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7.31 15:38
3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미래 청년예술세대 일자리 창출과 방안 모색'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3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미래 청년예술세대 일자리 창출과 방안 모색'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코로나19로 3년 동안 공연계는 전멸했다. 음대를 갓 졸업한 대다수는 그냥 백수로 전락했다. 교육부 인가를 받은 음대가 108개이고 한 해 졸업생이 8000명이다. 3년간 2만4000명이 졸업했는데 다들 어디로 갔나. 국공립단체는 몇 군데 안 된다. 결원이 생겨야 보충하는데 정년제 때문에 결원이 안 생기고 생긴다해도 수천대 1이다. 그렇다고 음악 전공 청년들을 그냥 놀려야 하나. 대부분 일시적인 알바로 뛰고 있다. 고급인력의 낭비다." (송인호 모바일매거진 굿스테이지 발행인) 

"오늘날 세계를 놀라게 하는 K-컬처는 순수예술의 기본과 응용의 토대 위에 만들어졌다. 순수문화예술이라는 토대가 튼튼해야 그 위에 수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져 쌓이게 된다. 현재 지원제도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기획사의 몫이다. 기획능력이 뛰어나 공연계획서를 잘 만들어 지원금을 타내게 되고 그 혜택을 보는 것 또한 정치적 카르텔이다. 주로 기초 지자체 행사 공연에 그런 사례가 많다." (김혜경 한국미래문화예술 포럼 대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3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미래 청년예술세대 일자리 창출과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들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콘텐츠 수출액은 133억달러로 가전 제품을 능가했다. 2016년 60억달러와 비교하면 6년만에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콘텐츠 시장 규모는 702억달러로 미국(9798억달러), 중국(4461억달러), 일본(2082억달러), 영국(1203억달러),독일(1130억달러), 프랑스(773억달러)에 뒤진다. 세계 콘텐츠 시장은 자동차와 비교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를 감안,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대 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현재 3~10% 수준인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제 지원을 15~25% 수준의 국가전략기술 투자 세액공제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지난 4일 올해 하반기 경제방향을 통해 밝힌 바 있다.

K-콘텐츠 수출 목표가 성공하려면 문화예술계에서 원활한 세대교체를 유도하고 코로나19로 취업 기회가 좌절되거나 경력이 단절된 청년예술인에 대한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 문화체육부에 따르면 월수입이 1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예술인 비율은 2018년 72.7%에서 2020년 86.6%로 13.9%포인트 상승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31일 토론회에서 환영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31일 토론회에서 환영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승수 의원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문체부는 예술인의 열악한 경제상황을 해결하고자 예술인의 창작안전망 지원을 확대하고 창작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산 집행과정에서 효과 분석과 부정수급 및 사용에 대한 검증절차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특정 단체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2017년 900만원에서 2018년 11억4000만원으로 126배 늘리거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아들이 문예위 예술과기술융합지원사업자로 선정돼 6900만원을 지원받게 하는 등 문화계 내에 기초 지원이 편향되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지원체계 확립'을 발표하고 '청년예술가 생애 처음·경력단절 이음 확대’를 포함한 예술지원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며 "편향된 카르텔을 뚫고 청년예술가들이 작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장애예술인 및 취약계층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는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문화예술분야에서 청년들의 참신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들이 빛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영논리에 따른 차별적인 지원도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송인호 모바일매거진 굿스테이지 발행인이 31일 국회 토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송인호 모바일매거진 굿스테이지 발행인이 31일 국회 토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송인호 발행인은 '음악극 300 제작 프로젝트' 토론문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먹거리인 K-컬처를 만들 주역인 청년예술세대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오페라와 창극을 포함한 음악극을 1년에 100편씩 3년 동안 300개를 제작하자"고 제안했다.

송 발행인에 따르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코카카)에 등록된 267개 극장과 문예회관을 제외한 400여개 공연장의 가동률은 1년에 30% 밖에 안 된다. 한 극장에 한 개의 음악극을 제작해 공연한다는 것이다.

음악극은 종합예술로 극작가, 작곡가, 연출가, 성악가, 무용수, 안무가, 연주팀, 합창단, 의상팀, 분장팀, 연출팀 등 20여명에서 60여명이 필요하다. 단순계산으로도 총 1만8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소극장 오페라 규모로 만들면 편당 제작비가 4000~5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평균 7000만원 소요된다.  

그는 "콘텐츠진흥원, 예술경영센터, 한문연 등 문체부 3개 산하기관이 연합해 별도의 기구를 만들고 외부 전문가와 함께 운영위원회를 꾸린뒤 지원금 관리도 직접 해야 한다. 다른 협회나 조직에 주면 돈이 샌다"며 "반드시 만 38세 이하의 청년들로 구성된 집합체가 제작하도록 하고 전국적으로 해당 지역 출신과 지역 대학 졸업자로 구성, 지역 공연장에서 공연을 한뒤 다른 지역으로 순회공연을 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1일 토론회에서 축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1일 토론회에서 축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3년간 제작비로 210억원을 지원해서 국가가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청년예술가들이 음악극 제작과 공연과정에서 수당을 받으면서 경험을 쌓는 것은 기본이다. 호평을 받을 경우 더 큰 무대에 설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한국이 창작한 세계적인 오페라, 창극 관련 가수나 작곡가, 연출가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송 발행인은 "저작권은 청년예술인이 갖지만 제작비를 투자한 문체부는 판권을 갖는다"며 "뛰어난 작품을 골라 제작비를 더 투입해 그랜드 오페라로 만든다. 상품 가치를 높여 국립오페라단이나 국립창극단에서 공연을 한다. 그 이후 세계 무대에 수출한다"고 설명했다. 청년예술인들의 노력과 성과는 관객 반응으로 평가된다. 우수한 작품에 합당한 보상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로 여겨진다. 문화예술 분야의 국가 미래자산이 확충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김혜경 한국미래문화예술포럼 대표가 31일 토론회에서  '기울어진 순수 문화예술계 바로잡기와 청년 일자리 창출' 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혜경 한국미래문화예술포럼 대표가 31일 토론회에서  '기울어진 순수 문화예술계 바로잡기와 청년 일자리 창출' 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혜경 한국미래문화예술포럼 대표는 '기울어진 순수 문화예술계 바로잡기와 청년 일자리 창출' 발제를 통해 "지금 운영되고 있는 국·공립 및 시립·군립 예술단체의 대부분이 정년을 보장한다"며 "정년에 가까운 고령의 나이가 흠은 아니지만 세금으로 운영되는 예술단체로서 기회균등의 법칙에는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디션 제도를 통해 법적으로 정년제를 축소해 청년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정년제에 걸린 단원들은 행정직, 시간제 강사 등으로 활동을 이어가도록 '직업전환제도'를 마련해주는 법적인 제도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구세대 예술가들이 상생하는 구조를 정립하자는 취지다.

대한민국의 국격을 가늠할 잣대 중 하나는 문화예술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작비용 마련을 돕고 인프라를 확충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소득이 낮은 계층도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관변 예술단체의 무료공연이 보다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연 횟수를 늘려 문화예술인이 본업에서 기량을 펼칠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늘 주목을 받는 상위 1%가 아닌 99%도 예술활동에서 자아를 실현하고 최소한의 생계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 기반을 강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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