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5.03 07:00
서울에 있는 한 원룸의 내부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19년간 부모님과 살다가 첫 독립에 들어간 20살. 나만의 공간에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다 큰 어른이 된 느낌이다. 들뜬 마음을 부여잡고 원룸 계약을 하러 부동산에 들어간 순간, 설렘은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사회초년생 서○○씨(여‧27)는 혼자 첫 원룸을 계약하던 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서씨는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총 6곳의 원룸을 옮겨 다니며 자취 생활을 하고 있는 ‘프로 자취러’다.

서씨는 첫 번째 원룸을 제외하고 다섯 차례의 원룸 계약을 부모님 도움 없이 혼자서 해냈다. 이제 자취방 구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는 서씨가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갓 20살을 맞은 성년들에게 혼자 부동산 가서 원룸 구하는 ‘꿀팁’을 전한다.

◆부동산 ‘앱’에서 마음에 드는 원룸부터 찾기

원룸 구하기의 시작은 부동산 방문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는 것이다. 부동산 앱 직방‧다방‧피터팬의좋은방구하기 등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보증금과 월세, 지역, 평수를 설정하면 계약을 진행할 수 있는 매물들이 나온다. 여기에 반지층, 지층, 옥탑 등 층수와 함께 주차가 가능한지, 반려동물을 길러도 되는지 등도 설정하면 이에 맞는 매물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원룸을 몇 개 고른 뒤 각 부동산에 “언제 방을 볼 수 있냐”고 문의하면 약속 시간을 잡아준다. 서씨는 “부동산에 문의할 때 앱에서 확인한 방 이외에 부동산이 보유하고 있는 매물들이 있다면 그것도 같이 보여 달라고 부탁하라”고 조언했다. 부동산은 그 동네 매물을 거의 다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리하면 여러 개의 부동산에 문의하지 않고 다양한 매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수압‧채광 등 시설물 꼼꼼한 확인 ‘필수’

원하는 방을 찾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온라인상에 게재된 원룸 사진이 실제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매물을 직접 보러 가서 꼼꼼히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수압·배수·도배·장판·채광 등 기본적인 내부 조건이다. 실제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인 만큼 두려워하지 말고 공인중개사 또는 집주인에게 당당하게 물어봐야 한다. 직접 세면대에서 물을 틀어보거나, 변기 물을 내려봐도 된다. 분리수거는 어디에 하는지, 음식물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알아놓자.

창문·천장·주변 벽지 등에 물이 흐른 흔적이 있는지도 확인해 보자. 만약 물이 흘렀던 흔적이 있다면 빗물이 샐 가능성이 높다. 옵션으로 제공되는 가구와 가전이 무엇인지 체크해 놓고, 본인이 직접 가지고 올 가구·가전을 배치할 공간을 고려해 콘센트 위치와 개수도 미리 확인하자.

서씨는 “이런 것들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나만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구하기 위해서는 꼭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면서 “까먹지 않게 미리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가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당부했다.

◆동네 분위기 파악하자…낮과 밤 차이 확인

원룸 내부를 직접 확인했다면 주변 환경을 확인할 차례다. 집 주변으로 어떤 상가가 있느냐에 따라 소음 발생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 자취방에 혼자 들어가야 하는 여학생이라면 가로등이나 CCTV가 설치돼 있는지 등 안전에 대해서도 고려하자.

집 주변에 편의점이나 카페, 마트, 병원, 약국 등 편의시설이 가깝게 있는지,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이 걸어서 몇 분 거리에 있는지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서씨는 “낮과 밤 두 번에 걸쳐 원룸을 둘러보러가는 것이 좋다”면서 “낮엔 보이지 않던 것이 밤에 보일 수 있고, 반대로 밤에 보이지 않던 것이 낮에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계약은 공증된 공인중개사 통해 확실하게

이제 가장 중요한 부동산 거래 계약이 남았다. 계약 과정에서 금전적 손해를 보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을 면밀히 살펴봐야 하고, 공증된 공인중개사를 통해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계약서 작성 시 집주인이 나올 경우 집주인이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실소유자와 동일한지 확인해야 하고, 집주인이 아닌 대리인이 나올 경우엔 계약 위임장과 주택소유자의 인감증명서를 요구해야 한다. 이 때 매달 지불해야 하는 관리비 금액과 입금 계좌번호와 이름이 집주인과 동일한지도 꼭 확인하자.

서씨는 “집을 알아보고 계약하는 모든 과정을 꼼꼼히 확인하고 따져봐야 나중에 피해 받는 일이 없다”면서 “혼자서 첫 자취방을 구할 때 두렵고 떨리겠지만, 이를 극복하고 슬기롭게 해낸다면 멋진 성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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