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승욱 기자
  • 입력 2018.11.24 06:05

유럽산 7억원에서 13억원대… 일본 크레도르 소네리도 2억원 육박

스르핑 드라이브 미닛 리피터 (사진=크레도르 홈페이지)
스프링 드라이브 미닛 리피터 (사진=크레도르 홈페이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국내 27개 배 생산단지에서 재배된 배가 미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베트남은 물론 아르헨티나 등까지 수출되는 것과는 달리 국내에서 키운 포도로 담근 와인은 국내외 판매가 부진한 편이다. 무엇보다 땅과 기후가 와인용 포도를 키우는데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과 평판,업력은 다음 문제다. 

네덜랜드 올더잘(Oldenzaal)에서 고급시계를 생산하는 그뢴펠트(Gronefeld)는 홈페이지에서 "좋은 와인은 떼루아(terroir : 와인을 재배하기위한 토양,포도품종,기후 등을 포함한 제반 자연조건)에 의해 정의되고 훌륭한 와인 생산은 와인 메이커의 기술에 달려 있다. 가장 훌륭한 시계는 대체로 특정 위치 또는 지역의 제품이자 대대로 전달된 전문지식의 산물이다"고 기술했다. 공감이 가는 표현이다. 
 
슬라이드 레버를 눌러 시간을 소리로 확인하는 리피터(repeater)와는 달리 소네리(sonnerie)는 미리 지정된 간격에 따라 시간을 자동적으로 알려준다. 소네리는 프랑스어로 '종' 또는 '공명' '벨소리'를 뜻한다. 물론 잠을 자려고 하거나 필요하지 않거나 에너지를 아끼기위해 묵음(silence)모드로 해놓으면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다. 소네리에는 슬라이드 레버가 없다.

소네리는 흐르는 시간마다 소리를 내야하는만큼 리피터에 비해 에너지 소모가 클 수 밖에 없다. 만약 시계의 큰 태엽을 의미하는 메인 스프링(main spring)에서 작동에 필요한 힘을 얻도록 설계, 제작한다면 남은 에너지가 조금 낮아져도 자칫 시계의 모든 기능이 멈출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소네리는 별도의 메인스프링에서 파워를 얻는다. 얼마나 더 쓸 수 있는지를 파악, 태엽을 감거나(수동) 시계를 흔들어 작동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오토매틱) 별도의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power reserve indicator)를 갖고 있다. 

자이트웤 미닛 리피터 (사진=랑에 운트 죄네 홈페이지)
자이트워크 미닛 리피터 (사진=랑에 운트 죄네 홈페이지)

리피터 중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작동되는 모델이 있다. 랑에 운트 죄네(A. Lange & Soehne)의 자이트워크(Zeitwerk)미닛 리피터는 10시 방향에 슬라이더 대신에 푸셔(pusher)가 있다.이 모델은 레귤러 메인스프링에서 파워를 얻지만 만약 리저브 인디케이터가 빨간 점 밑으로 떨어지면 리피터 작동을 멈추게하는 안전장치를 갖고 있다.  
  
소네리는 그랑 소네리(grande sonnerie)와 쁘띠 소네리(petite sonnerie)로 구분된다. 요즘 나오는 시계들은 두가지 기능을 갖추고 있어 둘 중 하나를 택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체로 그랑 소네리는 매 시와 15분 단위의 시간마다 타종을 통해 시간을 계속해서 알려준다. 24시간에 최대 96회 작동한다. 벨소리로 치면 912번에 달할 수 있다. 쁘띠 소네리는 매시 정각마다 울린다. 특정 시간동안 15분에 한번씩 울리는 기능을 갖고 있기도 한다. 이 경우 해당 시간이 지나가면 다시 울리지 않는다.

독창적인 설계의 다축 뚜르비옹 시계로 유명한 그뢰벨 포시(Gruebel Forsey)는 2017년초 그랑 소네리와 쁘띠 소네리, 미닛 리피터, 뚜르비옹 24세컨즈(24초당  1회전) 등을 포함한 그랑 소네리 모델을 내놓았다. 그랑 소네리 모드에서 파워리저브 20시간을 알려주는 커다란 인디케이터를 1시에서 3시 방향 사이에 달아 주목됐다. 소네리를 작동하지 않은 일반 모드상태에선 72시간의 파워리저브를 표시하는 인디케이터도 달고 있다. 그랑 소네리의 에너지 소모량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닛 리피터 기능을 구동하면 1시간,15분, 1분 단위의 시간을 소리로 들을 수도 있다. 3시 방향의 인디케이터에서 그랑 소네리, 쁘띠 소네리, 사일런스란 세가지 모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회사측은 "투명하고 선명한 소리를 구현하기위해 '어쿠스틱 레조낭스 케이지(acoustic resonance cage)'라는 특별한 구조를 설계하고 케이스도 티타늄으로 제작해 15분마다 울리는 그랑 소네리는 제야의 종소리처럼 우렁차고 울림도 깊다"고 밝혔다.

통상 까리옹(carillon)이란 단어는 전통적인 2개의 해머와 2개의 공을 지닌 리피터보다 기능이 좋다고 자랑할 때 즐겨 사용된다. 대체로 3~4개의 해머로 다소 긴 멜로디를 연주한다. 통상 공과 해머가 각각 4개가 되면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차임워치로 일컬어진다. 웨스트민스터 궁전 북쪽 하원회의장 옆에 높이 106m의 시계탑인 빅벤(Big Ben)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매시간마다 빅 벤의 거대한 종소리는 런던 시가지에 울려 퍼진다. 아울러 1시간에 4번씩 맑은 종소리도 들려준다. 독특하게 4개 음색(note)의 선율(tune)로 연주하는 것이다. 대체로 웨스트민스터 소네리는 시간을 베이스 음으로, 분을 트레블 음으로 알린다. 다른 음으로는 15분 단위를 알린다.

그랑 소네리 등 일류 차이밍 기능을 손목시계에서 구현하려면 높은 기술력을 가진 장인들을 갖고 있어야 한다. 파텍 필립(Patek Philippe)을 비롯,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예거 르쿨트르(Jaeger Lecoultre), 율리스 나르당(Ulysse Nardin), 불가리(BVLGARI),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 랑에 운트 죄네(A.Lange & Sohne), 그뢰벨 포시(Greubel Forsey), F. P. 쥬른(F. P. Journe) 등을 손꼽을 수 있다.

히브리스 메카니카 그랑 소네리 (사진=예거 르쿨트르 홈페이지)
히브리스 메카니카 그랑 소네리 (사진=예거 르쿨트르 홈페이지)

예거 르쿨트르는 2009년 빅 벤(Big Ben)의 사운드를 재현했다며 '히브리스 메카니카 그랑 소네리(Hybris Mechanica A Grande Sonnerie)를 내놓았다. 4개의 사운드 스프링으로 소리를 내는 그랑 소네리와 정시마다 종소리를 내는 쁘띠 소네리, 분 단위를 알수 있는 미닛 리피터까지 장착했다.
무엇보다도 선명하면서도 강렬한 타종 소리를 들려주기위해 트레뷰셋(trebuchet:투석기)이라는 독특한 해머를 개발,장착했다. 트레뷰셋 해머는 전통적인 해머가 많은 운동 에너지를 사용했던 문제점을 줄였다고 한다. 해머의 끝부분을 채찍질하듯 공(gongs)을 울리게 한다는 것으로 표현된다. 새총을 바짝 잡아당겼다가 갑자기 놓으면서 순간 발사속도를 높이는 원리를 이용했다. 그 결과 음색(tone)의 명료성과 힘이 좋아졌다는 평가다. 다른 기술적 진보는 사운드 증폭과 공명(resonance)에서 이뤄졌다. 무브먼트 제작에 사용한 부품만 1406개에 달한다. 26개의 기능과 17개의 특허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전시된 바 있다. 당시 언론에 전해진 시판가격은 13억원대였다. 

 예거 르쿨트르가 홈페이지에 자평한 글을 소개한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름다운 멜로디가 되어 울려퍼지면, 시침도 분침도 모두 숨을 죽이고 최고의 워치메이킹 기술이 선사하는 황홀한 소리의 향연에 귀를 기울이는 듯 합니다. 히브리스 메카니카 그랑 소네리 화이트 골드 모델은 모든 시계 애호가의 마음에 뜨거운 열정과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경이로운 타임피스입니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름다운 멜로디가 되어 울려퍼지면, 시침도 분침도 모두 숨을 죽이고 최고의 워치메이킹 기술이 선사하는 황홀한 소리의 향연에 귀를 기울이는 듯 합니다. "

오데마 피게의 그랑 소네리 까리옹 다이나모그래프(grande sonnerie carillon dynamographe)는 각각 세 개의 공과 해머를 갖고 있다.1시 방향에 자체 메인스프링의 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있다. 2시 방향의 스위치를 통해 묵음에서 쁘띠 소네리, 그랑 소네리로 전환시킬 수 있다. 정상적인 시간유지기능은 세컨드 메인스프링이 맡는다. 다이나모그래프는 토크의 경로를 추적한다. 10시 방향의 푸시버튼은 리피터 기능이다. 소네리의 메인스프링은 시계 크라운을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충전된다. 시간기록 기능의 메이스프링은 반시계방향으로 크라운을 돌리면 충전된다. 

크리스토퍼 클라레(Christophe Claret)가 제작한 소프라노 미닛 리피터(Soprano minute repeater)는 보다 풍부한 음을 낼수 있는 캐시드럴 공(cathedral gongs)을 장착한 게 돋보인다. 6시 방향의 다이얼을 열어놓아 작동모습을 볼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제시한 가격은 65만달러에 달한다. 

파텍 필립이 창사 175주년을 기념해 특별제작한 그랜드 마스터 차임(Grandmaster Chime)는 그랑 소네리와 쁘띠 소네리, 미닛 리피터, 퍼페추얼캘린더 등 20여개 컴플리케이션을 갖춘데다 케이스 본체를 앞뒤로 돌릴 수 있는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시계로 유명하다. 이 시계는 시간을 넘어 날짜까지 소리로 알려주는 데이트 리피터(date repeater)라는 기능까지 갖췄다. 10일 간격으로 높고 낮은 소리를 낸뒤 남은 날짜는 고음으로 알려준다. 1366개의 부품을 사용했다. 단 7개만 생산,1개는 파텍필립박물관에 전시하고 나머지 6개는 개당 32억원에 판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위스와 독일에 못지않게 일본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크레도르(CREDOR)는 세이코(SEIKO)의 최상위 브랜드로 일본의 부유층 고객을 상대로 한다.

 ‘크레도르 스프링 드라이버 미닛 리피터(CREDOR Spring Drive Minute Repeater)’는 고요함 속에서 아름다운 음색이 돋보인다. 지붕 처마 끝에 매달아 놓고 바람이 불 때마다 서로 부딪히면서 내는 풍경의 영롱한 사운드를 재현했다고 한다. 8시 방향의 버튼을 누르면 히메지 영주 사카이 가문에서 대대로 갑옷을 제작해온 대장장이 무네의 기법으로 제작한 두 종류의 해머가 공을 친다. 미닛 리피터를 작동시키면 앞면에선 조속기의 작은 날개가 고속으로 회전하는 모습이, 뒷면에선 망치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고 한다. 1년에 세 개밖에 생산할 수 없을 정도로 공정이 까다롭다. 일본에서의 시판 가격은 세금을 제외하고 3500만엔에 달한다.

스프링 드라이브 소네리 (사진=크레도르 홈페이지)
스프링 드라이브 소네리 (사진=크레도르 홈페이지)

매 정시 또는 3시간 단위로 놋그릇을 두드릴 때 나는 은은하고 담백한 소리를 자동적으로 내는 시계인 ‘크레도르 스프링 드라이브 소네리’(CREDOR Spring Drive Sonnerie)는 세전가격이 1600만엔이다. 국내에서 사려면 세금 등을 포함, 2억 원 가까이 줘야 할 것이다. 태엽을 감지않아도 최대 48시간 작동되는 파워리저브를 갖고 있다. "종 모양의 음원을 채용하고 느긋한 시간의 흐름과 공간을 느끼게 하는 독특한 음색과 여운을 실현하고 있다"는 것이 크레도르의 자평이다. 부품이 600여점에 달한다. 이들 제품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스프링 드라이브는 기계식 시계처럼 태엽으로 구동하지만 오차는 전자적으로 보정해 시간의 정확성을 높인 세이코만의 독보적인 기술로 유명하다. 

이처럼 고급시계업체들은 멋진 수식어를 붙인 차임(chime)들을 내놓고 있다. 온갖 현란한 단어를 동원하며 품질의 우수성이나 많은 공(gongs)과 해머(hammers)를 장착했다고 떠벌린다. 고도의 기술력과 막대한 시간을 투입한만큼 사고 싶다면 기꺼이 더 높은 가격을 부담하라는 얘기다. 구입 여부는 각자 판단과 가치관, 경제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