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6.17 11:17
(사진=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6일 오후부터 17일 새벽까지 장시간 회의와 표결 끝에 업종별 최저임금제를 내년에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최저임금을 주기 어려워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냈거나 휴폐업에 나서고 있는 편의점, PC방, 음식숙박업 등의 처참한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결정으로 여겨진다. 최저임금보다 다소 낮더라도 직장에서 일하면서 사회보험료라도 줄이고 싶다는 일부 장년층의 취업 수요가 실현될 가능성이 낮아진 셈이다.

최저임금제도는 국가가 임금의 최저수준을 결정,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률로 강제하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줄이고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위해 생겼지만 최저임금법에 명시된 업종별 구분 가능 조항은 시행 첫해인 1988년에만 도입됐다. 이듬해부터는 줄곳 전 산업에 거쳐 단일 금액이 적용됐다. 사실상 사문화된 것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하며 이 경우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 업종마다 기업의 지급능력과 생산성에서 현저한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모두 산업에 일률적인 최저임금을 적용한다는 것은 법 규정과 경제원리에 맞지 않을 뿐더러 한계업종의 인력난을 오히려 가중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기간 중 최저임금은 가파르게 올랐다. 이로 인해 근로소득에 의존하는 빈곤층이  과연 실질적 혜택을 보았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저임금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근로시간도 줄어드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월 191만4440원(시간당 9160원)이다. 사업주는 여기에다가 사회보험료의 절반을 내야한다. 이로 인한 부담금은 ▲국민연금 8만6150원 ▲국민건강보험 6만6910원 ▲장기요양보험 8210원 ▲고용보험 2만100원 등 18만1370원으로 최저임금의  9.4%에 이른다. 업종별로 요율이 다른 산재보험까지 포함하면 사업주는 10% 수준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결국 매월 210만원 이상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1년이상 고용하면 한달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물론 임금을 제때 주지 않으면 체임으로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 동네 음식점이나 카페에 키오스크가 늘어나는 것도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최소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업종별 최저임금제 적용이 좌절되면서 지역별이라도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 지역별로 소득과 임대료 차이는 크다. 이제부터라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크다.

노사관계가 우리나라보다 한층 안정된 일본의 경우 후생노동성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최저임금 목표치를 제시하면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이 이를 기준으로 지역상황에 맞춰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지바현은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운영한다.  

치솟는 물가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대출 이자로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고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전격 인상함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회위원회도 7월 중 기준금리를 0.25~0.5%포인트 가량 올려 한미간 금리역전에 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부족을 해결할 만한 뾰족한 수단이 없는 현실에서 이자율을 높여 수요를 줄이겠다는 통화당국의 결정이 야속하지만 기실 별다른 도리가 없다. 복합경제위기를 맞아 비경제활동인구의 경제활동 참여와 실업자의 취업이 그나마 해결책이 될 것이다.  

세계화를 지향한다는 한국이 최저임금에선 갈라파고스적 규제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일자리 감소 추세는 지속되고 복지비용도 더 늘어나면서 국가경쟁력마저 약화될 우려가 적지않다. 더 늦기 전에 최저임금제도를 고쳐야한다. 새 정부가 천명한 '지방시대'를 맞아 지자체에 재량권을 과감히 부여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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