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2.03.21 00:05

서정연 "대학 SW 학과 정원 과감히 늘릴 때"…박정일 "과도한 현장 업무·낮은 임금도 해결 절실"

(사진제공=piqsels)
(사진제공=piqsels)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소프트웨어(SW)의 중요도는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SW는 다양한 산업 전반과 융합해 산업 경쟁력을 결정지을 수 있는 국가 기반 기술이자, SW 산업의 부가가치율이 제조업의 2.4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등에 따라 그 중요성과 역할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이 국가 SW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 역시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국가 디지털 역량을 강조한 바 있다. 

SW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필수 조건은 단연 인재 양성이다. 고급 인력도 필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양적인 인재 확대도 필요하다. SW는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우수한 인력이 SW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SW의 영향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이 SW를 디지털 전환의 핵심동력으로 인식하고 대규모 SW 인재양성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교육을 위해 매년 최소 2억달러(약 2500억원)를 투자하고 있으며, 영국 역시 STEM 관련 교육에 4억600만파운드(약 6000억원)를 쏟아붓고 있다.

우리나라 SW 생태계의 최대 화두 역시 인력난이다. 현재 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등록된 SW 엔지니어는 약 60만명 수준으로, 오는 2025년까지 40만명의 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처방에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W 신기술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AI대학원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교육부도 미래 산업과 지역 사회가 필요로 하는 핵심 인재 양성 및 AI 융합 교육의 지도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고용노동부 역시 창업자 및 재직자 대상 교육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SW 인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급 개발자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SW 경쟁력을 높이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SW 환경은 고급 개발자가 부족하고, 이를 배양할 산업 규모 또한 작다. 이런 상황에서 SW 인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프리랜서 개발자를 구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AI·SW 인재 육성 정책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 이하 기업에서는 질적 측면은 물론 양적인 측면에서도 인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중견 이상 대기업 군은 질적인 측면에서 원하는 수준을 갖춘 인재의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결 방법은 뭘까.

답은 단 하나다. 인력난을 해결할 인재 양성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도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 14개 소프트웨어(SW) 관련 단체 역시 '100만 SW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고 건의한 바 있다. 윤 당선인도 이에 호응하며 임기 내 SW 인재를 100만명 육성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효과적 방안을 마련해 'SW 인재 100만명 육성'을 달성하는 것이 향후 출범할 새 정부의 중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SW 인재 100만명 육성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생애 전주기를 관통하는 교육 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SW 인재 육성은 대학 교육만으로는 양적·질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필수적인 핵심 디지털 역량을 초중고교 과정에서부터 기르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이루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우수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체계 개혁이 매우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역량은 정규교육을 통하지 않고는 배우기 어렵다"며 "일단 초·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 정보 교과 교육을 과감하게 확대해 기본적으로 데이터의 개념과 알고리즘의 개념, 컴퓨터를 이용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 원리를 익히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학 교육에서는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의 정원을 과감하게 늘리고, 관련 교육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 인력에 대한 업계 종사 기간을 늘리고, 재교육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SW 산업 기술 수명주기는 통상 3.9~4.7년 수준에 불과하다, 기술 주기가 짧다 보니 SW 인력이 업계에서 빨리 퇴출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SW 개발자의 능력을 향상시킬만한 충분한 업무수행 기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초급, 중급, 고급을 거쳐 숙련된 특급 SW 개발자를 육성하기 위해선 대략 15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일 AI·BigData Cluster 대표(전 전 한양대 컴퓨터SW 겸임교수)는 "SW 인력이 업계에서 빨리 퇴출되는 것을 막고 한 기업에 근무하는 경력연수를 연장해 업계 종사 기간을 늘려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재교육을 확대하는 한편 직무발명보상제도를 도입하고 인사관리체제를 확립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초급인력이 자연스럽게 중·고급인력으로 성장하고 산업이 이들을 수용할 준비가 갖춰지면 자연스럽게 SW 인력난이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SW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업무 현장에서의 과도한 업무와 낮은 임금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박 대표는 "SW 개발자들은 당장 연봉이 높은 대형 게임회사를 선호하고, 국내에서 경력을 쌓다가 외국 업체에 취직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돈 되는 제조업·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와 SW와 같은 무형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인장해주지 않는 풍토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윤 당선인은 "SW 개발자에게 공정하고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불공정한 관행을 혁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말 핵심을 정확히 간파한 지적이다. 윤 당선인의 발언처럼 SW 개발자에 대한 공정한 보상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통해 소프트웨어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야만 SW 관련 인력이 늘어나고 글로벌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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