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12.23 12:00

고금리에 영끌족 이자폭탄 현실화…서울 아파트 매맷값 역대 최대 하락

올해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상전벽해였다. 끝없이 치솟던 아파트값에 올라탄 일명 '영끌족'의 바람과 달리, 연이은 금리 인상이 이어지자 뜨거웠던 집값은 차갑게 식어갔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던 둔촌주공 분양마저 힘을 못 쓸 정도로 전례 없는 부동산 경기 급락 흐름에 정부는 대출·세제 및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정책을 내놓으며 황급히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뉴스웍스는 격랑 속에 빠진 올해 부동산 시장의 5대 이슈를 선정, 상하로 나눠 연재한다.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사진=최승욱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사진=최승욱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지난 몇 년간 고점을 갱신하며 끝없이 치솟았던 부동산 시장은 올해 정권이 바뀌면서 차갑게 얼어붙었다. 높은 대출 이자 부담과 분양가 상승, 집값 추가 하락 우려 등으로 청약의 매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원자잿값 상승과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건설사들의 부침이 이어지자 청약 불패를 이어가던 서울마저 분양이 부진한 상황에 몰렸다. 

◆이슈1. 고금리 여파에 영끌족 '비상'

올해 부동산 시장을 좌우한 가장 중요한 키는 '금리'였다.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까지 코로나19 기간 수요 급증과 함께 '제로 수준'이었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아파트값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하지만 2월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더불어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한 금리 인상으로 시장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올해 6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렸다. 한국은행 역시 올해 기준금리를 7회 인상하며 보조를 맞췄다. 지난해 말 1.0%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3.25%에 도달한 상황이다. 0.25%포인트(베이비스텝) 다섯 차례, 0.50%포인트(빅스텝) 두 차례를 실시하며 전년 대비 2.25%가 올랐다.

문제는 이런 고금리 기조 여파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이는 다시 은행이 대출에 적용하는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올 초까지만 해도 2~3% 수준이었던 가계대출 금리는 현재 8%대를 향해 가는 중이다.

갑작스럽게 치솟은 금리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영끌족들의 이자 폭탄은 현실화가 됐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6만4000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제로금리 수준(0.5%)이었던 기준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8월 이후로 지금까지 총 2.75%포인트가 뛰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출자 한 사람의 연이자는 180만4000원씩 불어난 셈이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제로금리 시절에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받음)'을 한 대출자 중에서는 내년에 연 상환액이 50~60% 급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 아파트 매매·전셋값이 역대 최대 하락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22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0.72% 하락해 지난주(-0.65%)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이는 2012년 5월 부동산원의 시세 조사 이래 주간 기준 최대 낙폭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이슈2. 둔촌주공 분양 흥행 '실패'

고금리 여파는 기존 주택값뿐 아니라 청약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던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청약 결과는 사실상 흥행 실패였다. 청약불패 지역으로 불리던 서울마저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당첨 커트라인은 평균 45.9점(84점 만점)이다. 전체 16개 주택형 중 최고 가점은 77점까지 나온 반면, 최저 수준인 20점마저 당첨에 성공하는 등 저가점자들의 당첨이 속출했다. 청약 경쟁률 역시 1·2순위 청약에서 3695가구 모집에 고작 2만153명이 지원, 고작 5.5대 1에 그쳤다. 

부진한 분양 성적에 PF 대출금(약 7200억원)을 상환해야 하는 조합의 계획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만일 상환이 되지 않을 경우 사업 제동은 불가피하다. 해당 PF 대출 만기는 내년 1월 19일이다. 결국 대출 만기 이틀 앞두고 진행될 계약률(내년 1월 3~17일)이 관건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7.7대 1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세종(49.6대 1) ▲부산(37.2대 1) ▲인천(16.1대 1) ▲대전(12.3대 1) 순이다. 지난해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은 163.84대 1에서 올해 21.5대 1로 폭락했다.  

내년에도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가 예고되는 만큼, 부동산 시장의 한파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만큼 지난해만큼 청약열기가 달아오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 경쟁력이 있는 곳들은 그나마 청약이 될 수 있지만 그 외에 지역들은 혹독한 한파처럼 청약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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