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1.24 16:00
(사진=한국은행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연 3.25%로 0.25%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은 예상된 결과다. 이미 시장금리에 반영된 만큼 추가 충격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 5월, 7월, 8월, 10월에 이어 11월에 이르기까지 금통위 회의가 여섯 차례 열릴 때마다 덩달아 기준금리가 매번 인상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빚어진 공급망 불안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폭등 등의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입증한다.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월 5.6%에서 10월에 5.7%로 상승한데다 식료품과 에너지, 관리물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도 9월 4.8%에서 10월 5.0%로 올라서는 등 '높은 수준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금통위원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관리물가는 시장에서의 수요과 공급보다는 정부의 영향을 크게 받는 가격으로 공공서비스, 전기·수도·가스, 담배, 급식 등의 가격을 포함한다.

한국은행이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 수립과 집행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된 만큼 ‘인플레 파이터’로서 대응하는 것은 '무자본 특수법인'으로서의 의무 이행이다. 그렇다고 해서 물가를 잡기 위해 경제 둔화를 가속화할 정도로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높이는 시도는 자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 해외에 있는 현실에서 '돈값'을 높여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목표가 달성되는데 적잖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속에서 ‘레고랜드 사태’라는 돌발변수가 터진 뒤 잇단 시장 안정조치에 불구,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담보부 기업어음(PF-ABCP) 금리가 큰 폭으로 뛰는 등 시중 자금경색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무엇보다 한국은행법은 제1조 2항에서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때에는 금융안정에 유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외화 유출을 걱정하기에 앞서 모든 경제주체들이 살아남는 것이 급선무이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에서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지만 물가 오름세는 이미 정점을 지났고 국제유가도 지난 7월이후 대체로 하향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을 감안, 추가 금리 인상에 보다 신중해야 할 것이다.

기준금리 상향 결정에 못지않게 내년 경기 전망이 더 어두워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8월 전망치인 2.6%와 부합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내년 성장률은 당초 전망치 2.1%보다 0.4%포인트 낮은 1.7%로 예상했다. 이 같은 수치는 한국경제연구원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 1.9%는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예상치 1.8%에 밑도는 수준이다.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입 수요 위축과 금리 상승 후유증 등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 성장세가 현격히 약화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더구나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올해 예상치 5.1%보다 다소 떨어진 3.6%로 전망되는 만큼 내년 '고물가-저성장'으로 인한 고통은 올해보다 더 커질 것이 확실시된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종 기준금리 수준에 대한 금통위 내부 의견과 관련, "(금통위원) 세 분은 3.5%, 한 분은 3.25%이었고 3.5~3.75%로 올릴 가능성도 두 분 계셨다. 3.5%에 대해 대다수 위원이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미 정점까지 올라 금리 인상을 멈추어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금통위원이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증권가에서 이번 금리 인상기 정점을 연 3.75%로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지난 14일 글로벌·아시아 경제 전망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이 11월 인상을 끝으로 최종 금리를 3.25%에서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종합해보면 현행 기준금리 3.25%에서 추가로 올린다해도 0.25%p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향후 금리 인상이란 카드를 쓸 기회가 한두차례 남았다는 전제에서 금융통화정책을 수립해야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보다 신중한 대처가 요구되는 이유다.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 하락을 최소화하려면 지난해 7월 15일만 해도 0.5%였던 기준금리가 1년 4개월 만에 3.25%로 급등하면서 빚어지고 있는 경제여건 부실화와 정책 대응역량 약화라는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고 반도체 등 핵심품목 부진을 만회할 수출 대체품목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처럼 모든 정부 부처가 수출종력전에 나서야 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가계부채 원리금 부담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날 "물가 수준이 목표 수준으로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 후에야 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금리 인하는 내년 하반기에나 시작될 확률이 높다. 이런 흐름에서 대다수 소비자들은 향후 지출 최소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 고물가와 경기둔화 지속으로 가처분소득 증가세가 둔화되고 실질구매력까지 떨어지면서 대부분 자영업자들의 소득도 줄어들 우려가 높다. 이를 감안, 한국경제연구원은 민간소비 성장률이 올해 3.8%에서 내년에는 2.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부문에서 비중이 가장 큰 민간소비 위축이 명백한 실정에서 정부 지출을 늘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현 정부 경제철학에 맞지 않는데다 재정건전화 노력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댈 언덕은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이다. 한경연은 올해 3.9%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설비투자가 내년에는 1.0% 늘어나고 건설투자도 올해 -1.7% 감소에서 벗어나 내년엔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이 설비투자에 적극 나서고 주택분양시장도 바닥을 치고 상승세에 오를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거나 완화하는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지털 융복합 기술을 기반으로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적극 유도하는 등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과 실행이 뒤따라야할 것이다.

에너지 수입 절감을 통한 경상수지 방어도 중요하다.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유류세 인하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대신에 취약 가구와 기업 등을 대상으로 선별 지원을 강화하고 에너지 절약을 위한 유인구조를 보다 강화하는 조치가 나와야 한다.

노동과 자본이 보다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를 줄이기 위해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 마련도 요구된다. 기업의 자유로운 시장 진입을 저해하는 규제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의원입법 영향 평가를 도입하고 규제법령도 통폐합하는 것은 물론 준조세와 다름없는 각종 법정부담금도 원점에서 부과의 필요성을 검토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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