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6.19 16:53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규제 풀고 지방 지원 늘릴 때

양기대(왼쪽부터) 의원과 홍정민 의원, 김민철 의원, 김승원 의원이 19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양기대(왼쪽부터) 의원과 홍정민 의원, 김민철 의원, 김승원 의원이 19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중과세 대상으로 취득세는 약 2~4배, 등록면허세는 일반세율의 3배가 중과된다. 각종 세액공제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그로 인해 새로운 기업 유치가 어려워 역설적으로 과밀억제권역 도시는 침체되고 있다."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경기도 내 14개 지자체가 과밀억제권역으로 규제를 받고 있다. 수원특례시는 2000년 89%였던 재정자립도가 2022년 44.19%로 반토막 나는 등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

"창릉 3기 신도시가 위치한 고양시는 과밀억제권역, 개발제한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중첩규제로 공업지역이 0.166㎢로 전체 면적의 0.06%에 불과하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

경기도에 지역구를 갖고 있는 국회의원 10명이 19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주최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제기한 하소연이다.

수도권 규제 현황. (그림=양은순 수원시정연구원 실장 발제 캡처)
수도권 규제 현황. (그림=양은순 수원시정연구원 실장 발제 캡처)

1983년 7월부터 시행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올해로 만 40년이 됐다. 서울과 인천, 경기도에 집중된 인구와 기업을 비수도권으로 옮겨 국토균형발전을 이룩하자는 뜻으로 1982년 제정된 법률이다. 강산이 네 번도 다 바뀔 만큼 긴 시간이 지났지만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는 생각하는 국민들은 얼마나 될까.

서울 반경 40㎞ 이내 지역 중에서 인구밀도 또는 인구증가율이 수도권 평균보다 높은 지역을 과밀억제권역으로 일괄 지정한 이후 권역내 지역 격차 확대에 따른 불만이 날로 커지고 있다. 서울, 인천(일부), 의정부, 구리, 남양주(일부), 하남, 고양, 수원, 성남, 안양, 부천, 광명, 과천, 의왕, 군포, 시흥(일부)등 16개 시는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 강도 높은 규제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 전체 면적의 17%, 인구의 73.3%를 차지한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광명은 수도권 서남부 과밀억제권역 내 도시 중 공업지역 비율이 최하위이자 고용기반 경제 자족률이 56%에 불과하다. 단지 서울과 인접했다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규제를 받아 자족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침상도시'로 전락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박 시장은 "국토 균형발전은 누구도 반대할 수 없지만 규제 중심의 수도권 정책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반드시 수도권에 투자가 필요한 기업들까지 경쟁력을 약화시켰고 발전 정도가 다른 수도권 전체를 획일적으로 규제해 수도권 내 지역 격차라는 또 다른 불균형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김동근 의정부시장도 "의정부시는 지난 70년간 군사도시로서 희생을 강요받았다가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 제정 등으로 자족도시 도약을 위한 기회가 겨우 마련되었지만 각종 중첩 규제로 가용용지 발굴 및 기업 유치 기반 마련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김 시장은 "기업 입지 규제에 가로막혀 자족시설의 부족, 기업경쟁력 상실 등 역차별로 지역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과세 불이익 (표=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수도권 정비계획 및 패러다임 전환' 발제 캡처)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과세 불이익 (표=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수도권 정비계획 및 패러다임 전환' 발제 캡처)

박 시장과 김 시장의 지적은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성장관리권역과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된 용인시는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까지 발표되면서 남사읍 인근 집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성장관리권역인 평택시는 삼성전자의 잇단 증설과 GTX-A, C노선 연장 추진으로 인구가 증가하는 실정이다. 규제 완화 등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과밀억제권역 내 서남부와 북부 도시의 위축이 지속될 우려가 적지 않다.

양은순 수원시정연구원 실장은 '수도권 규제 완화를 통한 국가성장관리' 발제를 통해 "수도권 규제의 맹점은 지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라며 "산업 트렌드와 시대 패러다임, 인식 변화 반영이 미흡하고 밀집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 실장은 "수도권 규제는 완화하되 지원이 필요한 지역에 추가로 지원하고 가점제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성장억제나 과밀억제책이 아닌 국가 성장정책으로 총량을 확대하고 비수도권을 추가 지원하자"고 주장했다.

지역 자체적으로 개발계획을 세우고 당면 현안을 해결하며 중앙정부는 법률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지방분권 실현 차원에서 올바르다. 지자체가 스스로 취·등록세를 폐지하면서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어 공장 규제 완화 조치가 뒤따라야할 것이다. 

해외 수도권 정책 변화 (표=양은순 수원시정연구원 실장 발제 캡처)
해외 수도권 정책 변화 (표=양은순 수원시정연구원 실장 발제 캡처)

이미 선진국은 수도권 규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혁신으로 방향을 틀었다. 프랑스는 1960년 파리와 주변지역을 대상으로 과밀부담금제를 시행해오다가 국가 전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에 따라 1982년 과밀부담금 대상을 축소한데 이어 1985년에는 공장설립허가제를 파리 중심만 빼고 폐지했다. 2004년에는 수도권 규제를 국토정책투자조정기관의 정책목표에서 배제했다. 일본도 2002년 도쿄지역 공장과 대학 입지 규제를 폐지하면서 이곳을 국가전략특구로 지정했다. 수도권 규제를 없애면서 정책의 초점을 수도권 기능의 강화와 재편으로 전환한 상태다.1960년대만 해도 런던권 사무실 입지 규제와 지방 분산 유도에 나섰던 영국도 2010년부터 런던 동부를 IT 중심지로 개발하는 '테크시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한국은 비수도권 지자체의 반발과 이를 비호하는 지역 국회의원의 지원 사격으로 '서울공화국'의 과밀화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경기도 도시 간 역차별만 조장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금과옥조처럼 지키고 있다.

기업이 단일공장에서의 효율 극대화와 생산물량 최대화로 승부를 겨루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첨단기술을 개발한 뒤 이를 가능한 빨리 양산화하는 경쟁이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 고급두뇌가 몰려 있는 곳에서 시너지 효과 발휘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기술의 집적과 집중이 경쟁의 승패를 좌우할 현실에서 미래성장동력을 확충하는 길이 과연 무엇인지 냉정히 판단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이 19일 축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이 19일 축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와 관련, 김진표 국회의장은 "저출산과 저성장 등 경제·사회 환경변화에 발맞춰 규제를 현실화하고 동일 권역 안에서도 지역의 특성과 차이를 고려해 맞춤형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며 "현행 수도권정비법을 현실에 맞게 조속히 고치고 혁신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혜련 의원 역시 "수도권의 성장을 억제해서 얻는 형식적인 균형이 아니라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그것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라고 단언했다.

수도권의 발전을 막아 비수도권을 키우겠다는 지난 40년의 실험은 사실상 실패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면서 국민 전체가 나눠갖는 파이를 키우는 것이 급선무이다. 국가경쟁력 강화와 국토 균형발전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 더이상 네거티브, 제로섬 방식의 규제를 지속하는 것은 곤란하다. 초거대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도시 단위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19일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의원들이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 연단에 나란히 서 있다. 윤호중(왼쪽 두번째)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원성훈 기자)
19일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의원들이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 연단에 나란히 서 있다. 윤호중(왼쪽 두번째)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원성훈 기자)

윤호중 의원은 "수도권 규제완화는 지역균형발전의 원칙과의 조화 속에서 추진이 필요하다"며 "수도권 규제완화 성과를 상생자금으로 확보, 비수도권을 지원하는 등 수도권-비수도권 상생구조를 확립해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타당한 제안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으로 과도한 규제를 푸는데 정치권이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이에 앞서 지자체도 자구노력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변모하는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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