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5.10 17:21
10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해양강군으로 도약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주제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10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해양강군으로 도약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주제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한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이자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마주치는 접경 지대이다. 선박으로 주요 상품을 수출하고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는 물론 각종 원자재를 수입하는 현실에서 적의 도발이나 테러리스트의 파괴 공작 등으로 바닷길이 끊긴다면 경제활동부터 마비될 것이다. 영해 수호 활동으로 해양안보를 책임지는 해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일상생활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해군력 증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해군은 정작 인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장 병사로 입대하려는 청년들부터  급감하고 있다. 육군보다 복무기간이 2개월 긴데다 함정 최소복무기간도 6개월에 달한다는 점이 약점으로 거론된다. 이 와중에 장기복무하겠다는 간부들마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무엇보다 침대와 휴식공간이 좁은데다 휴대폰 사용도 통제되는 함정근무를 싫어하는 장교와 사병이 늘고 있다. 문제는 함정 근무 기피 풍조가 지속되고 심지어 확산된다면 탄도미사일 요격능력까지 보유한 8200톤급 이지스구축함이나 3600톤급 신형 호위함 등 최신형 무기체계가 2024년말 해군에 인도된다해도 '항시 운용'이 제한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막대한 국방예산이 들어가는 해군 전략자산 확충이 병역자원 부족이란 걸림돌에 부딪혀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해결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국방비전 2050’에 따르면 20년 전만해도 20대 남성인구는 35만명 수준을 유지했지만 2021년부터 25만명으로 줄어든데 이어 2037년부터는 15만명으로 급감한다. 1차와 2차 인구절벽에 따른 징집 가능 인력 감소는 군의 전투력 저하로 직결되고 여전히 병력 기반 의존도가 높은 우리 군 구조에서 군사대비태세마저 약화시킬 수 있다. 매우 심각한 위협이다. 

송갑석(왼쪽 첫 번째) 민주당 의원과 이종호(두 번째) 해군참모총장이 10일  '해양강군으로 도약을 위한 변화와 혁신' 세미나에 참석, 경청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송갑석(왼쪽 첫 번째) 민주당 의원과 이종호(두 번째) 해군참모총장이 10일  '해양강군으로 도약을 위한 변화와 혁신' 세미나에 참석, 경청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런 현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이 10일 국회의원회관 제 1소회의실에서 '해양강군으로 도약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주제로 국회 정책세미나를 주최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송 의원은 이날 개회사에서 "첨단 해양 강군으로 도약을 위해선 해군이 직면한 군의 가용병력 감소와 기지경계작전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전략자산의 운용과 유지 중심 인력 획득 대책, 함정기지에 대한 복합경계작전 수행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정호 해군본부 인사참모부장은 이날 발표한 '병역자원 급감에 따른 인력획득 및 복무여건 개선 방안'에서 "2018년 100%를 기록했던 병사 획득률은 지난해 70% 수준으로 4년 간 30.0% 떨어졌다"며 "장교와 부사관 획득률도 각각 9.5%, 9.2% 하락했다“고 밝혔다. 2018년 230명을 기록했던 장교 장기복무 지원자는 작년에 194명으로 15.6% 줄었고 부사관도 같은 기간 1017명에서 898명으로 11.7% 감소했다.

해군과 해경 수당 비교 분석. (인포그래픽제공=강정호 해군 소장)
해군과 해경 수당 비교 분석. (인포그래픽제공=강정호 해군 소장)

강 부장은 유사 직종과의 비교 분석자료까지 제시, 눈길을 끌었다. 강 부장에 따르면 해군 상사(8호봉)는 함정근무수당과 출동가산금, 시간외근무 등 각종 수당을 다 받아도 임용 12년차 해경(경사 10호봉)보다 약 180만원이 적다. 휴일수당과 야간수당이 아예 없다. 물론 본봉에선 상사가 경사보다 많을 수 있다. 다만 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전역한뒤 해경으로 지원하는 간부가 2017년 456명에서 2021년에는 646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함정근무 간부에 대한 야간·휴일수당 신설 (인포그래픽제공=강정호 해군 소장)
함정근무 간부에 대한 야간·휴일수당 신설 (인포그래픽제공=강정호 해군 소장)

이런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 중인 정책 및 제도 개선 방안과 관련, 강 부장은 ▲병사 함정 의무복무기간 4개월로 축소 ▲해상근무병 최대 2개월 이내 복무기간 단축 ▲2024년부터 함정 근무 간부(대위~하사)에 대한 휴일수당·야간수당 신설·시행 ▲병사 함정근무수당 8만원, 출동가산금 하루 9000원으로 인상 등을 제시했다. 함정근무자들이 해상 출동 작전 중 쌓인 스트레스를 풀도록 육상생활관을 신축하고 합당한 처우도 보장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기획재정부와 인사혁신처가 ‘필승해군·정예해군’으로 거듭 나도록 적극 협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군 함정이 정박하고 군수를 지원받으면서 전투력을 복원하는 군항의 경계작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 해군의 고백도 주목됐다. 잦은 인원 교체로 임무수행 숙련도가 떨어진데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동길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은 이날 "군항 경계작전 제대는 개인·공용화기 위주 무장 보유로 적 침투시 효과적인 차단·격멸이 제한되고 광범위한 구역에 대한 신속한 작전 수행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병력절감형 경계작전 시스템 구축 방안 (인포그래픽제공=강동길 해군 소장)
병력절감형 경계작전 시스템 구축 방안 (인포그래픽제공=강동길 해군 소장)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해군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병력절감형 경계작전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정찰드론과 융합형 카메라로 침투세력을 빨리 탐지·식별하고 무인 레일로봇, 무인로봇 등을 활용해 추적한뒤 적으로 식별된 표적을 무장드론이나 다족보행로봇, 출동대기부대로 섬멸한다는 개념이다. 2함대 예하 인천해역방어사령부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오는 6월까지 시범적용 중인 무인 레일로봇 운용 결과를 토대로 해군 전체 기지에 확산할 필요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미국이 전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근간에는 미 해군도 있다. 항공모함 1척과 각종 함재기를 보유한 비행단, 이지스순양함, 이지스구축함 또는 호위함, 핵추진잠수함, 군수지원 함정 등으로 구성된 항공모함 강습단으로 바다를 지배하는 미 해군에 정면으로 맞설 싸울 국가는 현재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강대국 간 패권 다툼이 날로 치열해지고 우크라이나 전쟁도 장기화되는 가운데 주변국들도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해군력 증강에 나선 상태다. 북한은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조,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운용을 시도하는 등 발사플랫폼 다양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최소 4개 항공모함 전투단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해군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일본은 고성능·대형전투함을 대거 배치 중이다.  

안팎의 위기 상황을 맞아 우리 해군이 한반도의 평화와 인도·태평양 지역 번영을 위해 자랑스런 대양해군으로 발돋움하면 국가 생존능력이 더 커지고 지속발전 가능성도 더 높아질 것이다. 정치권을 비롯해 모든 국민이 지원에 나설 때다.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세미나를 알리는 홍보물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세미나를 알리는 홍보물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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