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7.24 15:26

코스맥스바이오, 62개 농가로부터 '차즈기' 연간 40톤 수매

백두대간 봉화군의 약용식물 100종. (사진=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백두대간 봉화군의 약용식물 100종. (사진=국립백두대간수목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1981년부터 2019년까지 개발된 신약은 1881개로 그 중 46%가 천연물 성분이거나 천연물 유도체이다. 해열진통제 아스피린의 원천성분은 버드나무, 항암제 탁솔은 주목나무, 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스토는 푸른 곰팡이, 뇌전증약 에피디올렉스는 대마이었다." (손미원 엠테라파마 대표)  

"천연물신약은 만성 난치성질환 치료제로서 시장성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 탐색에서 화합물의 숫자보다는 구조적 다양성이 중요하다. 임상 2상 이상의 후보물질 중 65%가 천연물 유래 대사산물이다. 제약바이오기업과 스타트업들은 기능성소화불량, 당뇨병성신경병증, 만성폐쇄성폐질환, 치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적응성을 가진 천연물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

"농업생명자원에 생명공학기술 등을 적용한 그린바이오 산업의 세계 시장은 2020년 현재 1.2조달러로 방대했다. 2027년까지 연평균 6.7%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양주필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

뽕나무과 식물인 헴프는 대가 가늘고 길며 잎의 끝이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헴프씨드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제공=닥터 브로너스)
뽕나무과 식물인 헴프는 대가 가늘고 길며 잎의 끝이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헴프씨드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제공=닥터 브로너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24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국가천연물 바이오산업 육성 전략 도출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나온 제언과 의견이다. 대체로 레드(의약품), 화이트(환경·에너지), 그린바이오(농식품)로 이뤄지는 바이오산업의 유망성은 알려져 있지만 그간 정부는 상대적으로 그린바이오에는 관심이 적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코스맥스바이오는 꿀풀과 한해살이 풀인 '차즈기'에서 눈피로 완화 효과 기능성 물질을 발견했다. 전남 62개 농가와 496㏊ 면적의 계약재배 계약을 맺고 연간 40톤을 수매하고 있다. 이처럼 천연물은 기업과 농업이 상생발전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농가는 기능성식품이나 화장품 등의 소재 원료를 공급하며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천연물은 그린바이오 다른 분야 육성을 위한 기반이 될 뿐 아니라 천연물화장품, 생물의약품, 기타 친환경소재의 핵심 원자재 또는 소재로 널리 활용될 수 있다. 인류가 오랫동안 쓰거나 접해오면서 효능이 검증됐다는 장점도 지닌다.

이런 평가와 중요성을 감안, 정부는 지난 2월 종자, 동물용의약품, 미생물, 곤충, 식품, 천연물을 6대 유망 그린바이오 산업분야로 선정하면서 2027년까지 시장규모 10조, 글로벌 및 유니콘 15개 육성, 수출 5조원을 달성한다는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강릉시 구정면 1087번지 일대 93만㎥가 천연물 바이오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됐다. KIST강릉분원천연물연구소, 강릉과학산업진흥원, 한국식품연구소 강릉연구소 등과의 협력체계를 통해 천연물바이오 연구개발부터 산업화까지 전주기 지원이 가능한데다 정주와 입지요건의 우수성도 인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 강원도의 국가산업단지는 1975년 지정된 동해시 북평국가산단이 유일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국가천연물 바이오산업 육성 전략 도출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국가천연물 바이오산업 육성 전략 도출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권성동 의원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천연물 바이오 산업은 천연물에서 얻어지는 소재를 활용해 식품, 화장품, 의약품 등을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높은 잠재력을 가진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며 "강릉이 수도권과 KTX로 연결돼 1시간대의 교통망, 강릉원주대학교 등 5개 대학의 인재와 교수진 등을 갖추고 있는 것은 국가산단의 본격 추진과 성공을 위해 필수적인 기업 유치에 있어 큰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자생식물 3159종의 56.9%가 강원도에서 서식할 정도로 천연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백두대간의 동식물과 광물, 동해안의 해양 천연물 등을 기반으로 친환경 그린스마트단지로 육성하는 것은 국가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원주에 비해 제조기반이 부족한 강릉의 포트폴리오 강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신일식 강릉원주대 산학협력단장은 '국가천연물바이오 산업단지 조성 정책 제언' 발제에서 강릉이 국가산단으로 지정받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려면 파마리서치, 파마리서치바이오, 메디코슨과 같은 앵커기업 투자유치를 확대하고 입주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릉시는 보조금의 5~10%를 3억원 한도에서 시비로 추가 지원하고 이전과 신·증설 투자에는 10억원 한도에서 총투자금의 20%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하반기에 지원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취득세가 면제되고 재산세도 10년간 100% 감면되는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받기위해 오는 8~12월 지정용역을 거쳐 내년 1월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24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국가천연물 바이오산업 육성 전략 도출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24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국가천연물 바이오산업 육성 전략 도출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강릉 천연물 바이오 산단 후보지가 자리를 잡으려면 각부처가 공모하는 관련 사업부터 따내야할 것이다. 입주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전문인력 공급을 위해 재직자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재학생을 중심으로 하는 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뒤따라야 한다. 

심재만 강릉과학산업진흥원 해양바이오융합사업본부장은 "천연물 원료의 국내산 대체가 시급하다"며 "현재 국내에는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 기반 천연물 바이오소재의 원료생산에서 원료표준화, 대량가공, 제품화에 이르기까지 원사이트에서 지원되는 플랫폼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농생명 소재 이용기업 중 33%만이 국내에서 생산된 천연물원료를 사용하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원료를 해외에 의존한다. 국내에서 노지생산되는 원료는 표준재배법이 없는데다 원료단가가 높아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된다. 해외 위탁재배의 경우 원료의 비균질성과 오염문제가 대두된다. 

시판 중인 천연물의약품. (표=손미원 대표 발제 캡처)
시판 중인 천연물의약품. (표=손미원 대표 발제 캡처)

손미원 엠테라파마 대표는 '천연물 식·의약품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 제언' 발제에서 "2세대 천연물의약품은 경증 치료 또는 보조 치료제로서 사용되고 대부분 일반의약품이었던 1세대와는 달리 중증 치료와 주 치료제로 이용되는 전문의약품으로서 합성의약품과 경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손 대표는 "미국 식품의약국은 천연물 의약품에 들어있는 전체 혼합물을 하나의 원료로 간주한다"며 "국내 천연물신약이 미국, 유럽 등에 진출하려면 원료생산 및 재배관리의 국제화가 필요하다. 연속적, 안정적, 계획적으로 정밀재배가 가능한 스마트팜을 통해 기능성 천연물 원료를 경제적으로 대량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국 14개 강소특구와 주요 바이오 클러스터 중에 천연물 바이오 신기술 분야는 없는 실정이다. 국가산단과 연구개발 특구 지정을 통해 국내 천연물 바이오 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이 시급하다.

임정빈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장은 "천연물 산업은 농림수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면서 인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웰니스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블루오션 친환경 웰빙산업"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헴프 등 산업화를 위해 규제혁신 ▲부처간 협력정책 추진 ▲신뢰가능한 통계 및 정보제공 기반 구축 ▲농림수산업과의 연계 강화를 위한 전략과 지원대책 마련을 실천과제로 제시, 주목을  끌었다.

2022년 9월 30일 안동 헴프 통합관제센터를 방문한 이영(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이철우(왼쪽 네 번째) 경북도지사 등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북도)
2022년 9월 30일 안동 헴프 통합관제센터를 방문한 이영(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이철우(왼쪽 네 번째) 경북도지사 등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북도)

다양한 연구개발 지원사업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 사례로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는 ▲지역사회와 정부의 일관된 계획과 추진력 ▲뚜렷한 비전을 가진 선도자의 리더십 ▲인근 연구기관과의 네트워크 ▲특정 분야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손꼽았다. 

천연물산업은 신성장산업으로서 그 가치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지자체, 연구기관, 기업, 농가 등이 협력해 소재 발굴과 신제품 개발에 나서는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오원근 한국생약학회장은 "한국의 발전된 그린바이오 과학 기술을 이용한 신품종 개발, 식물농장 등의 재배기술을 품질규격으로 확보하는 표준화, 대사체 연구, 효능평가 및 산업화 기술과 접목하며 집중투자한다면 천연물바이오 산업은 도약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관련 부처와 기관이 귀담아들을 만한 충고로 판단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