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5.11 17:36

이스라엘, 5층 방어망으로 국민 생명 보호

11일 국회도서관에서  북핵대응 안보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11일 국회도서관에서  북핵대응 안보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핵무기 사용의 5대 조건을 명시한 핵무력정책법으로 인해 북 정권이 추구하는 핵전략의 지향점은 '억제 기반 전략'에서 '선제공격을 전제한 전략'으로 전환돼 자의적으로 핵공격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위험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김정은에 대한 어떤 참수작전 시도도 차단 또는 예방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반영됐다." (박무춘 국민대 정치대학원 초빙교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실거리사격으로 (대기권) 재진입기술을 극복하고 7차 핵시험을 수소탄 운용시험으로 완료하면 미국은 직접적이고 심대한 위협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여론이 동맹의 연루 위협으로 인식해 한미동맹의 분열을 지향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이를 노리고 지속적으로 미국에 대한 위협을 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위촉연구원)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과 한반도선진화재단 북핵대응연구회가 1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북핵 대응과 국방혁신의 합치성'을 주제로 주최한 북핵대응 안보 세미나에서 발제자들이 강조한 내용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작년 9월 핵무력정책법을 제정한데 이어 지난 4월 1일 사진에 노출된 것만해도 7개가 넘는 '화산-31'이란 전술핵탄두까지 공개했다. 이와 관련,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예상 폭발력은 약 10킬로톤(kt)으로 공중폭발이 가능한 핵분열무기일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를 괴멸시킨 원자폭탄 리틀보이의 3분의 2이 해당되는 위력을 지닌 셈이다. 

북한 탄도미사일 투발능력. (인포그래픽=박진호 박사 발제문 캡처)
북한 탄도미사일 투발능력. (인포그래픽=박진호 박사 발제문 캡처)

북한은 저수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이나 터널에 숨어있다가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쏘는 시험에 이어 회피기동 미사일 발사, 고체 연료 방식의 미사일 도발, 핵 어뢰 수중폭발, 핵탄두 공중폭발 시험,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 등을 통해 핵탄두를 투발(投發)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을 과시한 것은 물론 언제든지 실전에 투입할 수 있음을 공언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핵무기가 고도화된 마당에 그간 '눈을 가리고 귀도 닫았던' 세월이 후회막급이다. 북의 핵 개발은 대미견제용이자 체제유지 수단이란 선전공작에 현혹된데다 '설마 같은 동포를 향해 쏘겠어'라는 안이한 사고에 사로잡힌 탓도 적지 않다. 북핵 개발 과정마다 "예의 주시하겠다", "좌시하지 않겠다"라는 수사적 표현이나 엄포만 반복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던 역대 정권과 군,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이 원통스럽다. 이들의 총체적 잘못으로 일반 국민들은 실제 위협으로 등장한 북한 핵무기를 머리 위에 두고 살아야 하는 신세로 내몰렸다. 

10일 열린 '북핵 대응과 국방혁신의 합치성' 세미나에서 3명의 발제자가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10일 열린 '북핵 대응과 국방혁신의 합치성' 세미나에서 3명의 발제자가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한반도선진화재단 북핵대응연구회는 그간 세미나 등을 통해 북한이 원자탄 핵탄두를 적어도 100발 가량 생산한 것으로 추정했다. 작년말까지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핵물질은 178~447개의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에 달한다. 1993년부터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선언한 북한과 달리 미국의 '핵우산'(확산억제) 속에 갇힌 나머지 한 발도 보유하지 못한 우리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이 10일 개회사를 통해 국방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기호 의원실)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이 10일 개회사를 통해 국방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기호 의원실)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이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식하고 북한의 핵위협에 강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평화를 지키는 힘은 그저 말로 하는 구걸이 아니라 강한 군사력과 안보동맹에 의한 힘의 균형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타당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을 통해 미국의 핵우산 제공 계획을 공유하고 논의하며 핵미사일을 탑재한 핵추진잠수함과 항공모함, 폭격기 등 미군 전략자산을 더욱 자주 한반도로 전개하기로 약속 받은 것은 의미가 크다. 

조성욱 평화연구원 박사(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교수)는 이날 발표한 '한국형 3축체계+α를 위한 국방혁신 보완뱡향'을 통해 "30분 안에 목표물을 타격한다는 킬체인(Kill Chain)은 발사장 도착 즉시 신속한 발사가 가능한 KN-23·24등 고체연료 핵미사일 개발로 실효성이 크게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반 탄도미사일보다 낮은 고도로 비행하다가 종말 지점에서는 70도 이상의 낙하각도로 처박히는 편심탄도(偏心彈道) 비행과 상승기동이 가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개발로 인해 그 효과가 더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북한 핵미사일의 배치·운용·위협 (표=조성욱 박사 발제문 캡처)
북한 핵미사일의 배치·운용·위협 (표=조성욱 박사 발제문 캡처)

과거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비행고도가 80~90㎞ 이상이었지만 KN-23·24 미사일은 최대 고도가 30~60㎞로 낮아졌다. 아군 레이더로 탐지할 수 있는 시간이 줄었든 셈이다. 요격 고도가 40~150㎞인 주한미군 사드로는 30㎞대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2022년 10월 28일 발사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최대 고도가 24㎞에 그쳤다. 

만약 북한이 신형 미사일과 직경 600㎜ 초대형 방사포를 함께 발사하는 '섞어쏘기'에 나선다면 최대 요격고도는 40㎞이지만 15㎞ 고도에 침투하는 물체 파괴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지대공미사일 천궁Ⅱ나 최대 요격고도 20~30㎞인 패트리엇 PAC-3 미사일 등으로 방어하는데 한계가 있다.

더구나ㅈ한국 군의 정찰위성은 2025년 이후에야 2시간 간격으로 북한지역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한반도 관측이 가능한 위성을 254개 운용 중인 미국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실정이다.

KAMD 문제점과 대응능력. (표=조성욱 박사 발제문 캡처)
KAMD 문제점과 대응능력. (표=조성욱 박사 발제문 캡처)

조 박사는 보완방향으로 ▲24시간 북한을 감시하기 위해 군사용 정지궤도 위성(최소 5대, 방문주기 1시간 이내) 개발 ▲고도 12㎞ 이상 성층권에서 수개월 체류 가능한 태양광 군정찰 무인기(EAV-3) 개발 ▲이동 또는 엄폐된 북 핵미사일 차단타격을 위한 첨단정밀유도무기(precision-guided munition:스마트밤) 증강 ▲사이버무기, 전자전무기, 에너지무기 등으로 발사단계에서 시스템 교란 등이 필요하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형미사일 방어체계는 현재 종말단계의 저고도에서만 단 한 번의 요격기회가 가능하다"며 "북한의 미사일 증강추세를 고려해 상승단계에서 요격이 가능하도록 요격영역 확대가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요격시간이 짧은 만큼 항공기 탑재 요격미사일이나 고에너지 레이저 무기로 요격하자는 발상이다. 5층 방어망을 구축한 이스라엘을 벤치마킹하자는 뜻이기도 하다. 

북핵문제 대응에 있어 우리에게 기회 요인은 무엇일까. 박진호 국방연구원 위촉연구원은 "전체주의적 성향을 갖는 절대자가 이끄는 국가의 약점은 절대 지도자"라며 "과거 참수작전과 같은 김정은 제거 위협은 바로 우리에게 기회요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조성욱 평화연구원 박사도 유사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공격을 받은 후에 대응조치로 공격자를 제거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은 정밀타격이 가능한 타격전력과 특수작전 부대 등이 투입되는 작전"이라며 "김정은과 전쟁지도본부에 대한 참수작전 가능성을 적극 과시하고 실질적인 능력을 구비하며 훈련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김정은 등을 포함한 북한 수뇌부의 동선 파악은 물론 핵 미사일 기지 등 주요 군사시설 등에 대한 표적체계를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32개의 인공위성을 갖고 있는 한국에게 있어 5600여개의 인공위성을 보유한 미국과 207개 인공위성을 운영 중인 일본과 협력해 북한의 핵 위협세력을 정확히 표적화하는 분석작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노력과 시도가 본격화되어 향후 성과로 이어진다면 김정은이 자신의 목숨을 버릴 각오까지 하면서 대남 핵공격에 나설 가능성은 크게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혁신 4.0의 핵심내용 (인포그래픽=조성욱 박사 발제문 캡처)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혁신 4.0의 핵심내용 (인포그래픽=조성욱 박사 발제문 캡처)

국방혁신 4.0은 북핵 위협 대응에 보다 초점을 둘 필요가 크다. 북한이 핵무기에 집착하는 것은 달리 말해 재래식 전면전은 포기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무춘 국민대 초빙교수는 "재래식 위협에 관한 부분은 계산된 위험 차원으로 간주해 그 비중을 줄이고 그만큼을 북핵 위협 대응을 위반 부분으로 우선순위를 전환해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귀담아들을 만한 제안이다. 

국방부는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방산기업들과 협력해 기존 무기체계의 한계를 뛰어넘는 강력한 전자무기와 초고성능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물샐틈없는 안보체제 확립을 위해 전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데에도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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