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3.22 17:12
산림청이 21일 국립세종수목원에서 2023 세계 산림의 날과 국토녹화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갖고 있다. (사진제공=산림청)
산림청이 21일 국립세종수목원에서 2023 세계 산림의 날과 국토녹화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갖고 있다. (사진제공=산림청)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제주도는 21일 한라생태숲에서 '제78회 식목일 및 세계 산림의 날 기념 나무심기' 행사를 갖고 제주 도화(道花)인 참꽃나무 400본을 심었다. 식목일이 4월 5일인데도 이날 15년산 300본과 한라생태숲에서 키운 7년산 100본을 식재한 것은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과거보다 높아진 것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국제연합은 2012년 12월 21일 제67차 총회에서 산림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3월 21일을 세계 산림의 날로 지정한 바 있다. '국제 숲의 날'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산림청도 21일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아시아산림협력기구와 함께 2023 세계 산림의 날과 국토녹화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묘목의 활착 여부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소는 언제 심느냐이다. 산림청은 홈페이지에서 "식재시기는 수종과 지역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이른 봄 얼었던 땅이 풀리면 될 수 있는 대로 나무의 눈이 트기 전에 심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가 적당하다"면서도 "4월 5일 식목일이 지나면 나무에 싹이 터지고 가뭄의 시기가 올 우려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4월 중순도 가능하다고 언급했지만 식목일 이후 나무 심는 것의 위험성을 알린 것을 볼 때 남부지방은 세계 산림의 날에 식목일 행사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여겨진다. 중부지방도 이미 나무의 눈이 올라온 만큼 굳이 식목일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

한국인들은 온돌로 난방과 취사를 해결해오면서 민가와 가까운 산은 땔감용 나무 수요로 벌거 벗기 일쑤였다. 더구나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이 많은 나무를 벌목해 가면서 민둥산이 더욱 늘어났다. 해방이후 나무를 심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인식되면서 1949년 6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에 의해  식목일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됐다. 나무를 많이 가꾸도록 권장하고 나무 사랑 정신을 북돋으며 산지의 자원화를 위한 노력이었다. 

한국전쟁이후 난방용 석탄이 도입된 것을 계기로 속성수인 아카시아 등을 대대적으로 심는 등 산림녹화사업이 시작됐다. 1960년 3월 식목일이 사방(砂防)의 날(3월 15일)로 대체되면서 공휴일에서 빠졌다. 1961년 식목일로 변경되면서 공휴일로 복권됐다. 1982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된뒤 2006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산업화 활동이 본격화된 지난 30년간 한국의 평균 기온이 1.1도 오른 것을 감안하면 식목일을 3월 21일로 바꿔야할 타당성은 충분하다.

남성현 산림청장(앞줄 오른쪽 네 번째)가 21일 세계 산림의 날 및 국토녹화 50주년 기념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산림청)
남성현 산림청장(앞줄 오른쪽 네 번째)가 21일 세계 산림의 날 및 국토녹화 50주년 기념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산림청)

국토녹화정책은 1973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정부가 치산녹화계획을 수립, 추진하면서 산림의 절반이 289만ha에 69억 그루를 조림했다. 민간이 심은 나무를 합치면 100억 그루가 넘는다. 세계식량농업기구는 1982년 한국을 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개발도상국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산림은 생물 다양성을 증진하고 쾌적한 국토 조성을 돕는다. 나무는 대기 중의 먼지 등을 기공으로 흡수하거나 잎 표면에 흡착시켜 오염물질을 걸러주고 공기를 정화해준다. 광합성 작용을 통해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데 기여한다. 잎이 풍성한 나무 한 그루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연간 5~10㎏ 빨아들인다. 공기 1ℓ당 7000여개의 먼지 입자를 줄여준다. 성인 4명이 하루에 숨쉬는데 필요한 산소를 생산한다. 한국 산림은 이산화탄소를 연간 3200만톤 가량 줄여주면서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춰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고효율의 탄소중립 수단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산림은 동물과 미생물의 살아가는 터전이기도 하다. 이들로부터 영양분을 얻는 공생관계를 갖는다. 폭우가 내릴 때 물을 흡수, 산사태를 막는 등 자연재해의 피해를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이제 푸르고 울창해진 한국의 산림은 국토의 63%를 차지한다. 국토 대비 산림 면적 비율을 기준으로 핀란드, 스웨덴, 일본에 이어 세계 4위의 산림강국이다. 나무의 양(임목 축적)은 1972년 11㎥/㏊에서 2020년 165㎥/㏊로 15배 늘어났다. 임도 밀도는 1972년 0.01m/ha에서 3.8m/ha로 380배 증가했다. 올해 목재 생산량은 작년 450만㎥보다 늘어난 500만㎥에 달하고 목재산업 규모도 5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산림치유 효과 (그림=산림청 홈페이지 캡처)
산림치유 효과 (그림=산림청 홈페이지 캡처)

올해 세계산림의 날 주제는 '숲과 건강'이다. 바로 산림치유 효과를 지목한 것이다.

숲에서 산책하면서 마시는 공기는 산소가 풍부해 건강 증진을 촉진한다. 숲은 심신의 회복과 휴양, 생활습관 개선을 돕고 면역력을 키워준다. 산림의 녹색은 눈의 피로를 풀어주며 마음의 안정을 유도한다. 나무가 해충과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생성하는 물질인 피톤치드는 후각을 자극, 쾌적감을 가져다 준다. 염증을 완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산성화되기 쉬운 인간의 신체를 중성화시키는 음이온도 산림에 존재한다. 산림에선 인체에 해로운 자외선(UVB) 이 상당부분 차단된다. 햇빛은 세로토닌을 촉진시켜 우울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해준다. 

세계식량농업기구는 올해 세계 산림의 날 핵심메시지를 통해 세계 10억명의 사람들이 숲에서 필수 영양소를 획득하고 있으며 숲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심신의 건강을 증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의학적 가치를 지닌 5만종의 식물종이 서식하는 숲은 야생에서 발생한 새로운 전염병의 확산을 방지한다. 숲은 대기 중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 수단인데도 매년 1000만㏊씩 사라지고 있어 산림 전용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개발이란 명분으로 나무가 마구 벌채되고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그림제공=산림창)
(그림제공=산림청)

한국은 오는 2025년이 되면 41년 이상 된 수확기 나무가 산림의 5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30~40년이 지난 숲이 전체 산림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나무도 나이가 들면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 

이런 점에서 산림을 경제자원으로 활용해야할 필요성이 크다. 산림청은 올해 원목 수요의 60%를 국내 산림에서 공급할 방침이다. 작년에는 이 비율이 56%를 기록했다. 친환경 벌채로 임업인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오는 6월부터 새로운 목재수확제도를 시행한다. 목재수확 최대면적을 50㏊에서 30㏊로 줄이고 수림대폭을 20m에서 40m로 확대하며 10㏊이상 산림에선 목재수확타당성 조사를 실시힌다.  

순환경영을 통해 산림의 흡수·저장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2030년 숲가꾸기면적을 32만㏊로 확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산림청은 제78회 식목일을 앞두고 2050 탄소중립과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을 위해 서울 남산 면적의 74배에 달하는 2만2000여ha에 49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1만3,935ha에 걸쳐 경제림을 조성하고 지역특화조림(1,060ha)과 밀원수림(150ha) 조성을 통해 단기소득과 산림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큰나무조림 2,564ha, ▲대형산불피해지 조림복원 3,884ha, ▲내화수림대 조성 351ha에 나설 방침이다.

식목일과 연계해 국토녹화 50주년 기념식을 갖고 그간의 성과를 재조명하고 기후위기 시대를 넘어 미래 50년을 이끌 '산림 100년 비전'을 선포할 예정이다.

1973년~1987년의 국토녹화, 1988~1997년의 소득 증진을 위한 임업활성화, 1998년~2007년의 숲가꾸기, 2008년~2017년의 산림복지, 2018년~2022년 사람중심 일자리 정책을 지나 올해부터 숲으로 잘사는 산림르네상스 시대를 열어 산림의 재부흥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산림 분야 규제를 개선하고 임산업을 경쟁력 높은 미래융·복합산업으로 키울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헬기가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북도)
헬기가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북도)

이같은 계획의 최대 위협요인은 산불이다. 지난해 대형 산불은 22건이 발생, 재작년 2건보다 5배 이상 늘었다. 가뭄과 이상고온이 일상화된 만큼 올해도 산불 방지와 피해 최소화에 모든 행정력을 투입해야할 것이다.

숲은 인간의 행복과 건강, 웰빙지수를 높인다고 유엔은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 역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다. 건강한 숲을 만들면 주변에 사는 인간도 건강해진다. 물론 반대논리도 성립한다. 

선진국일수록 나무와 숲, 공원이 많다. 도시의 숲은 여름철 한 낮 평균기온을 3~7도 낮춰준다. 이같은 도심열섬 완화 효과와 함께 미세먼지 농도도 평균 41% 줄여준다. 산림청은 올해 운동장 내 숲을 만들고 수직·벽면녹화 등을 통해 국민 1인당 도시숲을 13㎡ 제공할 방침이다. 2019년 현재 11.5㎡보다 1.5㎡ 늘어난 수치다. 차질없이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숲은 지구의 공기청정기이자 에어컨이나 다름없다. 숲을 잘 키우고 보존해 기후변화 속도를 늦춰야만 후손들의 미래도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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