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6.23 14:58

불법체류·불법취업 악용 막아야

외국인 유학생 시간제취업 허용시간과 허용분야. (표=법무부 외극인체류 안내 매뉴얼 캡처)
외국인 유학생 시간제취업 허용시간과 허용분야. (표=법무부 외극인체류 안내 매뉴얼 캡처)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가 지난 10년간 8만명에서 20만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지방대학의 상당수는 수년전부터 내국인으로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부분 정원 외로 들어오는 유학생이 다니면서 등록금을 납부해야만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가능하다. 졸업예정자 취업률에 못지않게 유학생 유치에 신경을 쓰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유학생은 일손이 부족한 지역 기업 운영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대학 기숙사나 인근 원룸 등에서 살면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농·어산·촌 지역경제 유지에도 기여 중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2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하계 총장 세미나에 참석, 전문대학과 유학생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런 현실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이 부총리는 "전문대 졸업생의 지역 정주율은 (일반) 대학에 비해 높아 지역사회 발전과 밀접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유학생을 통해 지역 산업이 당면한 일손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와 전문대학이 지역 소멸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국내 취업이 가능한 체류자격은 주재(D-7), 기업투자(D-8), 무역경영(D-9), 교수(E-1)~선원취업(E-10), 거주(F-2), 재외동포(F-4), 결혼이민(F-6), 방문취업(H-2) 비자로 제한된다. 

유학(D-2)비자를 받은 대학생은 주당 20시간까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한국어 능력을 보유하고 대학 유학생 담당자의 확인을 거쳐야 한다. 인증 대학교나 성적 우수자는 5시간 추가 근무 혜택을 받는다. 취업 가능 업무는 음식업 보조, 일반사무 보조, 면세품 판매 보조, 일반 통역·번역 분야 등이다. 대체로 토·일요일, 공휴일이나 방학은  아르바이트 시간 제한 기간에서 빠진다. 한국어 능력 수준이 토픽 4급(KIIP 4단계이수) 이상이라면 제조업 취업도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일반연수(D-4) 사증으로 입국한 어학연수생도 6개월이 지나면 주당 20시간까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 다만 전문학사 2년, 학사 4년이란 유학 과정이 경과된뒤 학점 미달 등으로 졸업요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예외적으로 체류허가를 받았다면 시간제 취업허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경복대학교 유학생들이 지난 3월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복대)
경복대학교 유학생들이 지난 3월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복대)

유학생들은 아르바이트로 모든 돈을 학비와 생활비에 쓰고 대부분 저축한다. 한국이 출신국가인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보다 임금이 훨씬 높은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편이다. 이를 위해 학교 출석을 주 2일로  압축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인구 감소가 진행 중인 한국은 성실하고 근면한 외국인 유입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 유학비자를 발급할 때 요구되는 재정능력 을 너무 높게 유지하고 취업비자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서 유학을 병행할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법무부가 유학생 비자제도 개선방안을  23일 발표한 것은 의미가 크다. 목표는 해외 우수 인재 유치 확대와 유학생의 졸업이후 국내 정착 유도이다. 오는 7월 3일부터 시행된다.

핵심은 유학비자 발급 과정에서 유학 후보자의 재정능력 심사 기준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재정능력 입증 기준부터 달러에서 원화로 바꾼다.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학 형편을 감안, 학위과정 유학생은 1600만원, 어학연수생은 800만원 상당의 재정능력만 입증하면 된다. 비지방대학의 경우 학위과정은 2000만원, 어학연수생은 1000만원 상당이다. 한국에 유학생으로 올 수 있는 문턱을 낮춘 것이다. 지방대학이 장학금 지급 확대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유학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경산시 외국인 유학생들이 2021년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접종을 접수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산시)
경산시 외국인 유학생들이 2021년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접종을 접수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산시)

유학생들의 아르바이트 허용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도 주목된다. 전문학사·학사과정 유학생의 시간제취업 허용시간이 주당 20시간에서 25시간으로 확대된다. 학업성적과 한국어능력이 우수하다면 주당 5시간 추가근무 허용을 통해 30시간까지 일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유학생의 취업시간이 연장되면서 편의점과 식당 등 소상공인의 구인난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학생들은 통상 학생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수준의 단순노무 분야에만 취업이 가능하다. 앞으로 방학 중엔 유학생이 전문분야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것이 허용된다. 유학생에게 진로탐색 기회를 넓혀 주는 조치로 풀이된다. 방학 기간 중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일하면서 전문성을 쌓는다면 취업 준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학업을 마치고 국내 기업에 입사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능력 있는 인재가 졸업 후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국내에 장기거주한다면 날로 떨어지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기대된다. 바람직한 결정이다.

아르바이트 추가 근무시간 인정 혜택이 제공되는 한국어능력 입증방식도 다양화된다. 기존 한국어능력시험(TOPIK) 성적 외에도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 세종학당 한국어 기준이 추가된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은 외국인이 한국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한 기본소양을 키워주는 교육이다. 한국어가 아직 서툴더라도 국내 적응력 제고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마치는 성의를 보인다면 우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아울러 유학생이 법령에 따라 의무로 규정된 현장실습, 교육부 고시에 따른 '표준 현장실습학기제'에 참여하는 경우 시간제 취업허가를 받지 않아도 내국인 학생과 동일한 실습 기회를 부여받게 된다.

2021년 외국인 유학생 서포터즈 발대식 모습. (사진제공=경기도)
2021년 외국인 유학생 서포터즈 발대식 모습. (사진제공=경기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에서 일과 공부를 함께 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비전문취업(E-9)이나 선원취업(E-10) 비자로 입국,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자신의 직업 전문성을 개발해 숙련기능인력(E-7-4) 자격을 따는 길이 열린 것이다. E-7-4은 국내에서 5년 이상 단순노무 분야에서 일한 외국인의 소득, 경력, 학력, 한국어능력 등을 점수제로 평가한뒤 장기 취업이 가능한 비자로 변경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뿌리산업이나 중소제조업, 농·축·어업 등 숙련인력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분야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뿐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가 몰려 사는 지역 인근 대학의 재정난 완화 효과도 예상된다.

법무부의 이같은 대책은 지방대학에 유학생 추가 유치 기회를 제공하고 대학 인근 지역 기업과의 산학협력프로그램 강화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 가정형편이 어렵더라도 한국 유학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외국인 범위를 넓힌 것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여겨진다.

우려되는 점은 유학제도 완화를 불법체류·불법취업의 통로로 악용하는 외국인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 불법을 부추기면서 기생하려는 내국인이 가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법무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적정한 체류 관리를 통해 이런 부작용을 막으면서 유학생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지방대학도 발전가능성과 잠재력을 갖춘 인재 유치 노력을 강화, 유학생의 '코리안 드림' 성취를 도우면서 상생 기반을 중장기적으로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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