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7.28 18:27
경북도의회 의원을 비롯한 사무처 직원 50여명이 7월 21일 집중호우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예천 벌방리 지역의 주택가 토사 제거 등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경북도의회)
경북도의회 의원을 비롯한 사무처 직원 50여명이 7월 21일 집중호우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예천 벌방리 지역의 주택가 토사 제거 등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경북도의회)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2020년 56일이란 역대급 우기 발생이후 3년 만에 집중폭우로 국가 재난급 피해가 논을 기반으로 조성된 논콩 주산단지에서 발생했다. 농식품부는 논에 벼 대신 콩이 들어갈 경우 농어촌공사를 통해 콩주산지 및 대면적 재배지를 우선적으로 배수 개선작업을 하고 있으나 기재부에서 예산을 삭감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현 정부가 논에 밭작물 재배를 통한 쌀 생산과잉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콩 주산단지만이라도 배수펌프장 용량을 키워 근본적 침수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문윤만 한국 간척지 영농협의체 회장)   

"농협은 경제사업 뿐만 아니라 금융사업에서도 농민조합원을 위해 임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가 크다. 농업정책보험의 주요 판매자로서 농민이 아닌 회사의 이익에 충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전문적인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농협이 조력자로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대상 농작물에 피해가 발생한 경우 현장을 방문하는 손해평가인과 많은 마찰이 발생한다. 농민은 손해평가를 받게 되었을 때 너무 큰 불합리함을 느낀다."(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민주당 의원 11명이 2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주최한 ‘기후변화에 따른 농어업 재해대책 및 농작물재해보험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이다. 지난 10일부터 열흘간 집중 호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120배가 넘는 3만6250만ha를 넘었다. 시설은 61.2ha가 피해를 당했고 폐사한 가축 수가 92만9000마리에 달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상기후로 재해의 발생빈도는 짧아지고 강도는 높아지면서 그로 인한 피해가 날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2017년부터 5년간 자연재해로 인한 농경지 피해액만 900억원에 달했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말하기 앞서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해로 인한 농어업 재해대책부터 강화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위성곤(왼쪽부터) 의원, 이원택 의원, 신정훈 의원, 주철현 의원이  27일 열린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원택 의원실)
위성곤(왼쪽부터) 의원, 이원택 의원, 신정훈 의원, 주철현 의원이  27일 열린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원택 의원실)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원택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2022년 농가경제조사에서 농업소득은 949만원으로 발표됐다"며 "연간 물가상승률 3%로 계산해 30년전 가격으로 환산하면 390만원 정도 나온다. 1994년 농업소득이 1033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농업소득은 농가가 얼마나 힘든 현실인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작년 농업소득이 전년보다 26.8% 줄면서 절대금액에서도 30년전 수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준 바 있다. 

재해로부터 농가를 보호해주는 주요 수단은 재해복구비와 농작물재해보험이다.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라 태풍·호우·한파 등은 50㏊ 이상, 우박·대설·서리는 30㏊ 이상, 시설 3억원 이상의 농업피해가 나면 농작물을 다시 심는 비용인 대파대와 농약비, 가축입식비, 시설복구비 등이 지원된다. 지원단가를 높였다지만 실거래가 대비 70%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농업시설 복구비의 65%는 농민이 부담해야 하고 대파대 역시 50%가 농민 몫이다. 농기계 역시 보상대상에서 제외된다. 한마디로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피해율 산정도 피해 발생 즉시가 아니라 복구가 이뤄지는 시점에 이뤄진다. 

농업재해대책법  4조1항은 '재해대책에 드는 비용을 전부 또는 최대한 보조'라고 명시했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생계지원, 영농자금 상환 연기 등도 구호적 지원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는다.

더구나 이런 규정은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농민을 겨냥한 것이다. 영세소농은 경작규모가 작아 그나마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충남 공주, 충남 논산 지역을 찾아 집중호우 피해지역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충남 공주, 충남 논산 지역을 찾아 집중호우 피해지역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인사말에서 "정부 시책에 따라 논콩과 같은 전략작물을 재배한 농가들은 올해 집중호우로 직격탄을 맞았다"며  "6월에 파종한 논콩이 싹이 나오기도 전에 호우에 휩쓸려간데다 보상길마저 막혀 보험금을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런 제도적 맹점을 다시 살펴 품목별로 보험료 산출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며 "대상 품목도 늘려 혜택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어업재해보험법에 따라 시작된 정책보험인 농작물재해보험에 대한 농가의 불만이 크다. 정부의 운영비 지원 아래 농협손해보험이 운영하고 있다. 안호영 민주당의원은 "농업재해보험 손해율은 2019년 186%, 2020년 149%에서 2021년 74%, 2022년에는 65.2%까지 떨어졌다"며 "이유는 보상을 줄이고 보험료를 할증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농가경영안전장치로서 역할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현행 제도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1년 사과와 배를 보험상품으로 처음 도입한뒤 현재 농작물 70개 품목, 가축 16개 축종으로 늘어났다. 2022년 현재 순보험료 중에서 정부가 49.1%, 지지자체가 38.3%를 지원하고 농가 부담은 12.6% 수준이다. 2020년 현재 농가당 평균보험료는 가을감자 1101만9000원, 사과는 775만7000원이다. 보험 대상 품목이 농업생산액의 90% 이상을 차지하지만 2022년 현재 가입률은 49.9%에 머물고 있다. 

이수미(왼쪽)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이 27일 토론회에 단독 발제자 자격으로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수미(왼쪽)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이 27일 토론회에 단독 발제자 자격으로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수미 부소장은 "평균가입률이 50%를 넘는 품목은 단 9개이며 18개 품목은 10%도 되지 않는다"며 "상품설계가 적합하지 않거나 재해를 입었을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그는 "주산지를 중심으로만 가입할 수 있어 비주산지는 역차별 당하고 있으며 수확시기가 늦은 감귤류인 만감류는 쪼개지는 현상이 더욱 극심히 발생해 피해 농가가 늘고 있지만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작물재해보험의 한계로 ▲불합리하게 변경되는 기준가격 ▲높은 자기부담비율과 선의의 피해자를 낳는 지역할증 ▲벼, 고추, 복숭아 등을 제외하고는 보상대상에서 제외되는 병충해 발생 증가 ▲보험사업자와 손해평가 과정에 대한 강한 불신 등을 손꼽았다.

작물 피해는 농민만의 곤경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다. 밥상머리 물가 앙등을 야기한다. 식량수급과 연결되기에 국가 안보 차원에서 안정적인 확보에 나서야 한다.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소농과 혼자 살아가는 고령의 여성 농민 등 취약계층을 재해에서 보호하는 장치 마련도 절실하다. 

김태후(왼쪽부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와 김병규 한국농어촌공사 기반사업처 부장, 문윤만 한국 간척지 영농협의체 회장, 김동일 농협손해보험 농업보험개발팀 팀장이 27일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태후(왼쪽부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와 김병규 한국농어촌공사 기반사업처 부장, 문윤만 한국 간척지 영농협의체 회장, 김동일 농협손해보험 농업보험개발팀 팀장이 27일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태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품목마다 다르지만 필지당 가입금액이 200만원 수준이면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며 "소농의 대부분은 필지내 혼작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 보험가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재해가 없는 해에 일정 금액을 적립한뒤 재해가 발생하면 인출할 수 있는 '소득안정계정' 도입을 제시했다. 미국의 비보험작물지원프로그램(NAP)을 한국 현실에 맞춰 수정, 제도화할 것도 강조했다. 보험대상이 아닌 품목들을 재해 위험의 안전망으로 편입하기 위해 농민이 정부에 보험료와 유사한 형태의 금액을 내고 재해가 나면 손해평가를 통해 산정된 금액을 보상받는 것이다.

기후위기로부터 농촌을 지키고 식량안보를 강화하는데 정치권과 정부, 관련 기관은 적극 나서야 한다. 사후적이고 단기적 대응에 그치고 있는 재해대책의 패러다임부터 바꾸어야 한다. 전체 농지 1512만8000ha의 10% 수준인 15만ha는 현재 침수위험지역으로 남아 있다. 과거 24시간 이내 침수는 허용하고 20년 빈도의 강우에 대비한다는 조건으로 설계된 기존 배수시설의 노후화도 심각하다. 중소규모 저수지는 극한 홍수시 물이 넘치거나 붕괴될 우려가 크다. 농업생산기반시설이 작물을 더욱 강해질 자연재해로부터 능히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기준을 강화하고 저수지 설치기준도 보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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