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6.30 15:45
큐팡 대구 풀필먼트센터에서 운용하고 있는 무인 지게차. (사진제공=쿠팡)
큐팡 대구 풀필먼트센터에서 운용하고 있는 무인 지게차. (사진제공=쿠팡)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드디어 수출이 6월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관세청 통관 기준 수출은 작년 상반기보다 11.8% 줄어든 286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무역협회는 예상했다. 13대 주력 품목 중에서 자동차와 일반기계를 빼고 11개 품목의 수출이 뒷걸음쳤다.

무엇보다 엔데믹 전환 바람 속에서 단가가 급락하고 수요도 대폭 줄어든 반도체의 부진이 뼈아팠다. 이로 인해 지난 1분기에는 세계 10대 수출국 중에서 유일하게 수출이 두 자릿수로 감소하기까지 했다. 지난 3월 최초로 월간 수출 60억달러 고지에 올라선뒤 3개월 연속 60억 달러를 돌파 중인 자동차의 눈부신 질주가 없었더라면 'K-수출' 위기감은 더욱 증폭되었을 것이다.  

(표제공=산업부)
(표제공=산업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자동차 수출액이 작년 5월보다 49.4% 늘어난 62억3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중 가격이 높은 친환경차의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64.3% 증가한 21억달러에 달했다. 1~5월 수출액은 294억44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4.3% 늘어났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차 생산량은 총 182만7000대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5월 생산량(169만5000대)를 크게 넘어섰다. 차랴용 반도체 등 부품 공급 정상화로 코로나 여파에서 완전히 탈피, 성장세로 돌아섰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반기에는 최대 수출지역인 북미와 두 번째로 수출이 많은 유럽연합에서 기준금리가 한두 차례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소비자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자동차 수출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청신호도 없지 않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메모리 감산 효과가 하반기 중 나타나면서 4분기 초부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선박과 석유화학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무협은 전망했다.

(표제공=관세청)
(표제공=관세청)

'큰 형님' 격인 자동차의 선전에 못지않게 '아우'인 지게차 수출도 매달 신기록을 쓰고 있다. 관세청은 올해 1~5월 화물을 싣고 나르는 건설기계인 지게차 수출액이 5억2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8% 늘어났다고 30일 발표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에 비해 수입은 1억19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9% 줄었다. 올해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최고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비록 절대 수출 금액으로는 자동차의 12분의 1에 불과하지만 증가율에선 자동차를 앞섰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전년 대비 1~5월 수출액 증가율을 보면 2021년 19.1%에서 작년 25.7%로 높아졌다. 해가 갈수록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10억달러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여겨진다. 2021년(7억900만달러)과 2022년(9억4800만달러)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역대 최대 수출 신기록을 이어가게 되는 셈이다. 

수소모빌리티 실증사업이 진행되는 현대글로비스 울산 KD 센터에서 작업자가 수소지게차를 이용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모비스)
수소모빌리티 실증사업이 진행되는 현대글로비스 울산 KD 센터에서 작업자가 수소지게차를 이용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모비스)

그간 지게차 수출은 2016년 4억5200만달러이후 2018년 6억8000만달러로 매년 증가해오다가 2019년 6억5000만달러로 4.5% 준데 이어 2020년에는 4억8000만달러로 25.5% 급감했다.

올해 들어 고금리 지속과 수요 위축 등으로 글로벌 경기둔화가 심화되었음에도 K-지게차가 이처럼 진격한 것은 주요 국가마다 공장과 물류창고 신설이 활발해지는 등 산업현장 수요가 크게 늘어난 기회를 십분 활용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겪은 주요 국가 중에서 중국은 방역을 위해 지역 단위 봉쇄 조치으로 제조업체의 가동 중단이 많이 발생했다. '세계의 공장'에서 부품이 갑자기 출하되지 않자 수입국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 간에 패권다툼 형태의 무역갈등이 표면화된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물류 공급이 차질을 빚는 사태가 빈번했다.

더이상 이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자국 내부 또는 핵심 동맹국 간의 교역을 통해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흐름이 미국과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강화되면서 그간 원가절감을 노리고 외국으로 나갔던 제조 및 물류거점이 자국으로 되돌아오는 리어쇼어링도 증가했다. 

(표제공=관세청)
(표제공=관세청)

지난 1~5월 중 미국에 대한 지게차 수출액이 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77.6% 늘어났다는 점이 주목된다. 대미(對美) 수출은 2021년 3억9500만달러, 2022년 6억3000만달러로 각각 전년 대비 61.7%, 59.4% 증가한 바 있다. 미국은 에너지 안보와 미국 내 생산 지원을 위해 ▲배터리, 태양광 패널, 풍력터빈, 중요 광물 가공의 리어쇼어링에 대한 생산세액공제 ▲전기차, 풍력터빈, 태양전지판 등 청정기술 제조 건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등을 명문화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2022년 8월 발효한 이후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공장 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다.

올해 대중국 지게차 수출도 2800만달러로 103% 급증했다. 제로코로나 정책을 중단하고 리오프닝에 들어간 영향이 나타난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캐나다 수출액도 13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게차 조명을 활용해 지게차 주변의 위험 구역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기술이 적용돼 작업자가 위험구역으로 진입하면 조명이 붉은색으로 바뀐다. (사진제공=포스코)
지게차 조명을 활용해 지게차 주변의 위험 구역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기술이 적용돼 작업자가 위험구역으로 진입하면 조명이 붉은색으로 바뀐다. (사진제공=포스코)

지난해 한국은 스웨덴에 이어 세계 10위 지게차 수출국이었다. 현 추세라면 올해 순위는 이보다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연합(UN) 컴트레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지게차 수출액은 중국이 55억9000만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독일(38억6000만달러), 미국(22억6000만달러) 순이었다. 

지게차는 동력에 따라 엔진차량, 전동차량, 기타(무인운반기 등)로 분류된다. 작년에는 엔진차량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연간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올해 들어서는 모든 품목에서 고른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특히 적재중량 3톤이하의 소형엔진 수출 증가율이 85.5%로 가장 높았다.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동차 증가율도 54.3%로 뒤를 이었다.

(인포그래픽제공=관세청)
(인포그래픽제공=관세청)

한국 자동차와 무기체계가 세계 시장에서 관심을 끄는 이유는 우수한 성능에 비해 가격이 경쟁국보다 싼데다 기술이전, 현지생산에도 적극 협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성비가 뛰어난 국산 지게차 역시 2019년까지 180개국에 이미 진출했다. 그 이후 보네르, 세르비아, 퀴라소 수출에 성공하면서 K-지게차를 수입하는 국가는 183개국에 이른다.  

쿠팡이  2022년 3월 준공한 대구 풀필먼트센터는 지하 2층~지상 10층으로 축구장 46개 규모의 초대형 물류센터로 유명하다. 상품진열과 집품 자동화를 위해 도입한 무인운반로봇 1000여대와 함께 수십개의 무인지게차는 직원이 누르는 버튼 한 번으로 대용량 제품을 옮긴다. 무인지게차가 작동되는 공간에선 사람의 출입이 차단된다. 

이처럼 24시간 반복작업이 이뤄지는 물류센터 등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지게차의 도입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인건비 절감과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무인자율주행 지게차의 성능과 내구성, 안전성을 보다 높이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뒤따라야만 수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반 자율지게차, AI기술이 적용된 실시간 작업자 충돌위험 감지 시스템 등 혁신 제품과 기술에 대한 정부의 연구개발비 투자와 해외 마케팅 지원 강화를 통해 지게차 수출 순위를 보다 높게 끌어올리자.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