섬이다. 필리핀에서 여섯 번째 큰 레이테 섬은 공항이 위치한 북부지역은 골프투어로 우리나라에서 한 때 유명했던 곳이지만, 남부 레이테 지역은 그야말로 때 묻지 않은 산호정원으로 유명한 스쿠버다이빙 포인트다.

천혜 자연환경과 가성비 겸비

필리핀이 스쿠버다이빙으로 유명한 첫 번째 이유는 천혜의 수중 자연환경이다. 두번째는 가성비이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싼 항공권, 다른 나라와 비교해 저럼한 비용으로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아쉽게도 코로나19 이후 필리핀 지역 대부분의 다이빙센터나 리조트가 회당 다이빙 비용을 올렸고 달러로 결제를 요구한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종전보다 비용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에서의 스쿠버다이빙을 기억하게 하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편안함’이다. 스쿠버다이빙 시 하나부터 열까지 현지인 직원들이 챙겨줘 전 세계에서 가장 편안하게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필리핀 경제력은 동남아시아에서 중위권에 속한다. 2024년 국제통화기금 통계 기준 필리핀의 1인당 GDP는 4,169달러다. 서민층의 월급은 30만원 수준이다. 높지 않은 물가는 한국인들에게는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더해 스쿠버다이빙 시장에서 필리핀은 새로운 개념을 만든 국가이다. 이른바 ‘황제 다이빙’이다. 

대부분의 한인 다이브센터나 리조트에는 현지인 직원들이 많이 있다. 월급이 높지 않다 보니 대부분의 다이브센터나 리조트는 현지인을 많이 고용한다. 

자격증 교육은 한국인 강사가 진행한다. 펀다이빙의 경우 전반적인 가이드나 진행은 현지인 다이브 마스터 등이 담당하고 옆에서 지원하는 직원들이 아주 많다. 이들은 다이빙 시 스쿠버 장비 조립부터 교체, 착용, 입·출수까지 모든 과정을 챙겨준다. 마치 아이언맨이 수트를 착용하듯이 가만히 서 있으면 알아서 해주는 개념이다. 이렇게 극진하게 대접받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바로 ‘황제 다이빙’이다.

세부 등에서 자격증을 딴 다이버들은 다른 나라에도 이 같은 시스템이 있는 줄 알지만 오로지 필리핀에만 존재한다. 필리핀 이외 국가에선 장비결합부터 안전체크, 착용까지 모두 다이버 개인의 몫이다.

이러다 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일어난다. 필리핀에서만 다이빙을 하다가 한국을 비롯, 다른 나라에서 다이빙을 처음 하는 다이버 중에서 장비결합 방법을 모르거나 아예 장비결합을 하지 않은 채 스탭이 해주기를 기다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강사들 간에 널리 알려진 우스갯소리가 있다. 세부에서 자격증을 딴 다이버는 한국에서 다시 교육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황제 다이빙은 필리핀 다이빙의 특색이고 장점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슈를 낳기도 한다. 

두마게티와 릴로안에서 닿을 수 있는 아포 섬은 산호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사이트이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두마게티와 릴로안에서 닿을 수 있는 아포 섬은 산호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사이트이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서구 다이버에겐 꼭 가고 싶은 파라다이스 

필리핀은 우리와 가까운 동남아 나라로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되곤 한다. 

사실 유럽과 미국, 호주 등 서구 다이버에게는 아주 먼 나라이면서 꼭 한 번 가보고 ‘꿈의 다이빙 지역’이다. 세계 여러 주요 다이빙 포인트를 다니면서 만난 독일, 영국, 호주, 미국 등 여러 서구권의 다이버들은 꼭 가보고 싶은 다이빙 포인트로 필리핀을 지목했다. 우리가 이집트의 다합이나 아메리카의 캐러비안 바다를 동경하듯이 서구인들은 동남아의 주요 바다를 꿈의 포인트로 삼는다. 

역사적으로 많은 서구인들이 동남아시아를 여행으로 찾았다가 아예 터전을 잡고 정착했다. 필리핀만 하더라도 주요 휴양지의 다이빙센터나 리조트의 주인이 독일이나 호주  출신인 경우가 많다.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꾸리고 있는 지역이 꽤 된다. 

필리핀은 천혜의 수중 자연환경과 저렴한 물가, 그리고 황제 다이빙까지 갖춘 곳이다. 스쿠버 다이버에게는 그야말로 최적의 지역이다. 기회가 된다면 하루라도 빨리 필리핀을 수중세계에서 만나기를 추천한다.

단, 개인적으로 늘 언급하는 이야기지만 사람의 발길이 적어 자연 그대로 보존돼 더욱 아름다운 수중생태계를 보여주는 다이빙 포인트는 이동시간과의 싸움이다. 필리핀 역시 접근성이 좋은 지역보다 비행기 타고, 배 타고, 차량 타고 아주 오랫동안 이동해야만 만날 수 있는 다이빙 사이사이트가 훨씬 더 감동적인 수중환경을 선사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다음 회부터는 직접 방문했던 필리핀 주요 다이브 사이트를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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