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2.11 15:58
강훈식(왼쪽 네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스타트업 정책과제토론회에서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강훈식(왼쪽 네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스타트업 정책과제토론회에서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국내 투자자와 지원기관의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외국환 거래의 번거로운 절차와 비효율을 개선해야 한다. 해외 투자 신고를 하려면 한국은행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신고 후 길게는 5일 이상 소요된다. 국외 펀드에서 취득한 지분율이 10%를 넘을 경우 기존 절차에 더해 6개월 이내 외화증권 취득보고와 회계결산 이후 정산보고 등 별도 의무가 있다. 이런 복잡한 절차와 준비 서류 등으로 의사 결정 이후 집행까지 장시간 소요되는 점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진출을 저해하는 요소다.”

김영덕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대표는 1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 개방성 확대를 위한 입법과 정책과제’ 토론회에 참석, 국내 투자자의 해외 진출을 막는 절차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국내 펀드는 대부분 정책금융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고용창출’이란 명분으로 한국 기업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며 “한국 투자사들이 먼저 해외에서 활동하며 '플레이어'로서 인정을 받아야 한국 스타트업도 따라 인정받을 수 있다. 단기적, 국수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제약을 완화해 국내 벤처캐피탈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주요 강대국보다 협소한 내수시장을 감안하면 스타트업의 대부분이 성장 단계에서 해외사업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도와줄 창업지원 기관이 외국에서 활동하려면 해당 국가 벤처캐피탈 출자 등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만 현지 파트너 소개, 멘토링이 가능하다. 해외 파트너 확충과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력 강화로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아웃바운드를 지원하고 해외 스타트업의 국내 진출(인바운드)을 유도하는 노력이 총체적으로 이뤄질 때 한국 창업생태계 경쟁력도 한단계 강화될 수 있다. 

투자자의 해외진출을 저해하는 절차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 법령 상 벤처투자회사(옛 창업투자회사)는 총 운용자산의 40%를 최초 창업일 기준 3년 미만의 국내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해야 한다. 모태펀드가 출자한 펀드는 결성 규약 상 총 모집액의 60% 이상을 ‘주목적’에 투자할 의무를 진다. 경영지배 목적으로 해외 투자할 때 7년 내 빠져나와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 변호사는 이날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글로벌 개방성 확대를 위한 입법 과제’를 통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진출시 적용되는 제약을 해소해야 한다”며 ▲투자대상 제한 단계적 축소 ▲해외 투자 주목적의 모태펀드 계정 신설 ▲벤처투자회사의 계열사 지분 취득 제한 중 해외 지사 설립 관련 예외 적용을 제안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11일 축사에서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의 대표로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개방성 확대를 끌어내는 구심점 역할을 해낼 것을 약속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11일 축사에서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의 대표로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개방성 확대를 끌어내는 구심점 역할을 해낼 것을 약속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강훈식 민주당 의원(유니콘팜 대표의원)은 “해외 유수의 스타트업이 국내에 진입할 경우 토종기업과의 경쟁은 불가피하고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은 국내 우수한 인력와 자본의 유출이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부작용이 두려워 바다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우리가 놓칠 블루오션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대표적인 통상국가인 우리나라야말로 인재와 자본이 보다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도록 개방성을 지속적으로 높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은 주기적인 보완대책 입안과 실행으로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기반 위에서 K스타트업은 전세계에서 날개를 맘껏 펼칠 수 있다. 

글로벌 리서치기관인 스타트업 게놈의 ‘2023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의 생태계 경쟁력이 가장 높고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미국 로스앤젤레스, 이스라엘 텔아비브가 2~5위 순이다. 미국 보스턴에 이어 중국 베이징이 7위, 싱가포르가 8위, 상하이는 9위이다. 한국 서울의 경쟁력은 12위이다. 독일 베를린(13위), 일본 도쿄(15위)에  앞서는 것에 결코 자위할 때가 아니다. 역대 정부마다 창업활성화 정책을 펼쳤지만 내국인 중심으로 생태계가 활성화되는데 그친데다 아시아 지역 내에서도 존재감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서효주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가 11일 국회에서 힌국 스타트업 생태계 주요 이슈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사진=원성훈 기자)
서효주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가 11일 국회에서 힌국 스타트업 생태계 주요 이슈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사진=원성훈 기자)

서효주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이날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글로벌 개방성 진단 및 주요 이슈’를 통해 “한국은 해외 스타트업 비중 및 해외 자본 유치 수준을 말하는 ‘글로벌 연결성’에서 미국, 영국,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 선도국보다 열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글로벌연결성은 6점인데 비해 싱가포르와 런던, 텔아비브는 10점이다.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진출 비중은 최고 7%로 추정된다. 최고 90%인 싱가포르나 80%인 이스라엘에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총 투자금 중 해외자본 비중도 7%로 싱가포르(32%), 영국(25%), 프랑스(12%)에 뒤진다. 

서효주 파트너는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기업 최소자본금 요건은 1억원으로 1싱가포르 달러를 규정한 싱가포르나 미화 1달러인 미국보다 높다”며 “상법 상 내외국인 모두 100원이지만 통상 외국인은 사업자등록 실사단계에서 1000만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외국인이 국내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할 때 최소 자본금 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한국인처럼 온라인법인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업자 지원서비스를 담은 ‘K-Startup’ 포털부터 영문이 제공되지 않아 외국인 예비창업가로부터 원성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중기부 산하기관과 관련 사이트 25곳 중에서 9곳에서만 영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친다. 그나마 국문 대비 없는 기능과 정보가 많아 결국 국문 페이지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 외국인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언어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창업 관련 정보는 100% 외국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수립, 시행할 때다.

벤처기업은 외국 인재 영입에 관심이 높다. 현재 한국의 외국인 취업비자(E-7-1)은 선도국가 대비 높은 수준의 학력과 경력을 요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 9월 취업비자 발급 심사기준에서 학력요건을 폐지하는 대신 1단계로 최소임금 수준을 평가하고 2단계에선 ▲임금(20점) ▲다양성(20점) ▲학력(20점) ▲현지 고용(20점) ▲국가부족인력(20점) ▲기관프로그램 연계(10점) 등 6개 평가항목에서 총 110점 만점에 40점 이상  받으면 비자를 발급해주고 있다.

인재를 유치하고 해외자본을 조달하려면 경쟁국과 비교해 우리의 부족한 점을 수시로 고쳐나가야 한다.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이 한국을 주무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절실하다.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국가로 각인된다면 외국 스타트업들이 몰려올 것이다. 기업공개나 매각으로 성공신화를 쓴 창업자가 쏟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규제를 완화하는데 정부와 국회가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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