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7.01 12:47
국내 최초로 지하에 폐기물처리시설과 하수처리시설 등을 함께 설치한 하남 유니온타워·파크. (사진=하남시청 홈페이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17개 광역단체장과 226개 기초단체장들이 1일 민선 8기 집무에 들어갔다. 변화, 혁신, 소통을 중시하는 시대정신에 따라 민심에 귀를 보다 기울이고 고물가로 손님이 끊긴 골목상권을 살리며 대화와 조정으로 갈등을 봉합하는 것은 물론 유세기간 중 내세운 공약을 꼭 이행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중에서도 수도권 단체장 10명에겐 취임 첫날부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임기 종료 6개월 이전(2025년 12월 30일)까지 생활폐기물 소각장을 설치하라는 환경부 공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지자체가 부지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행하기 힘든 숙제가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7월 공포된 개정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오는 2026년 1월부터 수도권에서는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매립할 수 없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선 2030년부터 적용된다. 환경부는 2020년 기준으로 소각장 하루 처리용량이 50톤 이상 부족한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고양시, 부천시, 안산시, 남양주시, 안양시, 화성시, 김포시, 광주시에 소각장 확충 명령을 내렸다. 

지난 6월 1일 선거에서 승리한 당선인들은 지난 한 달 간 쏟아지는 축하와 격려 속에 어깨가 올라갔겠지만 지방재정 현실을 살펴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을 것이다. 각종 복지 예산이 크게 늘어나면서 지자체 재량으로 쓸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데도 도와달라는 수요는 넘치는 실정이다. 지역별 고질 민원은 줄기는커녕 늘어나고 있다. 이중에서 최대 난제가 쓰레기 소각장 신설이다. 반입 과정에서 악취가 날 수 있고 소각 연기 속에 오염 물질이 들어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보니 삶의 질 저하와 집값 하락을 이유로 '절대 반대' 목소리만 나온다. 지자체마다 쓰레기소각장은 '자원회수시설'로, 하수처리장은 '물재생센터'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그 실체를 모르는 주민은 없다.

지자체들마다 소각장을 세우기위해 애쓰고 있지만 입지 선정단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이미 소각시설 5곳을 운영 중인 서울시가 가장 어렵다. 2020년 기준으로 하루 평균 생활폐기물 3687톤이 재활용 129톤, 소각 2475톤, 매립 등 1083톤으로 처리됐다. 매립 금지에 대비, 쓰레기를 매일 1000톤 태울 수 있는 소각장이 필요하다. 지난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소각지 부지 공모를 진행됐으나 25개 자치구 모두 신청하지 않아 무산됐다. 2020년 박남춘 인천시장이 2025년 인천 서구의 수도권 매립지를 닫겠다고 발표하자 부랴부랴 입지선정운영위원회를 구성하면서 2021년 9월까지 입지타당성 조사연구용역을 마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연구용역은 벌써 네 번째 미뤄졌다. 목표시점에서 1년이 지난 오는 9월 15일에 나올 지도 불투명하다. 공사기간을 감안하면 늦어도 연내 결정되어야한다. 소각시설 장소를 선정한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계획 승인을 받을 경우 생활폐기물 매립금지 시한을 1년 늦출 수 있다고 하지만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그간 인천시 서구 수도권 매립지 주변 주민들은 환경오염으로 엄청난 고통을 당했다. 암에 걸려 숨진 주민도 적지 않았다. 이제라도 매립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소각한뒤 남은 재와 불가연성 소재만 묻기로 정부 정책이 결정된 상태다. 앞으로 3년 6개월내 소각장을 설치하지 못해 생활폐기물을 결국 매립한다면 해당 단체장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반경 500m 이내에 대단지 아파트가 몰려 있는 하남유니온타워·파크는 신개념의 환경기초시설로 유명하다. 국내 최초로 지하에 폐기물소각처리시설, 재활용선별시설, 음식물자원화시설, 하수처리시설을 함께 설치했고 지상에는 잔디광장, 물놀이장, 다목적체육관, 야외체육시설 등 주민친화시설을 갖췄다. 산책객은 물론 텐트를 치고 장시간 머무는 시민들이 적지않다. 소각 연기를 배출하는 굴뚝에 105m 높이의  전망시설인 유니온타워까지 세웠다. 국내 최대 환경복합시설인 평택 에코센터도 또 다른 벤치마킹 대상이다. 지하에 가연성폐기물 연료화시설과 고체연료 열병합식 발전시설, 음식물류폐기물처리, 하수찌꺼기 처리시설 등을 갖췄다. 지상에는 산책로와 야구장, 게이트볼장 등 친환경공원과 실내워터파크인 오썸플렉스가 들어섰다. 평택에코센터 주변영향지역 주민지원협의회는 설립 당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로 인한 지역주민과의 마찰을 최소화했고 준공이후에는  폐기물 반입과 처리 과정을 살펴보는 주민감시요원을 배치, 운영하면서 투명성을 높인 공로로 환경부장관 표창장을 최근 수상한 바 있다.

쓰레기소각장과 화장장, 하수처리장은 주민 삶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누구도 옆에 두기는 꺼려지는 곳이다. 이런 혐오시설 설치 과정에서 제기된 반대의견을 감안, 합리적인 대안과 설득 절차를 마련하고 현재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는 경험에서 해법을 찾아야한다. 대한민국이 핵발전소를 계속 가동하려면 반드시 신설해야할 ‘고준위 핵폐기물 영구처분장’ 입지 선정에 비해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낼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소각시설을 100% 지하에 설치하고 지상에는 근린공원은 물론 실내수영장, 사우나, 파크골프장 등을 세워 주민의 수용성을 높여야한다. 소각장에서 나오는 배출 가스의 안전성을 실시간으로 발표하고 주기적으로 지역주민들이 전문가와 함께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주민지원 조직 구성도 필요하다. 가까운 곳에서 사는 주민에게 재정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환경의 중요성이 커진 현 시점에서 지자체마다 해당 지역주민들이 배출한 폐기물과 하수는 스스로 처리하는 것이 맞다. 다른 지자체에 떠넘기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수도권 10개 단체장은 환경부가 내준 숙제를 임기 내 반드시 해결해야한다. 만약 실패한다면 지방행정가로서의 능력이 부족하고 자질도 떨어진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이 경우 차기 임기에 도전할 자격조차 없음은 물론이다.

제주시 추자면 생활폐기물 소각장. (사진=제주시청 공식 블로그 캡처)<br>
제주시 추자면 생활폐기물 소각장. (사진=제주시청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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