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3.22 00:05

강기윤 "환자 상태 따라 의료 제공되도록 요양기관 역할 재정립 필요"
민소현 "간병인, 대·소변 처리 힘들어 '먹지 말라'며 환자들 꼬집어"
해외인력 유치 함께 '회복 결과' 더하는 형태로 급여체계 변경 필요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사진제공=강기윤 의원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사진제공=강기윤 의원실)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오는 2025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노령 인구의 증가가 가속화되고 있는 데 비해 이들을 돌볼 의료 체계 보강은 더디다는 지적이 적잖다. 노인 의료비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체계적이지도 않다.  

보건복지와 관련해 상당수 국민들이 개선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는 문제와 전문가 시각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 과제를 짚어봤다. 

노인을 모시고 살다가 여러 사정에 의해 노인분을 요양 기관으로 모시게 된 가정에서는 현행 보건복지시스템에서의 가장 큰 문제를 '환자의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 너무 많다'는 것을 꼽고 있다. 

환자가 스스로 음식을 먹을 수 없다면 코에 튜브를 삽입해 주사기를 이용한 경관유동식으로 영양분을 공급한다. 이 때 사용하는 삽입용 주사기, 환자의 음식 외에 보호자의 음식은 환자의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 매 시간마다 가래와 침 등 분비물을 석션 기계를 이용해 빨아들여야 하는 환자라면 그에 따른 소모품들(팁 커넥터, 팁, 비닐장갑, 구강피스 등)은 한번 쓰면 버리고 매회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전부 비급여항목이다.

완전와상으로 혼자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환자의 경우 대소변을 전부 보호자가 처리하게 된다. 여기에 사용되는 속기저귀(소변용), 겉기저귀(대변용), 깔개(매트) 등도 모두 비급여 항목이다. 욕창 방지를 위한 에어매트, 솜베개, 물방석 비용, 화장지 물티슈 등 각종 기타의 모든 소모품들도 모두 비급여항목이다. 한마디로 이 모든 것에 들어가는 비용은 환자의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가장 큰 비급여 항목은 간병인에게 지급해야 하는 간병비다. 이는 딱히 정해진 금액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간병인 1인 기준으로 하루 7만원 정도가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비쌀 경우 15만원까지 한다. 

입소자의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해서 간병인이 필요하다. 간병비 부담 능력이 확인되지 않으면 입소조차 시켜주지 않는다. 기초생활수급자면서 독거노인인 경우 부담액이 너무 커서 요양병원 입원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립·도립 요양병원조차 입원 문의 과정에서 '수급자'라고 말하면 "간병비를 부담할 수 있느냐"고 제일 먼저 물어보는 실정이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소득 인정액이 중위소득 30~50% 이하로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는 사람을 말한다. 생활비 지원은 생계급여(중위소득 30% 이하)·의료급여(40% 이하)·주거급여(45% 이하)·교육급여(50% 이하) 등 네 분야로 나눠 이뤄진다. 지원액은 소득·장애 정도 등에 따라 다르다. 2000년 10월부터 시행됐다.

더 큰 문제는 전염성 질병이 있거나 그런 질병으로 앓았던 경력이 있으면 완치가 됐다해도 요양원에서는 아예 받아주지 않는 점이다. 이에 더해 기존에 입소했던 환자라도 퇴소 조치를 시키는 것이 현행법령에 따른 적법한 조치이다.  

전염성 질병이 있거나 그런 질병으로 앓았다면 어쩔수 없이 요양병원에서 치료와 요양을 해야 한다. 이럴 경우에도 '경증'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적잖다. 실제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식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데도 단지 질병을 앓았던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치료를 받아야 할 대상에서 빠지고 있다. 결국 자기 돈 없고 부양가족 없는 독거노인들은 그냥 길거리에서 죽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혼자서는 똑바로 서있지 못하고 숟가락도 잡지 못하는 상태에 있더라도 장기에 이상이 있거나 외상이 있지 않다면 '경증'으로 분류된다. 가뜩이나 돈도 없는 판에 자기 비용부담이 너무 커져서 진짜로 오도가도 못한 채 아무런 치료나 돌봄도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기자는 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비급여 항목이 너무 많아서 사실상 거의 모두 본인이나 그 가족의 부담으로 돼 있는데 건강보험공단은 그동안 이런 불합리함에 대해 시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비급여항목을 급여항목으로 포함시키는 부분은 공단이 가진 권한은 아니다"라며 "보건복지부에서 관련 고시를 개정하면 그것을 공단이 받아들이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간병비와 각종 소모품들은 건강보험 비급여항목이 맞다"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통해서 병원에서 해당 간병 서비스를 같이 제공하는 병동은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 없는 병원, 즉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한 팀이 되어 환자를 돌봐주는 서비스를 지칭한다. 즉, 간호사가 입원 병상의 전문 간호서비스를 24시간 전담하고,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와 함께 보조 역할을 수행해 개인적으로 간병인을 두거나 보호자가 환자를 돌보지 않고도 입원생활을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는 서비스다.

2013년 7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시행된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에서는 하루 평균 7~8만원의 간병비가 소요됐다. 2015년 1월부터 포괄간호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이 시행되면서, 하루 간병료는 약 5000원으로 급감했다. 포괄간호서비스의 명칭은 2016년 4월 1일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변경됐다.

이처럼 좋은 제도가 있는데도 어째서 환자들의 보호자들은 볼멘소리를 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대다수 병·의원들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거나 제공하더라도 극히 일부 병실에만 적용돼 병실이 빌때까지 기약없는 대기를 하게끔 하기 때문이다. 즉, 이 기간에도 금전적인 비용이 끊임없이 발생하므로 간병비 누적 금액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서비스는 요양병원에는 혜택이 없고 일반 병원에서만 시행된다. 

이런 가운데,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의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요양병원과 요양원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두 요양기관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은 각계 전문가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적 필요도가 낮은 '경증'환자가 요양병원에 장기간 머무르게 되면,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요양병원이 수익에만 매달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반면,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요양원에 입소해 있음에도 복지부나 건강보험공단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이는 국민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정부가 방치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따라서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요양기관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며, 요양시설의 서비스 향상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요양병원과 요양원 기준이 각각 '의료법', '노인복지법'으로 별도 적용받는 것을 통합하거나 급여비용 재원도 한 곳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다만, 요양병원과 요양원이 동일 재단에 의해서 운영된다면 의료서비스가 대규모 재단에 의해서만 운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이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통합관리'에 방점을 찍은 발언을 했다면, 민소현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회장은 '간병인의 문제'가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민 회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간병사가 거의 다 조선족인 게 현실이다. 요양병원 간병사의 거의 95% 이상이 조선족"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사람들이 박봉에다가 일이 힘들다보니 와상 환자라든지 치매 환자라든지 이런 우리들의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들에게 굉장히 악행을 가한다"며 "꼬집고 때리고 그런다. 왜 그러느냐 하면 간병사들이 요양병원 입소자들이 뭔가를 드시게 되면 소변, 대변을 보면 이것을 처리하는 게 힘들어서 그러는 것이다. 그래서 보호자들이 사들고 오는 것들을 잘 안 먹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까 '먹지 말라고 했는데 왜 먹느냐'면서 환자들을 꼬집고 때리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나마도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계 때문에 이런 간병사조차도 비자가 안 나와서 수급이 안 된다"며 "절대적인 간병사 인원이 모자라니까 이들의 행패가 더 심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 회장은 95%가 조선족이라고 말했지만,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60~80% 정도가 조선족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간병인 인력업체 관계자는 "대형 종합병원 간병인의 60%, 요양병원의 경우 80% 이상이 중국동포라고 볼 수 있다. 60대 이상 여성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방안 연구'를 진행한 명순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요양병원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공동간병이 많았으며 간병인 중 요양보호사 자격을 갖춘 사람은 55.4%에 그쳐 간병인 중 약 절반 가량은 별도 자격취득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간병인 한사람이 평균 8명 정도의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민 회장은 '아르바이트 간병인의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요양병원 입원자들을 목욕을 시켜야 되는데 간병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아르바이트 간병사를 활용하게 되는데 아르바이트 간병사들은 환자들에 대해 목욕을 안 시켜주려고 한다. 목욕시켜 주는 게 힘드니까 그냥 간병만 하려고 든다"고 꼬집었다. 

민소현(앞줄 오른쪽 세 번째)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장. (사진=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홈페이지 캡처)
민소현(앞줄 오른쪽 세 번째)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장. (사진=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홈페이지 캡처)

민 회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근본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핵심은 간병비를 급여화시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근무조건이 열악하니 하려는 사람이 없고, 사람이 없으니 서비스의 질은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간병인들은 인건비가 낮다고 호소하지만 보호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요양병원 6인실의 경우 보호자가 내야 하는 비용은 병원비와 별도로 최소 50만~60만원에 달한다. 고소득층이 아니고서는 매월 이 정도를 지출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

게다가 대부분 기한 없는 장기 입원이라는 점에서 보호자들이 느끼는 간병비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반면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낮다. 방법은 간병비를 건강보험에 포함시키는 것이지만 재원이 문제다. 건강보험공단은 간병비를 급여화할 경우 9조원이 넘는 재정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국민부담은 커지고 일할 사람은 없는 보건의료의 사각지대, 간병 문제는 우리 사회의 발등의 불로 떨어진 셈이다. 

노인 돌봄 인력 부족은 내국인 양성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전적으로 외국인에게만 맡길 수도 없다. 결국 내국인 양성과 외국인 유치 모두 필요하다. 내국인을 키우더라도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돌봄 종사자는 언제든 떠날 것이고, 그 자리는 다시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향후 5년, 10년 후는 차치하고 당장 요양 관련 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양질의 간병인·요양보호사를 해외에서 적극 유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간병인과 요양보호사가 충분해야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돌봄 대상자와 맞지 않는다면 인력을 바꿀 수 있으며, 이들에 대한 성과 평가도 가능해진다.
 
간병인 등 요양인력의 급여체계를 '시급'이라는 단일 기준이 아니라, '시급'에 '회복 결과'를 더하는 형태로 보조금 체계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그래야 환자들이 회복할 수 있고, 보호자와 정부의 보조금 지출을 줄일 수 있고, 돌봄 공급자도 더 나은 돌봄과 더 많은 회복에 집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파야만 돈을 버는 요양이나 간병이 아니라, '회복하면 돈을 버는 체계'로 바꾸는 것이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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