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7.12 12:11

중기부 '규제예보제' 본격 운영…나홀로 규제·골목 규제도 찾아 정비

어르신들이 지난 5월 서울 성북노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된 OK저축은행의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OK저축은행)
어르신들이 지난 5월 서울 성북노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된 OK저축은행의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OK저축은행)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형편이 여유로운 노인들의 가장 큰 소망은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이삼(23)일 앓다가 사(死·4)망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1920년생으로서 현재 기고, 강연 등으로 활동 중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본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대한민국 기업 수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99.9%에서 수년간 변동이 없다. 2022년 7월 현재 중소기업 수는 728만60233개사이고 대기업 수는 9370개사이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1754만1182명으로 전체의 81.3%를 차지한다. 한국에서 중소기업의 위상은 ‘9981’로 집약된다.

문제는 일자리 제공 측면에서 중소기업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종사자 중 중소기업 비중은 2016년 83.3%에서 이미 2%포인트 떨어졌다. 대기업의 상당수는 뛰고 있는 반해 중소기업은 걷거나 심지어 제자리에 멈추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대기업과의 임금격차가 커진 데다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불안감으로 취업전선에서 중소기업의 인기는 하락 중이다. 이대로 간다면 중소기업 종사자 비중은 향후 70%대로 내려올 수 있다.    

대기업은 이익 증가 폭보다 작은 수준에서 인력 규모를 유지하려고 한다. 더구나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발전 여파로 신규 채용의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고용규모가 대기업 전체의 4배가 넘는 중소기업이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매출이 안정적으로 늘어나야만 신규 채용 여력 유지도 가능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래를 선도할 핵심 기술을 지닌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 속속 생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이 벤처캐피탈 등의 투자를 받아 첨단분야에서 세계시장을 노린 신제품을 개발, 매출을 키운 뒤 기업공개에 성공하거나 국내외 다른 기업에 팔려 큰 돈을 거머쥔다면 이스라엘처럼 창업대국으로서의 생태계가 갖춰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가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고 대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적극 유도해야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기업은 각종 규제 법령에 둘러싸여 있지만 중소기업은 지원 대상이다. 정부는 중소기업기본법 규정에 따라 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종합계획을 3년마다 수립, 시행해야 한다.  창의적이고 자주적인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나아가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국민경제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중소기업의 혁신역량과 경쟁력 수준, 성장성 등을 고려해 지원대상의 특성에 맞도록 중소기업시책을 세워 실시해야 한다는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페이스북 캡처)
(사진=중소벤처기업부 페이스북 캡처)

중소벤처기업부는 11일 중소·벤처기업의 '경제기여도 50+ 달성'을 위해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에 나서고 디지털 역량으로 무장한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육성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중소기업 육성 종합계획(2023년~2025년)'을 내놓았다.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주도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춰 입안됐다. 중소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의 저력을 모아 초일류 국가에 진입한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 수출액은 1175억달러로 전년 대비 1.7% 늘었다. 중소기업 직·간접 수출비중 ‘40%+’가 달성됐다.

정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감소세로 전환된 수출 진흥을 위해 해외거점 기반부터 확충한다. 현재 12개국에 설치된 20개 수출BI(비지니스인큐베이터)를 투자·금융·기술·프로그램 등을 종합지원하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로 개편하고 중소벤처 주재관 등 중소기업 지원거점도 설치할 방침이다.

현지진출 활성화를 위해 K-POP 공연과 수출박람회를 융합한 'K-CON with K-BRAND'를 올해 6회 열고 2025년에는 10회 이상으로 늘린다.

여러 개로 분산된 수출기업 지정제도를 '글로벌 강소기업 1000+ 프로젝트'로 통합한다. 선정된 1000개사에는 최대 1억원의 수출바우처를 기본 지원하고 10개 시중은행과 8개 정책금융사에서 대출 금리와 보증료 우대를 제공하도록 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수출대상국과 주력품목이 대기업보다 다변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강소기업 1000개사의 활약상이 기대된다.

경영성과가 우수하고 실시간 제어 등이 가능한 고도화된 스마트공장을 집중 보급한다는 전략도 눈길을 끈다. 가치사슬 연계를 위해 공급망 내부 기업 간 제조데이터를 연결해 협업하는 클러스터형 스마트공장 구축도 확대 지원한다. 제조현장 디지털화와 고도화를 촉진해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표=중소벤처기업부 페이스북 캡처)
(표=중소벤처기업부 페이스북 캡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문화 확산에도 주력한다. 선배 대기업이 미래세대 중소기업을 위해 교육, 상생, 협업을 지원하는 '상호 윈윈형' 신동반성장 모델을 발굴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등의 부당한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해 각 부처에 산재한 기술보호 지원정책을 맞춤형으로 매칭시키는 범부처 게이트웨이를 구축한다.

첨단분야 신제품 개발과 해외진출을 위해 네거티브 규제특례가 적용되고 글로벌 수준의 실증 및 인증체계가 구축되는 한국형 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스타트업의 투자유치와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글로벌펀드'를 올해 8조6000억원 규모로 늘리고 조성지역도 중동, 유럽 등으로 넓힌다. 세계 시장을 노린 창업·벤처 생태계 창출에 염두를 둔 전략이다. 

무엇보다 향후 5년간 초격차 스타트업을 1000개 이상 선별한뒤 민·관 공동기술사업화와 연구개발, 글로벌 진출 등에 2조원 규모를 지원한다는 전략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 10대 분야 민간투자 촉진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초격차펀드를 조성한다. 미래경제를 이끌 딥테크·신산업 스타트업 육성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페이스북 캡처)
(사진=중소벤처기업부 페이스북 캡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신설되거나 강화되는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규제예보제'를 본격 운영한다는 방침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중기부는 관련 규제정보를 카드뉴스 형태로 안내하면서 현장 의견을 수렴한 뒤 업계 이익 대변자로 나설 방침이다. 대기업에 비해 로비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을 편드는 것에 뭐라 할 사람은 없다.   

신산업 발달에 걸림돌인 국내에만 존재하는 '나홀로 규제'와 업종·업태별 '골목 규제'도 찾아내 개선할 방침이다. 해외사례 분석과 기업인 인터뷰 등을 통해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규제가 제거된다면 창의적인 기업가의 신시장 진출이 보다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중기부는 위기대응 조치로서 ▲복합위기로 인한 경영애로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 공급 ▲벤처·스타트업의 성장단계별 맞춤형 정책금융 지원 강화 ▲경영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 회복을 위한 정책자금 공급 ▲부실위험에 있거나 폐업 중소기업·소상공인 재도약을 위한 전용 융자·보증 지원 등을 제시했다. 방향과 원칙은 옳지만 실천단계에서 삐걱거리기 마련이다. 효율성 확보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정책금융상품은 많이 나왔지만 지원대상과 지원조건 파악이 어렵고 제출서류도 복잡해 신청을 꺼리는 소상공인은 여전하다. 보다 편리하고 쉽게 정책자금을 지원받거나 보증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개선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정책자금을 받도록 도와주면 성공보수로 보험을 들어달라"며 소상공인에게 접근, 작업을 대행하는 브로커가 자리잡을 여지부터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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