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03.17 00:05

항공우주정책 총괄 독립 조직 신설 절실…안영수 "향후 5년간 최소 20기 이상 인공위성 수출 목표 설정 통해 미래 먹거리 만들 때"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지난해 10월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지난해 10월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향후 펼쳐질 우주산업 정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항공산업 위기가 전세계에 파장을 불러온 가운데 미래 먹거리로 우주산업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한국형 모델인 '항공우주청'을 설립해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G20 국가 중 우주 전담 기구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면서 우주 기술 연구개발은 물론 산업 생태계 확보, 국방 강화, 우주탐사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우주산업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케냐, 짐바브웨 등도 우주개발 전담 조직 신설 

윤 당선인은 줄곧 우주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약집을 살펴보면 "국가 안보 및 미래 핵심 경쟁력을 위해 세계는 우주산업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세계 우주 산업 규모는 2020년 3710억달러에서 2040년 1조1000억달러로 확대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경제력 규모는 세계 10위를 기록하는 등 위세를 떨치고 있지만 항공, 특히 우주 분야에서의 순위는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초라하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러시아를 제쳤지만 우주 투자는 러시아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투자가 부족해 기술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각국은 산업화와 상업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글로벌 우주산업은 지난 2020년 3850억 달러를 기록했다. 20년 뒤인 2040년에는 1조1000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대표적 분야인 위성산업 규모도 2010년 1670억 달러에서 2019년 2710억 달러로 약 1.6배 성장했다.

우주산업은 고부가가치 선진국형 산업이다. 자동차산업보다 부가가치율이 1.7배 높고 연구·개발 인력 비중이 2.5배 더 크다. 다른 산업보다 고용 기간도 오래 유지된다. 항공우주 분야 개발 기간은 평균 10년으로 조선(5년), 자동차(3년)보다 길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현재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한국 우주산업이 주요국들보다 조직·인력·예산 등 모든 부분에서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세계 각국은 15세기 대항해 시대에 비견될 정도로 '우주판 골드러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우주 강국인 G5 국가(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와 중국·러시아는 독립된 행정조직을 설립해 우주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거대공공정책연구관 산하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다. 독립된 기구 설립이 필요한 실정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케냐, 짐바브웨 등도 우주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강대국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도 밀리는 형국이다.

실제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G20 국가 중 우주 전담 기구가 없는 나라가 없다. 

정부 예산과 전문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은 지난해 우주개발 예산 규모가 G5, 중국, 러시아와 비교할 때 최저 수준이다. 한국의 2020년 우주개발 예산은 7억2000만 달러로 GDP 대비 0.04%였다. 우주개발 담당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예산은 4억8000만 달러, 인력 규모는 약 1000명으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민간 투자와 기술 수준도 저조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2018년 민간기업 우주투자 연구·개발 규모는 4억 달러다. 8억 달러인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은 264억 달러였고 프랑스 34억 달러, 영국 24억 달러, 독일 20억 달러 순이었다.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 자료를 보면 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볼 때 한국이 60을 나타냈다. 중국과 일본은 각각 89, 86이었다.

정헌주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겸 항공우주전략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은 "새 정부는 항공·우주부문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콘트롤타워를 세워 부처 이기주의를 깨고 항공과 우주 부문의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과 기술의 과감한 민간 이전이 필요하며 우주산업 선두주자를 육성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사례로 NASA와 스페이스X를 손꼽았다.

정 교수는 "부처이기주의를 타파하고 항공부문과 우주부문의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항공우주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며 "조직의 위상과 인력, 예산, 규모, 타 부처와의 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우주부문 산업생태계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차기 정부는 산업기반을 고도화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며 "친환경 기술 개발 등을 통한 현재 시장이 아닌 미래 시장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달탐사 상상도 (사진제공=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 상상도 (사진제공=항공우주연구원)

미국, 민간 주도 우주산업 정책 적극 추진…안영수 "긴밀한 민군 통합 거버넌스 구축과 수출산업화 통한 글로벌화 촉진으로 규모 경제 효과 누려야"

정부에서 강력한 콘트롤 타워를 주도하는 일 뿐만아니라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것 역시 과제로 떠오른다.

전문가들은 민관군 협력을 위한 정부의 법률적·제도적 뒷받침도 주문하고 있다. 

현재 우주 강대국들은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과 같은 우주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우주산업 정책을 전환하고 빠르게 산업을 키우고 있다. 우주 강국인 미국은 2019년 전체 우주 예산의 51%인 약 241억달러를 민간부문에 할당하는 등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10년부터 '상업 우주선'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보잉과 48억 달러, 스페이스X와 3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민간기업의 우주개발 경쟁을 유도했다. 그 결과 스페이스X가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최초의 민간기업이 됐다.

룩셈부르크는 국가의 '미래 먹거리'로 우주를 택했다. 2017년 '우주자원계획'을 공식 발표한 룩셈부르크는 2018년 9월 룩셈부르크 우주국(LSA)을 창설한 후 자국에 법인을 설립한 우주산업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1억유로(약 128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영국은 2030년까지 글로벌 우주산업 시장점유율 10%를 목표로 하는 우주혁신성장전략을 이미 2014년에 제시했다. 특히 유럽우주기구(ESA) 기금 출연으로 ESA의 화성탐사계획에 영국 기업들이 참여케 하는 등 민간의 우주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2045년까지 세계 최고의 우주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우주개발 로드맵을 2018년 발표하고 달 탐사선과 화성 탐사선 발사 등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도 경제산업성이 2018년 하반기부터 우주 관련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는 등 우주산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항공우주산업 관계자는 "지난해 누리호 발사로 성장 가능성을 높였지만, 아직 미국, 중국 등 우주강국에 비해서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우주항공 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퀀텀업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주항공 체계통합업체를 중심으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례로 뉴스페이스의 아이콘인 스페이스X만 하더라도 우주항공산업에 필요한 중요 구성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재사용이 가능한 발사체와 저궤도 위성 등을 제작해 서비스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또한 차기 정부는 우주항공 소재부품 개발에도 집중 투자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의 기술냉전에서 보듯이 국산 우주항공 소재부품들이 없다면 향후 차기 정부의 우주개발도 대외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와 함께 차기 정부는 기존에 확보한 기술과 인력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한다. 특히 T-50과 KF-21 그리고 나로호와 누리호 개발의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규모 우주 수요를 산업경쟁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로 연계하기 위해 먼저, 현재의 기술 개발 중심에서 제품 생산·시장 중심으로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 사업은 현재의 R&D형에서 입찰 조달형 구매 방식으로 전환, 밸류체인 통합에 따른 기업 중심의 경쟁력 제고와 고부가가치화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영수 한국항공전략연구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우주산업 쪽에선 해외시장이 없는 상황에 물건을 팔아본 적이 없다. 다만 수출력을 갖추고 있는 건장한 기업들이 기반을 잘 갖춰 놓고 있다. 정부는 공공수요에 있어서 구매자 역할을 하는 것이 좋다.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개발생산해 시장 진출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기업들이 수익을 낼 수 없는 분야가 있다"면서 "정부는 이같은 '시장실패영역'에서 기업들이 투자해서 수익을 못내는 경우에는 정부 R&D로 주도적으로 풀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긴밀한 민군 통합 거버넌스 구축과 더불어 수출산업화를 통한 글로벌화 촉진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려야 한다"면서 "중동·아시아·중남미 등 중후진국들을 대상으로 정부 간 거래, 방산 수출 절충교역 연계,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한 수출산업화와 글로벌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향후 5년간 정부는 KAI, 한화 등 매출 1조원 우주기업 탄생과 더불어 최소 20기 이상의 인공위성 수출 목표 설정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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