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7.25 11:40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에서 수출 준비 중인 'XM3' 모습. (사진제공=르노코리아자동차)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에서 수출 준비 중인 'XM3' 모습. (사진제공=르노코리아자동차)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한국 경제가 2개 분기 연속으로 성장했다. 수출과 민간소비가 함께 줄면서 10분기 만에 0.3%의 역성장을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 충격에서 확연히 벗어난 모습이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드면서 나타난 '불황형 성장'이란 냉엄한 평가와 함께 불황터널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만한 결과로 판단된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고 소비부진도 여전한 현실에서 하반기 민생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 수 있도록 세심하면서도 과감한 정책 집행이 이뤄져야 할 때다.   

경제활동별 국내총생산. (표제공=한국은행)
경제활동별 국내총생산. (표제공=한국은행)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3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0.6% 늘어났다. 작년 1분기(0.7%)와 2분기(0.8%)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작년 2분기에 비해서는 0.9% 성장했다.

무엇보다 2분기 중 제조업이 컴퓨터, 전자, 광학기기 등을 중심으로 2.8%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1분기의 1.3%를 크게 능가한 것인데다 2021년 1분기(3.3%)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기 때문이다. 제조업은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3분기 연속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2분기 연속 증가한 것은 전반적인 경쟁력이 유지되거나 강화된 덕분으로 분석된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5일 한국은행 통합별관에서 '2023년 2분기 실질국내총생산 속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5일 한국은행 통합별관에서 '2023년 2분기 실질국내총생산 속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단가 급락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자동차와 이차전치 등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실적 악화 폭을 줄이고 있다. 신승철 경제통계국장이 이날 브리핑을 통해 "불황형 성장이라기 보다는 반도체, 자동차 등 제조업 생산증가가 순수출의 개선을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사정을 감안한 것으로 여겨진다.

농림어업은 재배업을 중심으로 5.5% 증가했다. 서비스업도 운수업이 11.8% 늘어나며 0.2%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고금리에 따른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건설업은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0.3% 줄었다. 설비투자도 기계류는 늘었지만 운송장비가 줄어 0.2% 감소했다. 

민간소비는 한 분기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음식·숙박 등 서비스 소비가 줄며 0.1% 감소했다. 코로나19 시기 국민총생산 하락을 방지했던 정부 소비는 무려 1.9% 줄었다. 코로나19 환자 등이 크게 감소한데다 연초 방역조치 해제로 지출 요인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본관. (사진=뉴스웍스DB)
한국은행 본관. (사진=뉴스웍스DB)

민간·정부 소비와 투자가 모두 뒷걸음질쳤는데도 GDP가 0.6% 성장한 것은 순수출의 영향이 컸다. 2분기 수출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이 늘었지만 석유제품과 운수서비스 등이 줄면서 1.8% 감소했다. 수입은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중심으로 4.2% 줄었다. 비수기를 맞아 에너지 소비가 꺾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얘기다. 수출입 모두 한 분기 만에 감소세로 바뀌었다.

제조업 생산 증가폭이 확대되면서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1.3%포인트를 기록하면서 5분기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순수출이 2분기 성장률을 1.3%p 끌어 올렸다는 의미다. 민간의 성장기여도 역시 순수출을 중심으로 1분기 0.6%p에서 2분기에는 1.1%p로 상승했다. 반면 정부 기여도는 정부 소비 등을 중심으로 -0.3%p에서 -0.5%p로 낮아졌다. 

올해 경기흐름이 '상저하고'로 전망될 정도로 상반기의 어려움을 예상된 가운데 4~6월 중 0.6% 성장에 성공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0.8%)보다 0.1%p 높은 0.9%로 집계되는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3분기와 4분기에 연속으로 0.7% 가량 성장한다면 올해 전망치(1.4%)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한은 전망이다. 2분기보다 0.1%p 성장률을 높이면 가능한 수치다. 올해 수출 목표 이행이 사실상 실패한 마당에 성장률이라도 목표를 달성했으면 한다.

국내총생산에 대한 지출. (표제공=한국은행)
국내총생산에 대한 지출. (표제공=한국은행)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는 한 우리 경제는 1%대의 성장에 고착될 우려가 높다. 기초가 튼튼하고 실력이 좋으며 생산성도 높은 경제를 만드는 것이 지상과제다. 그렇지 못한다면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를 위해 동, 교육, 연금 등 3대 구조개혁과 규제혁신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만 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이 제대로 양성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도록 정부의 조율과 리더십이 중요하다. 해외 거대시장을 뚫기 위한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는 필요하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다. 첨단기술을 지닌 해외 기업을 국내로 유치하고 해외로 공장을 이전했던 국내 기업의 복귀를 유도하는 노력이 성과를 맺는 것이 절실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국내 경영환경과 투자조건을 경쟁국보다 더 낫게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수출품목과 수출지역 다변화도 발등의 불이다. 반도체 편중에 따른 착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견·중소기업 수출을 돕는 지원정책의 효과를 주기적으로 점검, 보완해야 할 것이다.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재정의 건전기조 회복,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강화도 정부가 보다 노력해야할 숙제다.  

정치권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낼 우려가 매우 높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이 요구된다. 국가의 미래경쟁력 확보와 청년들을 위한 '담대한 정치'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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