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2.05.13 06:30

법 사각지대 놓여 있어 피해 입어도 구제 받기 어려워
주식 소수점 거래 '매력'…적은 돈으로 우량주 매입 가능

오픈메타시티가 서울 내 아파트 분양을 알리고 있다. (사진=오픈메타시티 홈페이지)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MZ세대가 재테크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조각투자'가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조각투자란 다양한 자산을 개별 단위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단위로 조각을 내 분할·투자하고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자산을 직접 구입하지 않아도 해당 자산에 대한 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조각투자는 빠르게 다양해지는 추세다. 주식 소수점 거래를 포함해 빌딩, 토지, 미술작품 등까지 소액으로 투자하는 서비스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이는 큰 목돈 없이도 뛰어들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익은 적지만 손실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를 첫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주식 조각투자…"테슬라 주식 1만원어치 사볼까"

가장 접근성이 좋은 조각투자는 주식이다. 대표적인 조각투자인 주식 소수점 거래는 주식을 1주 단위로만 거래하는 것이 아닌 소수점 단위까지 쪼개 거래하는 방식을 말한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소수점 매매를 허용하면서 투자자들은 보통 1주 단위로 거래되는 주식 거래를 '금액 단위'로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면, 주당 우리 돈으로 100만원 전후인 미국 테슬라 주식을 주가의 10분의 0.1주나 100분의 1인 0.01주와 같이 원하는 만큼 쪼개서 살 수 있다. 소수점 거래는 본인이 보유한 여유 자금만큼 1만원어치, 10만원어치씩 살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특히 적은 투자금으로도 인기가 높은 애플·테슬라 등의 우량주를 비롯한 다양한 주식 종목에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자본이 적어 우량주에 투자하기 어려운 젊은 세대들에게는 더할 나위가 없다.

토스증권의 사용자 화면. (사진제공=토스)
토스증권의 사용자 화면. (사진제공=토스)

현재 주식 소수점 거래는 한국투자증권의 '미니스탁'이나 NH투자증권, 토스증권 등 각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주식 소수점투자는 아직 주식이 낯선 초보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종목별 아이콘 구성과 단순매매 절차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나이를 불문하고 주식 자체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우선 수수료가 일반 거래 방식보다 대체로 높은 편이다. 또한 주식거래 매매수수료 면제 이벤트도 소수점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여기에 통상 실시간 거래가 아니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소수점거래를 증권사에 신청하면 해당 증권사에서 모인 소수점거래를 합산해 증권사가 온주 매매를 대행하고, 매매 결과대로 주식을 나눠 지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주식 시세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없는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단기투자보다는 장기투자에 더 적합하다. 단, 토스증권의 경우 소수점 단위 주식을 모아 온주로 만드는 과정을 생략하면서 투자자가 주문을 넣는 즉시 거래가 체결되는 실시간 거래를 지원해 눈에 띈다.

서울옥션블루가 운영하는 NFT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SOTWO'. (사진=SOTWO 사이트 캡처).
서울옥션블루가 운영하는 NFT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SOTWO'. (사진=SOTWO 사이트 캡처).

◆NFT 미술품…"매각, 작품 전시, 지분 재판매 통해 수익 창출"

아직 생소한 분야인 미술품 조각투자는 MZ세대가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통상 적은 돈으로도 투자가 가능한 '공구(공동구매)'를 통해 고가의 NFT(대체불가토큰) 미술품을 구매하는 형식이 그것이다. 서울옥션블루가 운영하는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SOTWO(소투)'에 따르면, 회당 1000만원 이상 구매한 회원 중 40%는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아트테크 플랫폼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지분 형태로 나눠서 1000원부터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NFT에 투자하는 방법은 플랫폼마다 다르다. 국내에는 '아트앤가이드', '소투', '아트투게더' 등의 미술품 공통구매 플랫폼이 있다. 아트앤가이드는 미술작품을 매입해 5~10%를 직접 소유하고, 90~95%의 지분만 회원들에게 되파는 형태로 운영한다. 최소 투자 금액도 작품의 가격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3000만원 이하 작품의 경우 최소 1만원부터 최대 1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으며,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100만~2000만원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회원들은 공동구매를 위해 미리 예치금을 충전하고 상품이 판매되는 해당 날짜와 일정 시간 동안에만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작품은 '조각' 단위로 판매되는데, 작품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조각 수가 각기 다르다. 10조각, 50조각, 100조각 등 구매 가능한 조각 수가 작품마다 정해져 있으며, 구매 이후에는 미술품의 매각, 작품 전시, 지분 재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미술품 조각투자는 NFT를 통해 작품의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구매·소유·판매 과정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어 기존 디지털 아트보다 수익 창출이 더 유리하다. 또 NFT는 메타버스 생태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향후 성장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오픈메타시티의 청약 신청 페이지. (사진=오픈메타시티 사이트 캡처)
오픈메타시티의 가상 아파트 청약 신청 페이지. (사진=오픈메타시티 사이트 캡처)

◆가상 부동산…"버추얼 아파트 청약·토지 매매도 인기"

이 외에도 가상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메타버스 내에서 토지를 사고팔 수 있는 가상 부동산 플랫폼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플랫폼 '어스2(Earth2)'는 구글맵을 이용해 지구상의 모든 토지와 부동산을 100㎥ 사각형 모양 크기의 '셀(Cell)'로 쪼개서 가상으로 사고팔 수 있다. 

서비스 초기 땅값은 0.1달러로 모두 같았지만, 수요에 따라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토지 가치가 급상승한 지역이 생겨나면서 이용자들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2020년 한국의 청와대 부지는 57달러(약 7만원)에 거래됐는데, 현재는 1만9990달러(약 2430만원)까지 뛰었다. 어스2는 플랫폼 내에서의 수익을 페이팔 계좌를 통해 쉽게 현금화할 수 있어 매달 60만명이 넘는 회원들이 이용하고 있다.

어스2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국내에서도 유사한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오픈메타, 메타렉스, 트윈코리아, 세컨서울 등이 차례로 서비스를 개시했다. 어스2처럼 땅을 파는 곳도, 실존하는 아파트를 가상으로 분양하고 있는 곳도 있는 등 파는 물건도 다양하다. 

이런 플랫폼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현실에서의 부동산 거래는 복잡하고 실물 증서로 소유권을 증명하는 반면, 가상 공간에서는 NFT가 모든 것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적으로 실제 토지나 아파트를 구입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상의 재화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해 소유에 대한 만족감을 채워주는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해당 플랫폼들의 거래 수단은 계좌나 카드를 이용하거나 플랫폼에서 직접 발행하는 가상화폐나 포인트를 이용한다. 만약 해당 가상화폐가 코인 거래소에 상장하면 이용자들은 더 큰 시세 차익을 낼 수 있다는 홍보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롭게 떠오른 NFT나 메타버스상의 조각투자는 아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피해를 보아도 구제 받기가 어렵다. 특히 실존하고 있는 건물 디자인 등을 그대로 구현해 가상 판매를 한다면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는 법적 논란도 일어날 수 있다.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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