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5.11.05 11:04

박근혜 정부가 ‘금융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금융위원회의 정찬우 부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금융개혁을은 금융부문의 경쟁과 혁신을 통해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지금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선진국들의 국가 경제발전과정을 보면 ‘제조업 발달→생산량증가→수출증가→금융산업의 발전→선진국진입’ 의 도식에서 벗어나는 예가 없다. 세계 10대 수출국을 자부하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올라서기 위해 금융산업의 발전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이에 개혁적이고 거시적인 어젠다보다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당면한 실천과제와 경쟁력 확보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의 금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발전방안에 대해 전문가들과 은행, 금융투자기관, 보험업계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실천과제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성적은 부진한데 가르쳐줄 선생님도 선배도 없다” 2015년 대한민국의 금융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경제부처 한 관료의 얘기다.

지난 2008년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의 ‘서브프라임’사태나 금융선진국을 자부하던 아이슬란드의 붕괴를 보면서 세계는 그들만의 혁신과 도전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11년 가을 뉴욕 월가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져나간 반(反)금융권 시위는 금융 선진국에서 벌어진 일반인들의 금융산업에 대한 불신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금융공학 ▲금융파생상품의 개발 ▲헤지펀드(사모펀드)의 확대 ▲거대 금융투자사의 출현 등 금융 선진국의 투자은행들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까지 새로운 무지개를 찾기에 바빴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철학은 금융 산업을 도약시키기도 했으나 경기 불황과 부동산가격 하락에 맥을 추지 못하고 무너졌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엥거스 디턴(Angus Deaton)프린스턴대 교수는 그의 저서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에서 “우리가 진행해 온 금융혁신 중 쓸모 있는 것이라곤 현금인출기(ATM)의 발명 뿐이라는 폴 볼커(Paul Volcker· 전 미연준의장)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없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그는 이어 “(ATM기의 도입이 적어도 30년은 됐다고 봤을 때)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금융계의 혁신은 하지 않는것만 못한 것들의 나열이었고 그동안 금융인들의 임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오르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정의 4대개혁 과제 중 하나로 ‘금융개혁’을 들고 나섰다. 은행·보험·증권사를 대상으로 개혁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도 금융개혁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체제의 파고가 몰아치던 김대중 정부시절, 은행, 보험, 증권으로 분산돼있던 감독기관의 통합에 방점을 찍으며 금융개혁은 흐지부지 됐다. 규제철폐는 그 시절에도 화두였으나 결국에는 감독기관을 통합하고 강화해 나가는 것이었다. 관치금융이라는 용어가 역사에서 사라지기엔 이른 시기였다.

이 후 참여정부 말기였던 2007년 한국을 ‘동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만들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 걸고 ‘자본시장법’을 공포했고, 이명박 정부들어선 헤지펀드의 도입과 이른바 한국형 IB(투자은행)의 길을 열어 줬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의 몸집 키우기 경쟁만 심화 됐을 뿐 실효성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각 정부의 금융산업 육성방안이 금융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진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아직도 금융권은 예대마진에 운명을 걸고, 기술금융보단 전당포식 담보에 의존한 대출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80년대와 달라진 건 ATM기의 보급확대와 금융회사의 건물과 간판뿐이라는 말이 나 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개혁은 국가가 주도해서 될 것이 아니라 업종 최고 인건비를 자부하는 금융인들의 자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목소기도 들린다.

◆독일과 일본을 보자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이후 자산과 매출대비 순이익률을 나타내는 ROA기준으로 세계 주요국 금융권 실적을 보면, 독일과 일본은 위기 이전 수준을 상회하는 반면, 한국과 미국은 예전보다 못하다.

한국 금융업계의 경우 위기이전이던 2001~2007년 ROA는 평균 0.82였으나 2014년 현재 0.44로 거진 반토막 수준이다.

반면 독일은 0.11에서 0.20으로 2배정도 상승했다. 일본은 엄청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0.03에서 0.35로 10배 이상 상승했다. 미국은 1.25에서 0.92로 오히려 감소했다.

박선욱 한국은행 국제경제부 조사역은 이와 같은 차이에 대해 “자금조달 및 운용·수익구조와 자산건전성의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독일과 일본은 금융위기이후에도 예금에 쏠림현상 없이 안정세를 유지했다. 저축·보통·MMDA(수시입출금식예금)의 증가가 한 몫한 것이다.

이들 국가들은 핵심예금으로 은행부문을 안정시키면서 비은행부문인 유가증권 운용수익도 확대해 나갔다. 아울러 방카슈랑스의 확대로 핵심예금 고객을 대상으로 한 보험판매도 양호한 실적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2008년 이전 투기적 투자에 집중했던 미국과 대조적인 부분이다. 한국의 금융업계가 참고할 대목이다.

◆동아시아 금융허브로 가는 길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중국의 부상과 핀테크 시대에 한국의 금융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규제 개혁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황 회장은 “전자와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자면 정부의 별 다른 보호없이 세계적 기업들과 맞상대해 경쟁력을 강화했다”며 “금융산업 역시 필요한 규제는 내버려 두더라도 ‘보호’라는 또 다른 굴레를 벗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그동안 금융투자업계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 반면 고객인 투자자들의 이익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 볼 시점”이라며 “투자자없는 금융투자업은 존재할 수 없는 만큼 보다 전문적이고 실력있는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와 프라이빗뱅커의 육성을 위해 금융투자업계가 총의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는 보호라는 이름의 규제를 풀어 ‘과잉보호’라는 오해에서 벗어날 때 이다. 금융투자업계역시 투자자를 우선시 하는 구조조정과 사업부문 재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과 함께 이에 대한 과제를 한 올 한 올 풀어본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