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3.14 15:40

"이미 '의무사관후보생' 신분…현역 입대 마음대로 못 해"

14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14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오는 19일이면 전공의들의 집단으로 사직서를 낸 지 한 달이 된다. 민법상으로는 사직서 제출 후 1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처리되나 정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서 "사직서 제출 후 한 달이 지나면 효력을 발휘한다는 주장은 민법 제660조를 근거로 하고 있다"며 "이는 약정이 없는 근로계약의 경우 해당하는 조항으로 전공의는 4년 또는 다년으로 약정이 있는 근로계약에 해당돼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2월 20일을 전후해서 진료유지명령과 함께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며 "지금도 유효하게 발휘되고 있기 때문에 한 달이 지나면 사직서가 효력을 가진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이 군의관이 아닌 현역으로 입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전공의가 되면 의무사관후보가 된다. 이는 군의관 또는 공보의가 된다는 뜻"이라며 "자의에 따라 사병으로 입대하고 싶다고 해서 사병으로 입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7일 전북대학교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전공의 집단행동 대응 비상진료체계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7일 전북대학교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전공의 집단행동 대응 비상진료체계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한편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국제노동기구(ILO)에 긴급 개입을 요청했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업무개시명령은 ILO 제29호 강제노동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며 "정부는 공권력을 통해 전공의를 겁박하고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정부는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ILO 협약은 강제노동을 '어떤 사람이 처벌의 위협 하에서 강요받았거나 자발적으로 제공하지 않은 모든 노동이나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는데, '국민 전체 또는 일부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나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은 적용 제외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의료서비스 중단은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인 만큼 강제노동 적용 제외 요건에 해당해 업무개시명령은 정당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점점 대화로 해결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에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이고, 전공의협의회는 ILO에 긴급개입 요청 서한을 발송했다"며 "대화와 타협으로 풀 수 있던 문제를 사법부와 국제기구 판단에 맡기게 된 책임은 불통으로 일관한 정부에 있다"고 꼬집었다.

전의교협은 이날 저녁 온라인 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를 논의한다. 앞서 서울의대와 연세의대, 울산의대, 가톨릭의대 등 19개 의과대학 교수들은 지난 12일 공동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오는 15일까지 사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교수들의 집단사직이 현실화됨에 따라 전의교협도 사직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의대교수들이 집단행동이 아닌 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박 차관은 "오늘 여러 대학의 교수들이 추가적인 논의를 위해 모임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고 국민과 환자, 지금도 현장에 남아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로 하는 결정을 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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