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3.24 15:50
추경호(왼쪽 두 번째) 경제부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및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하기 앞서 첨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기회재정부)
추경호(왼쪽 두 번째) 경제부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및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하기 앞서 첨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기회재정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출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산업은 무엇이었을까. 정답은 매년 13.2% 성장해오면서 외화벌이에 기여해온 바이오헬스이다. 이어 자동차(7.2%)와 철강(3.1%) 순이었다. 부동의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는 0.5%씩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림·그래프 제공=보건복지부)
(그림·그래프 제공=보건복지부)

지난해 바이오헬스 수출 실적은 242억달러로 코로나19 특수로 진단용 제품, 세정제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렸던 재작년(254억달러)보다 4.7% 줄었지만 2020년이후 3년 연속 수출 7위 산업으로 위상을 확고히 했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의약품·의료기기의 순항으로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8.1% 늘어났지만 하반기 들어 코로나19의 엔데믹화에 따른 방역물품의 수요 축소로 16.7% 줄면서 성장세를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 코로나19가 오기 이전에는 연평균 15.2% 늘어났다가 코로나19가 창궐했던 2019년부터 2021년에는 수출증가율이 28.2%에 달했다.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은 2022년 2조3844억달러에서 2027년에는 3조96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피치 솔류션(Fitch Solutions)은 전망한 바 있다. 연평균 5.4% 커지는 유망산업이다. 인구의 고령화가 진전되는데다 질병치료와 건강관리에 대한 수요도 커지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수출 급감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바이오헬스 수출은 올해 증가할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예상했다. 다만 체외진단기기, 소독제 특수가 사라지고 미국과 유럽연합, 중국의 규제 강화로 수출 여건은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표제공=보건복지부)
(표제공=보건복지부)

복지부가 24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수출 활성화 전략방안'에는 국가 차원의 선제적 지원대책을 통해 올해 수출 목표 달성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경쟁 우위 분야의 성장을 촉진하고 열위 분야에 대해선 지원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으로 수출 저변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우선 바이오의약품의 생산 역랑 강화 지원 방안이 돋보인다.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22년 3440억달러에서 2026년에는 505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이 10.1%에 이른다. 

국산 바이오시밀러는 작년 유럽에서 2개  품목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특허가 만료된 3개 품목의 경우 이미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을 마치고 선진국 허가 획득을 추진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10월 부분가동에 들어간 세계 최대 규모의 4공장(26만ℓ)을 2분기 중 정상가동하면 60.4만ℓ 생산이 가능해진다. 초격차 유지를 위해 2025년 9월 가동을 목표로 5공장(18만ℓ) 신설도 추진한다. 5공장까지 완공되면 생산능력이 78.4만ℓ로 압도적인 세계 1위 CMO(위탁개발생산) 기업이 된다. 셀트리온도 6만ℓ 규모의 3공장을 5월 준공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국내 바이오의약품 기업의 시설 투자 확대를 돕기 위해 범부처 협업을 통해 인·허가 규제를 완화하고 보조금을 주는 등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롯데그룹도 바이오 사업 진출을 선언하는 등 주요 기업의 투자 확대가 빨라지는 현실에서 시의적절한 결정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혁신 신약 중 항궤양치료제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수출이 515% 늘어났고 말라리아치료제도 같은 기간 282% 증가할 정도로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 21개 의약품이 선진국의 인·허가를 받고 현지 시장에 진입했다.

혁신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수출을 위한 글로벌 임상시험과 기업인수합병에 투자할 수 있는 'K-바이오펀드'를 상반기에 50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는 방침도 주목된다. 2025년까지 1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세계시장 공략에 들어가는 막대한 돈을 펀드에서 지원받는다면 수출 의약품 숫자가 더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2020년 1525억달러 규모에서 2027년에는 5088억달러로 급증할 전망이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유럽 5개국 2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하는 폐암검진프로젝트 솔루션을 공급하는 등 디지털 헬스케이 의료기기 기업의 활약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국산의료기기를 수출하려면 국내 의료기관에서의 사용실적이 가장 도움이 된다. 문제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국산의료기기 사용률이 11.3% 불과하다는 점이다. 종합병원의 사용률도 18.9%에 그친다. 정부는 개발된 국산의료기기를 의료진이 사용하면서 성능 개선과 임상 근거 축적을 지원하는 사업 유지를 통해 국내 의료기관의 구매를 유도할 방침이다. 국산의료기기 사용을 늘리기 위해 올해 '의료기관 참여사업 평가'에 반영하는 방법 등을 통해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납품 실적을 보다 쉽게 쌓을 수 있도록 지원 대책이 보다 강화될 필요가 적지 않다.

(표제공=보건복지부)
(표제공=보건복지부)

바이오헬스분야에서 우려되는 품목은 화장품이다. 작년 수출은 80억달러로 재작년보다 13.4% 줄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이 화장품 규정을 전면 개정, 원료정보 등록과 안전성 평가보고서, 효능평가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한데다 애국주의소비운동(궈차오)까지 겹쳐 2021년 49억달러에서 2022년에는 36억달러로 26% 급감한 탓이 컸다.

복지부는 2021년까지 연 20~30종에 그쳤던 원료안전성 평가정보를 올해 연 400종으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500종까지 늘리기로 했다.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전문인력 양성교육도 올해 200명에서 내년에는 1000명으로 대폭 확대한다. 화장품 책임판매업체의 대다수가 중소기업인만큼 안전성 평가자 양성은 대중 수출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료 안전성평가보고서, 제품 효능시험자료, 제품정보 파일 등 기술서류 작성을 지원하고 평가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중국의 인허가 등록 및 재등록기간을 최대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한다는 복지부 대책이 효과를 거두어야 대중 화장품 수출의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다.  

수출 확대를 위해 복지부가 올해 주력해야할 최대 임무는 중국 정부가 국내 안전성 평가기관의 원료 안전성 평가결과를 추가심사없이 승인하도록 자료 인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중국은 미국(CIR)과 유럽(SCCS)의 안전성평가기관에서 검증한 원료평가정보를 별도 심사없이 승인하고 있다. 'K-뷰티'의 종주국이 대상국가에 추가되는 것은 마땅하다. 국내 평가검증결과가 중국에서 그대로 인정받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안전성 검사체제부터 강화하는 조치가 요구된다. 복지부가 국내 안전성평가기관인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서 안전성 평가결과에 대한 검증 업무를 맡는 안전성검증위원회를 확충하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올해 위원 5명이 연 30종을 검증하고 내년에는 위원 15명이 연 100종을 검증하게 된다. 국내 안전성평가기관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지를 확인하고 자료를 비교평가할 수 있도록 중국 공무원의 초정 연수를 추진하고 중국 현지 인·허가 전문가 초청 교육도 연 2회 이상 실시한다는 방침은 시의적절하다.

소비자 맞춤제작 비스포크(Bespoke) 화장품 관련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눈길을 끈다. 맞춤형화장품 세계시장은 2021년 11.4억달러에서 올해 29.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최신 기술을 이용해 개인의 피부에 적합한 화장품을 추전해주는 프로그램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그림제공=보건복지부)
(그림제공=보건복지부)

복지부는 보건의료정책실장을 중심으로 산업통상자원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련 협회, 유관기관과 함께 '바이오헬스 수출지원협의체'를 구성하고 지난 18일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각 협회 상근부회장이 주도하는 수출지원태스크포스에서 파악한 수출 현황과 현장애로사항을 매월 논의하면서 지원대책을 발굴할 방침이다. 긴밀한 민관협력으로 수출총력지원체제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소비 둔화가 본격화될 올해 수출을 늘리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진작 출범했어야 할 조직이었다. 의료기기기업과 혁신 의료기기 생산기업에 무역보험 한도를 1.5~2배로 확대하고 무역보험료도 20% 할인을 추진하다는 방침도 차질없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바이오헬스산업은 미래성장형 핵심산업이다. 수출 영토를 전세계로 넓혀나가는데 주역이 되도록 바이오헬스 수출지원협의체의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운영이 중요하다. 국가별 인·허가와 마케팅 등에 대해 제약전문가의 컨설팅이 제공되는 '제약바이오 수출 원스톱 종합지원센터' 설치를 통해 수출지원 기반을 강화하는 노력도 조속히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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