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느려도 너무 느린 '에픽세븐'의 사태 수습
[취재노트] 느려도 너무 느린 '에픽세븐'의 사태 수습
  • 박준영 기자
  • 승인 2019.07.08 17: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웍스=박준영 기자] 사고가 터진 지 1주일이 지났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과문조차 보이지 않는다.

슈퍼크리에이티브가 개발하고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에픽세븐'의 이야기다.

지난 1일 에픽세븐에서는 모든 게이머를 경악하게 만드는 사고가 발생했다. 메모리 변조 프로그램에 게임 내 데이터 변조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그 프로그램이 무려 1997년에 나온 '치트오매틱'이란 점이다. 20년 전에 개발된 프로그램에 게임이 뚫리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서 에픽세븐 이용자들은 말 그대로 '들고' 일어났다.

기초적인 '복호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에픽세븐은 단순한 메모리 변조 프로그램에 허무하게 뚫렸다. 아니, 사실상 보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5세대(5G)이동통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중심 중 하나인 게임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다.

개발사와 서비스사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였다. 사태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난 지난 4일, 이들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과문의 내용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도저히 '사과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사과는 처음 두 줄뿐이고 나머지 역시 이용자를 설득하기에 부족한 자료들의 나열이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문은 정석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사과문에는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명료한 분석, 피해자의 심정에 대한 공감, 적극적인 대책 마련의 의지 표현 등이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러지 않았다. "악의적인 게시물을 올리는 소수의 유저분들이 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뉘앙스의 내용을 담았다. 고객 입장에서는 졸지에 '피해자'가 아니라 문제를 더 키운 '선동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지난 4월 게임의 명줄을 흔들만한 '무한 뽑기 버그' 사태가 발생한 베스파의 '킹스레이드'의 조치와도 비교된다. 베스파는 상황을 확인한 바로 다음 날 김진수 대표가 직접 나서 대표의 이름을 건 공지사항을 내걸면서 사태를 빠르게 종식시킨 바 있다.

일반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수장급이 직접 나서서 이용자의 분노를 달래야 하는데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러지 않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이용자에 따르면 여전히 메모리 변조 프로그램이 먹히지만 이를 모니터링해서 수동으로 막는 것으로 보인다. 즉, 언제든지 게임 내에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란 것이다.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계정을 차단하고 더이상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이용자들은 이에 대해서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에픽세븐에서는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많았다. 무분별한 캐릭터 밸런스 패치, 이용자에 적대적인 운영 등으로 약 10개월간 국내 이용자들의 불만은 계속 커져가고 있었다.

6월에 있었던 첫 번째 이용자 간담회 '에픽세븐 페스타'에서도 소통은 없었다. 이용자와의 Q&A 시간은 단 10분, 질문 역시 자신들이 답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만 다뤘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한국에서 매출 비중이 15%, 미국에서 40%를 차지한다"라며 지역별 매출 비중을 대놓고 비교하는 발언으로 이용자의 분노를 이끌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밝힘으로써 더 큰 화를 불러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으니 이용자들이 들고 일어서는 것은 명약관화다. 심지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까지 글이 올라갔다.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다는 북미의 최대 커뮤니티 레딧에도 에픽세븐의 문제점을 다루는 글이 올라가면서 사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게임은 생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이다. 즐기는 고객이 없으면 게임은 살아남을 수 없다. 많이 늦었지만 슈퍼크리에이티브와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는 지금이라도 빨리 고객을 달랠만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newsworks.co.kr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 보기

관련기사

  • 제호 : 뉴스웍스
  • 서울특별시 중구 마른내로 140 서울인쇄정보빌딩 4층
  • 대표전화 : 02-2279-8700
  • 팩스 : 02-2279-7733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진갑
  • 고충처리인 : 최승욱
  • 법인명 : 뉴스웍스
  • 뉴스통신사업자 등록번호 : 서울, 아04459
  • 등록일 : 2007-07-26
  • 발행일 : 2007-07-26
  • 신문사업·인터넷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아04459
  • 등록일 : 2017년 4월 17일
  • 회장 : 이종승
  • 발행·편집인 : 고진갑
  • 뉴스웍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뉴스웍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work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