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5.02 16:21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한미정상회담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한미정상회담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1. "핵 억제는 핵무기를 사용하는 주체보다 핵 보복을 당할 불확실성 자체로 인해 작동된다. 북한이 지금처럼 향후 핵 능력 고도화 도발을 강화함으로써 미 본토와 우리에 대한 위협을 동시에 높이면 한미는 자연스럽게 NCG(핵협의그룹)를 통해 다양한 핵 보복 옵션을 마련하고 이를 북한에게 강력히 주지시킬 것이다. 북한이 보복 가능성을 실제 염려하는 순간부터 실제 억제는 작동하기 시작한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2. "북한의 위협은 '워싱턴 선언'에서 확인한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 '강화된 확장억제'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 '북한이 반발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행위를 자제하고 북한의 선의에 기대서 평화를 유지하자'는 나약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튼튼한 대응태세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오판과 잘못된 선택, 군사적 도발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김형석 대진대 교수·전 통일부 차관)

북한의 핵탄두 공중폭파 실험과 잇단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 등으로 한반도에서 이미 핵균형이 깨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정권이 계승해온 '북한 비핵화' 기조 역시 비현실적인 정책으로 평가받는 마당이다. 설사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뒤 북한이 핵으로 한국을 공격한다해도 미국은 전쟁 확대를 우려, 한국내 전술핵무기로 북한을 보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이 북핵을 머리에 두고 잠을 청하는 현실에서 한미 간 고위급 상설협의체로 신설하기로 한 NCG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은 '한미정상회담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2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윤석열 정부 1주년 시리즈 첫 번째 세미나를 주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교수)은 "(북핵 위협에 맞서는) 가장 좋은 옵션은 한국의 자체 핵개발과 미국의 전술핵 배치이지만 (이것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가장 얻어낼 수 있는 최고의 옵션이 NCG 창설"이라고 밝혔다. 그 근거로 ▲지난해 11월 한미 SCM(안보협의회의) 합의 제도화 ▲NATO의 NPG(핵계획그룹)와 달리 양자 차원에서 처음 만들어진 기구로 심층적 협의 가능 ▲미국 핵무기와 한국 재래식 무기 사용한 실전연습 진행 등을 손꼽았다.

무엇보다 김 교수가 한국 안보를 위해 '대만해협에서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 주목된다. 2027년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창군 100주년을 맞은 해이자 시진핑 주석의 4연임을 결정하는 해이다. 대만 침공의 주력부대인 동부전구 총사령관인 허웨이둥은 20차 당대회에서 당 군사위 부주석으로 승진한 바 있다. 대만사태가 발발하면 중국은 미군의 개입을 막기 위해 저위력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한반도에서 북한의 무력도발을 계획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예상이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일부라도 대만해협으로 진군하면 북한이 무력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사태는 한국과 일본이 모두 연루되는 지역전쟁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미간 맞춤형 억제전략이나 작전계획에 이런 사안들이 협의될 필요가 크다. 향후 5년 내 발생할지 모를 국지전에 대비, 한미일 3국간의 확장억지 안보협력이 갈수록 중요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결과를 놓고 야당에선 "북핵 대응 성과를 부풀리려다가 대한민국을 '핵 공유 호소인'으로 전락시키는 망신까지 있었다"(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반도체 배터리산업에 대한 미국의 규제 문제는 풀지 못했다. '느낌적 성과'인가"(한민수 민주당 대변인), "윤 대통령이 한 곡에 150조원 짜리 노래를 부른 것"(김의겸 민주당 의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2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은 '가치동맹'의 주춧돌 위에 안보동맹, 산업동맹, 과학기술동맹, 문화동맹, 정보동맹이라는 다섯 개의 기둥을 세웠다. 워싱턴 선언은 한미 정상 간 확장 억제의 추진방안을 적시한 것으로 '한국형 확장억제'의 실행계획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놓고 정성윤 연구위원은 "유럽에 비해 전장이 협소한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해 공유하는 것은 효과에 못지 않게 부작용이나 역효과가 있다"며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은 미국의 핵전력 운용에 우리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NCG 신설은 한국의 전략 환경과 현실적 제약을 고려할 때 적절한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NCG는 미국의 핵 관련 최초 상설협의체로서 향후 미국 핵무기 사용계획과 운용을 한미가 함께 논의하고 북핵 대응을 위한 도상 연습이 수시로 전개될 것으로 정 연구위원은 전망했다. 확장억제력 강화에 미군 전략핵잠수함의 기항이 긍정적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눈에 띈다. 북한 2차타격능력의 최후 수단인 핵추진잠수함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효용을 낮추는데다 국내 전술핵을 배치한 것과 같은 유사한 효과를 내면서도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한미정상회담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한미정상회담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북한은 '워싱턴 선언'에 대해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 행동의지가 반영된 대북적대시 정책의 집약적 산물이라고 비난한뒤 "더욱 강력한 힘의 실체에 직면하는 등 자위권 행사가 증대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거센 공격과 비판은 그만큼 북한에게는 위협적인 내용의 합의가 이뤄졌으며 회담의 성공적 결실을 의미한다"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한미동맹의 우월성을 강조해 북중러가 한미동맹을 이간할 수 없는 상황을 구축했고 자유민주주의 진영과의 국제공조 당사자로서 북한의 군사도발을 상쇄시키는 각종 보호장치를 확립, 대북주도권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정성윤 연구위원도 "북한의 격한 비난과 도발 협박은 오히려 이번 선언이 불법적 핵무장을 고집하는 북한 스스로에게 얼마나 불리한지를 반증한다"며 "달성할 수 없는 목표 설정과 무모한 전략 선택은 결국 워싱턴 선언으로 인해 북한 자신의 안보가 위협에 노출되는 '취약성의 창'만 열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신냉전구도를 100% 활용한다는 목표 아래 전략적 행동에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억제력의 '제2의 임무'를 강조한 만큼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정상각도 발사, 3000톤급 잠수함 공개, 제7차 핵실험 단행 등에 나설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만 이런 결정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알고 있기에 시기 선택 등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미 북한은 핵무기를 한국에도 쓸 수 있다고 위협했다. 더이상 북측의 선심에 기대거나 의존하는 위장평화나 가짜평화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어졌다. 동맹국과의 긴밀한 협력과 실전 같은 연습, 첨단 무기체계를 바탕으로 압도적인 힘을 확보, 진짜평화를 구축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공격에 대해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기술한 워싱턴 선언의 의미는 남다르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에 있는 유엔사령부 후방기지는 16개 전력제공국에 의해 병력을 제공한다. 여기에서 일본은 제외된다. 한국은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만 맺었지 상호군수지원협정(ACSA)는 체결하지 않았다. 설사 북한의 공격이 있더라도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제도적 방안은 없다는 것이 김현욱 교수의 분석이다. 오히려 중국 인민군이 북한 핵무기 관리를 내세우며 북한 땅에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핵위협에 직면한 일본과 공동대응하면서 한미일 3국 간에 확장억제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이익에 도움을 주는 결정이다.

한국은 워싱턴 선언을 통해 NPT(핵확산금지조약)체제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를 명분으로 향후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뒷배' 역할 견제 ▲대북제재 확고한 이행 유도 ▲사이버범죄를 통한 북한의 돈벌이 차단 ▲북한 당국과 주민 분리로 북한 변화 유도 등에 나설 필요가 크다.

정성윤 연구위원은 "향후 워싱턴 선언의 실천과 지속이 뒤따르고 확보되어야 한다"며 "머뭇거리면 미국의 의지, 선언의 구속력과 효과를 의심받고 불필요한 국내적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아울러 확장억제 강화의 불가피성과 명분을 중국과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의 지적처럼 한미정상회담의 후속조치에 정부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미간 분야별 확장억제협력을 구체화하고 한미일 3국간 정보공유 관련 계획을 정교하게 보완하며 북한이 주력을 두고 있는 게임체인저급 무기 개발에 대응, 기존 3축체계 개편과 억제능력 강화 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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