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05.16 06:00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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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고지혜 기자]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기록하는 것에 익숙한 Z세대 사이에서 '바디프로필' 열풍이 불고 있다.

일명 '바프'로 불리는 바디프로필은 '몸(Body)'과 '프로필(Profile)'의 합성어로, 운동 및 식단 관리를 통해 만들어진 '최상의' 신체를 기록한 사진이다. 여기서 말하는 '최상'은 건강함을 뜻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바프는 연예인, 보디빌더, 모델, 헬스 트레이너 등 특정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일종의 '화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부터 건강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바프를 찍는 일반인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바디프로필 'A to Z'

일반적인 바프 사진의 촬영 과정은 이렇다. 운동으로 몸을 만들고, 전문 사진 스튜디오에서 의상·헤어·메이크업 콘셉트를 상담하고 촬영을 진행한다. 보통 준비 기간으로 3개월에서 6개월까지 잡는다. 

바디 프로필 촬영은 상당한 의지가 필요하다. 꾸준한 운동과 간단한 식단을 하루도 빠짐없이 유지해야 최상의 컨디션이 나오기 때문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통상적으로 스튜디오 촬영 비용은 최소 30만원, '헤메코(헤어·메이크업·코디)'까지 합하면 총 100만원은 훌쩍 넘는다. 

이런데도 일반인, 특히 Z세대에게 바프가 '핫'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Z세대는 SNS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다. 이들은 단순히 촬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촬영된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까지를 바프의 과정으로 본다. 이런 목적은 자기관리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바프를 찍은 Z세대들은 동기 부여 요소로 '촬영 기록'과 '공유'를 꼽는다. 운동하는 모습과 운동 결과를 촬영하고, SNS에 공유하면서 '자기관리에 철저한 나'라는 이미지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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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프로필의 '무서운 이면'

하지만 바프는 건강에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포털사이트에서 '바디프로필 팁'을 검색하면, 당, 탄수화물 절대 금지, 삼시세끼 '닭·고·야(닭가슴살+고구마+야채)', 1주일 전부터 수분 섭취 절대 금물 등 극단적인 절식이 주를 이룬다. 조금이라도 더 선명한 근육이나 얼굴 윤곽을 담아내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러한 식단으로 수개월간 지속한다면, 체중에 과도하게 집착하게 되면서 거식증과 폭식증과 같은 섭식장애가 생길 위험이 높다. 신체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다. 바프 촬영이 끝났다고 사라지는 증세가 아니기에, 이후 일반식을 먹어도 "오늘도 과식했다"라는 강박에 정신과 내원이 필요할 정도로 병세가 깊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또 바프는 단기간에 10% 이하의 체지방률 도달을 이상적 목표로 정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운동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헬스장에서 진행하는 '바디프로필반' PT는 하루에 4시간 이상 정도의 운동코스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무리한 운동은 집중력 감소, 무기력, 두통, 피로, 탈모, 저혈당, 생리불순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비외상성 횡문근융해증'이라는 희귀 근육통이 바프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빈번히 발견된다. 비외상성 횡문근융해증은 과격한 운동 과정 중 근세포가 손상되면서 세포 속 물질(마이오글로빈·칼륨·칼슘)이 혈액으로 유입돼 독성을 일으키는 병이다. 근육통, 근무력증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갈색 혹은 빨간색 소변, 조직 괴사 등을 일으킨다. 

이 병은 특히 바프가 유행하고 난 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횡문근융해증을 진단받은 환자는 2017년 4154명에서 ▲2018년 4411명 ▲2019년 4809명 ▲2020년 4953명 ▲2021년 5116명으로 계속 늘어났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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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몸'을 위한 바디프로필 준비 자세

첫째로, 준비 기간을 충분히 잡아야 한다. 부작용이 생기는 주된 이유는 짧은 기간 동안 최대의 결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다. 장기간에 걸쳐 몸에 무리 없는 운동 스케줄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단의 경우, 운동과 함께 영양소가 고루 갖춰진 일반식을 먹되 적정량을 정해 섭취하고, 촬영이 다가올 때쯤 식단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을 권한다. 

둘째, 체지방률과 몸매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 바프는 흰 배경에 속옷 차림으로 찍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 때문에 극단적으로 낮은 체지방률을 목표로 삼게 됐고, 이러한 강박은 결국 부작용을 불러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장소·소품·의상 등으로 자신의 개성과 몸을 표현하는 바프가 새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스메코(스튜디오·메이크업·코디)'를 선택해 바프의 본 목적인 '자기 모습의 기록'에 더 다가가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준비 기간 동안 마음을 편히 가져야 한다. 바프 준비 기간은 생각보다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 0.5㎏만 몸무게가 늘어도 "내가 문제인가"라고 생각할 만큼, 나 자신을 벼랑 끝에 몰게되는 순간들이 많이 찾아온다. 그때마다 자신을 혹독하게 대하지 말고, 이 바프의 본 목적을 상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나를 위해 하는 것'이라는 것을 늘 생각하며 준비하는 바프가 바로 '건강한 바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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