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6.28 13:40
(포스터제공=홍석준 의원실)
(포스터제공=홍석준 의원실)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휴대폰처럼 전기자동차도 아무런 불편없이 쉽게 충전할 수 있다면 미세먼지 절감은 물론 지구 온난화 방지 효과도 보다 빨리 나타날 것이다. 내연엔진에 비해 훨씬 비싼 2차전지 비용 등을 감안, 정부와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급하는데도 전기차 구입을 꺼리는 이유는 부족한 충전시설과 긴 충전시간으로 인한 불편 때문일 것이다. 화석연료보다 짧은 주행거리, 사용 기간 경과에 따른 배터리 효율 성능 저하 우려, 높은 사고 수리 비용으로 인한 자동차 보험료 부담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전기차의 높은 성장성을 인정, 대기업들이 충전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주유소에 비해 충전기를 찾기 힘들다. 도입 초기인 관계로 인프라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전기차는 '생산→소비→재활용→폐기'로 이어지는 단순 선형적 재활용 경제의 한계에서 벗어나 새로 투입되는 물질이 버려지지 않고 유용한 자원으로 반복 사용되는 시스템을 의미하는 순환경제를 상징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이런 점에서 에버온(everon)의 활약상이 돋보인다. 에버온은 2013년 국내 최초로 전기차 전용 카셰어링 서비스를 도입, 서울에서 런칭했다. 지난해 9월 현재 전국에서 1만5000개 가량의 개방형 전기차 충전기를 운영 중이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와 설치, 관리·제어 소프트웨어 보유·공급, 유지보수 등 전기차 충전 인프라 전반에 걸쳐 솔루션을 제공한다. 충전기 사용을 위한 위치 조회, 충전중 상태 조회 등이 가능한 전기차용 충전기 공유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SK네트웍스는 에버온의 가치를 인정,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2대 주주(지분율 14%)로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전기차에 이어 상용화될 모빌리티는 도심 상공에서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다. 대표적 형태가 될 전기 수직이착륙 항공기(ele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aircraft)는 도시권역에서 기존 헬기보다 높은 150~3500m 고도에서 시속 30~50㎞로 오가도록 개발 중이다. 회전익과 고정익, 무인기에 채택된 기술 등을 적용하는 첨단기술의 집결체로서 안전한 비행, 낮은 소음, 오염물질 미배출, 쉬운 접근가능성을 갖춰야한다. 핵심은 배터리와 모터 등을 이용한 분산전기추진시스템, 수익이착륙, 자율주행 및 충돌회피 등 비행제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처럼 배터리는 모빌리티의 중추이자 친환경 미래산업을 이끌 지속가능 성장의 핵심동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배터리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사용후 배터리 시장규모도 올해 7000억원에서 2030년에는 12조원, 2050년에는 60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SNE리서치는 전망한 바 있다. 

인류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재인 플라스틱은 제조와 소각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내뿜는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바다로 들어가 미세플라스틱으로 잘게 쪼개지면서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와 자원으로 생산하고 철저한 재사용과 재활용을 통해 중간에 유실되는 폐플라스틱을 최소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본질적 해법은 차배터리처럼 자원순환형 구조를 지닌 순환경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석유화학기업들은 ▲석유계 플라스틱을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대체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을 통한 석유화학 공정 원료 순환이용을 추진 중이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K-순환경제 이행을 위한 대정책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K-순환경제 이행을 위한 대정책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처럼 한국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이끌 새로운 패러다임인 순환경제 정착 방안 모색을 위해 2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K-순환경제 이행을 위한 대정책 토론회'가 열려 주목을 끌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실제 탄소가 많이 배출되는 시멘트, 플라스틱 등 산업에 순환경제를 도입하면 2050년에 약 93억톤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며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인 엑센츄어와 맥킨지는 전세계 순환경제 구축으로 2030년까지 4조5천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와 함께 탄소배출량도 48%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주환(오른쪽) 국민의힘 의원과 이은주(가운데) 정의당 의원이 27일 'K-순환경제 이행을 위한 대정책 토론회'에 참석,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주환(오른쪽) 국민의힘 의원과 이은주(가운데) 정의당 의원이 27일 'K-순환경제 이행을 위한 대정책 토론회'에 참석,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공동 주최자인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 수립를 위한 순환경제가 각광 받으면서 정부도 '탄소중립을 위한 K-순환경제 이행계획'을 수립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며 "재활용 및 에너지 회수 체계의 정비를 비롯해 관련 기술 개발 확대,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지원방안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순환경제로의 진행은 이미 5년전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2018년 1월 제조공정에서 사용되는 원료와 연료의 순환성 강화를 명시한 자원순환기본법을 제정, 시행하면서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실현을 위한 10개년 계획'을 내놓았다. 2020년 12월에는 '2050년 탄소중립 실천계획'을 공개하면서 국제사회에 한국의 약속을 알렸다. 2021년 12월 탄소중립을 위한 한국형 순환경제 이행계획을 수립한데 이어 지난 4월에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기본계획을 확인했다.  

(그림=조현수 과장 발제 캡처)
(그림=조현수 과장 발제 캡처)

조현수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이날 'K-순환경제 이행 활성화방안'을 통해 "2022년 12월 순환경제법 제정으로 2025년부터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생산자에게 내구성과 수리용이성 등의 의무가 부여된다"며 "폐플라스틱을 연료나 원료로 재활용하기 위한 열분해시설을 확대한다. 2020년 0.9%를 기록했던 생활 플라스틱의 열분해 비율을 2026년까지 10%로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들이 구매한 제품을 고쳐가면서 오랫동안 쓸 수 있도록 생산자가 수리에 필요한 예비부품을 확보하도록 하면 소비와 유통과정에서 폐기물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국회는 이미 발생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등 사후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자원순환기본법을 전부 개정, '순환경제사회 전환촉진법'을 제정했다. 2025년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버려지는 자원의 순환망을 구축, 투입되는 자원과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경제체제로 정의되는 순환경제 개념을 도입했다. 설계와 생산, 유통, 소비 등 전 과정에서 정교한 세부이행 실천방안과 제도 정착을 위한 개선방향이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할 것이다.

(그림=이한철 과장 발제 캡처)
(그림=이한철 과장 발제 캡처)

이한철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환경과장은 이날 'K-순환경제 이행을 위한 산업 및 시장 동향' 발표를 통해 석유화학산업에서 열분해유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석유사업법을 개정하고 열분해유 생산의 대형화와 첨단화를 유도하며 폐플라스틱을 고품위 원료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9대 순환경제 선도프로젝트(CE 9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2024년 1월부터 철스크랩은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아 지정고시되는 등 필수 금속자원의 순환공급망이 확대된다. 버려지는 제품 중에서 유해성은 낮고 경제성은 높아 순환 이용 가치가 큰 품목은 순환자원으로 인정해 현행 폐기물 규제를 면제받도록 한다는 결정에 따른 조치다. 배터리 재사용 사업 촉진을 위해 재사용배터리 안전섬 검사제도도 수개월 내  마련된다. 오는 10월 시행되는 전기생활용품안전법 개정안 하위 법령에 안전기준 등 세부 사항이 반영될 예정이다.

순환경제로 넘어가려면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관련 업계의 적극적인 협력, 국민의 전폭적인 참여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할 것이다. K-순환경제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 소비 총량부터 억제하고 폐기물의 양도 줄여야 한다.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도 정부의 탄소중립 전환 설비자금이나 융자·보증 지원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찾아 참여한다면 전환작업에어 속도가 배개될 수 있다.

커피박 팰릿제품 (사진=ENF 에너지 홈페이지 캡처)
커피박 팰릿제품 (사진=ENF 에너지 홈페이지 캡처)

커피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인 커피박은 목재나 볏짚에 비해 탄소함량이 많고 지용성 지방인 특성으로 발열 효율이 높다. 경북 고령군 성산면에 있는 ENF 에너지는 수거한 커피박을 혐기미생물로 자연건조 시킨뒤 가공과정을 거쳐 난방용 팰릿이나 캠핑용 팰릿, 숯으로 상품화했다. 커피는 0.2%만 소비되고 내리는 과정에서 99.8%는 찌거기로 버려지며 커피박을 태우면 1톤당 이산화탄소가 338㎏ 배출됐다는 점에 착안했다. 축사 수분 조절 깔개로 쓰고 난뒤 축분 연료 팰릿으로 제조하면 축분 발전소 연료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커피박 이외에도 유익한 순환자원으로 환생시킬 만한 폐기물을 추가 발굴하는 노력이 광범위하게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