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의 경제클리닉] ①노동, 무엇이 문제인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김태기의 경제클리닉] ①노동, 무엇이 문제인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 김태기 교수
  • 승인 2018.08.0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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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래, 노동문제 해결에 달렸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국민의 삶이 개선되면 좋겠다는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경기가 급속히 침체되고 경제위기와 대량실업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노동문제가 꼬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에 뉴스웍스는 일반 사람도 노동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정책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 대안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을 맡았고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인 단국대 김태기 교수의 칼럼을 ‘한국의 미래, 노동문제 해결에 달렸다!’는 타이틀로 12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김태기 단국대 교수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계층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정책이다. 정부가 큰마음 먹고 16%나 올렸는데 엉뚱한 문제가 생겼다. 고소득 계층은 좋아지고 저소득계층은 나빠져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최저임금 3년 내 1만원 공약을 내건 문재인 대통령도 실망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조정했지만 노동계는 반발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최저임금제도가 저임금 계층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높은 제조업 대기업·정규직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대기업·정규직은 수당과 보너스가 많은 대신 기본급이 낮아 입사한 지 오래 되지 않는 사람은 최저임금제도의 적용을 받는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고임금 근로자도 그만큼 혜택을 보게 되지만 수당과 보너스가 최저임금 산입에 포함되면 혜택이 줄어든다. 반면, 정반대 상황에 놓은 저임금 근로자는 수당과 보너스 자체가 별로 없어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시간이 줄거나 아예 직장을 잃어 소득이 감소할 뿐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아픈 현실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실에 맞지 않으면 부작용이 더 크다. 최저임금처럼 근로자를 위한 법제도의 혜택이 대기업·정규직·노동조합가입근로자에게 돌아가고 중소기업·비정규직·비조합원근로자는 그림의 떡이 되도록 노동시장이 바뀌어왔다. 임금격차가 너무 크게 나기 때문에 노동시장이 기업규모·고용형태·노조가입에 따라 나누어져 이중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1987년 노동운동이 폭발적으로 커진 이후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어 왔다. 대기업·정규직·노동조합가입근로자의 비중은 10%도 되지 않을 정도로 격감해 10:90 사회가 되어버렸다. 이들은 노동법뿐 아니라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으로 신분을 보호받아 기득권을 누리는 반면, 90%가 넘는 중소기업·비정규직·비조합원근로자는 아웃사이더로 소외되고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의 사회계약은 약자의 상향이동 기회가 보장되어야 작동한다. 그러나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그런 기회를 빼앗는다. 노동운동이 활성화되기 이전에 대기업의 고용비중은 40% 정도였다. 그 이후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던 중산층이 저소득 계층으로 떨어지고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대학교육까지 받은 청년은 대기업 일자리의 씨가 말라버려 부모가 누렸던 중산층으로 산다는 희망을 가지기 어렵게 되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소득불평등도 키운다. 중산층의 쇠퇴는 내수 소비의 침체를 야기한다. 한국은 이러한 문제에 눈을 돌리지 않았지만 OECD나 IMF 등 국제경제기구는 한국 정부에 경고해왔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다른 나라에도 있지만 한국이 특히 심각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없이 일자리문제 해결은 물론 경제발전과 사회정의 확립이 어렵고 소득주도 성장 등 어떠한 그럴싸한 정책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

도대체 무엇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악화시켰는가?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대기업·정규직을 중심으로 임금인상과 고용보호 강화에 치중해 왔다. 거의 모든 대기업은 노동조합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노동조합을 찾기조차 힘들다. 노동운동이 중소기업·비정규직을 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임금안정과 고용유연화를 요구했지만 협상력이 낮은데다 노동조합의 파업 위협에 눌려 밀릴 수밖에 없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갈등을 조정하는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은 노동계에 기울어졌다. 누가 봐도 대기업 노동조합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불법파업까지 벌이는 상황인데도 임금인상과 고용보호는 관철되어 왔다. 사용자는 부담이 갈수록 커지니까 정규직 고용은 최대한 줄이고 여기에다 인건비 증가의 부담을 협력 중소기업에게 전가했다. 이런 점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악화는 강자의 위치에 있는 대기업 노동조합의 승리와 노동계로 기울어진 정책무대의 결과였다.

제도와 정책 결정은 정치의 영역이다. 정부는 선거를 통해 탄생하고 정치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표를 따라간다. 정치무대는 노동계가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기회다. 정당과 후보는 진보·보수 막론하고 경영계와 거리를 두었지만 노동계와 가까워지려고 연대했다. 노동계의 지지를 받기 위해 무리한 요구라도 그대로 수용해왔다. 이래서 노동운동이 내건 최저임금 1만원이 합리적인 근거가 없어도 대통령 공약으로 채택되었던 것이다.

일반 정치는 물론 노동정치마저도 최저임금 1만원이 중소기업·비정규직에게 무리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눈을 감았다. 조직화된 대기업·정규직의 목소리는 중소기업·비정규직을 압도했다. 정부가 중소기업·비정규직을 위한다며 내놓은 정책이라도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았다. 대기업·정규직 중심 노동운동의 모순은 그대로 유지되고 정치는 비겁하게도 모순을 수용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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