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종훈 기자
  • 입력 2023.08.25 06:05

'펫퍼민트'로 펫보험 시장 선제공략…의료 전문가 채용해 상품 고도화
인보험 동일한 규제로 성장 발목, 펫보험 특성 반영한 상품 개발 필요

메리츠화재는 유튜브 채널 '펫퍼민트'를 통해 강형욱 훈련사가 출연하는 광고 영상 3편을 공개한 바 있다. (사진제공=메리츠화재)
메리츠화재는 유튜브 채널 '펫퍼민트'를 통해 강형욱 훈련사가 출연하는 광고 영상 3편을 공개한 바 있다. (사진제공=메리츠화재)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가 550만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사료, 미용 등 관련 산업도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건강을 담보해주는 펫보험 시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보험료 대비 보장성이 떨어진다는 인식 때문에 시장활성화가 더딘 상황이다. 

그나마 정부가 반려동물 산업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펫보험을 내세우면서 다시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펫보험 시장에 선제적으로 나선 메리츠화재 이은주 장기상품개발파트 부장에게 펫보험 시장 현황과 전망 등을 물었다. 

아래는 이은주 메리츠화재 장기상품개발파트 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최근 정부의 지원으로 펫보험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향후 시장전망은.

"국내 펫보험 시장은 2007년 시작됐다. 역사가 짧은 편은 아니지만 당시 보험사들은 펫보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정확한 데이터나 노하우가 부재한 상태로 상품을 출시하다보니 고객 입장에서 비용 대비 보장성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고객 경험이 불만족스러운 경우들도 많았고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 관리가 안돼 적자상품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보험사들이 중도에 상품 판매를 관두는 경우들이 종종 생기면서 시장은 아주 미미하게 명목만 유지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판도를 바꾼 것은 메리츠화재가 지난 2018년 '펫퍼민트'라는 장기보험으로 펫보험 시장을 공략하면서부터다. 

당시에는 펫보험 시장에 1년짜리 일반보험만 존재했다. 슬개골 치료 등 실제 니즈가 높은 항목들은 정작 기본 보장에서 제외된 상품들이 주를 이루던 시장이었다. 

이에 메리츠화재가 해외 벤치마킹, 소비자 니즈 조사 등을 통해 양육자가 반려동물의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펫퍼민트'를 만들어 낸 것이다.

펫퍼민트는 다음과 같은 차별점으로 단숨에 시장 자체를 확장시켰다. 

주요 차별점은 ▲장기 상품으로 3년간 보험료 유지 가능 ▲가입 후 질병력이 있어도 3년마다 무심사 갱신 및 20세까지 유지 가능 ▲슬개골, 피부질환 등 다빈도 질환 기본 보장 가능 ▲다수의 병원에서 직접 보험청구 가능 등이다.

그러다가 이번 정부가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펫보험을 내세우면서 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사실상 모든 손해보험사가 장기상품으로 펫보험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의 강도는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반려동물보험 가입률 현황. (자료제공=메리츠화재)
반려동물보험 가입률 현황. (자료제공=메리츠화재)

-펫보험 활성화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에도 시장활성화가 더딘 까닭은.

"사실 펫보험을 사회적인 이슈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고 보여진다. 

이번 정부에서 펫보험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보험사들로 하여금 시장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와 경쟁을 독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를 벗어난 고객들의 관점에서 보면 펫보험의 인지도나 관심도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선진국에 비해서도 많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 양육자들의 펫보험에 대한 관심이 공급자의 주도하에 이뤄졌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국내에서 펫보험 활성화가 더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있다.

하나는 고객들이 갖고 있는 펫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다. 두 번째는 공급 활성화에 필요한 인프라의 미비다.

우선 펫보험 가입의사가 없는 고객의 경우 대부분 펫보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지니고 있었다. 

보장범위 혹은 가격수준, 혹은 막연하게 아직은 초기 시장이라 신뢰도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양육자들이 많이 있다.

펫보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시장에 진입한 보험사 모두가 지속적이고 올바른 대고객 소통을 통해 긍정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인프라 측면에서 보험사 운신의 폭이 국내의 다양한 규제들로 좁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의 펫보험 시장은 대부분 펫샵, 동물병원 등 양육자들이 흔히 찾는 채널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판매되는 방식을 통해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장기 펫보험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설계사 자격증이 필요하다. 때문에 자격증 취득에 따른 부담이 있어 업계 관련자들을 통한 판매 활성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품의 다양성에 있어서 상품 개발 및 유지보수 등에 적용되는 규제들이 인보험과 동일하다보니 아직 시장이 작고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펫보험 상품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이와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왜 펫보험이 활성화되지 않는가'라는 생각보다는 '이제 우리나라에도 펫보험 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는 초기적 요건들이 갖춰져 있구나'라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수의업계 등 보험영역 외적으로 넘어야 할 산은. 

"펫보험 시장의 생태계는 고객과 수의업계(동물병원) 그리고 보험사의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구조 형성과 역할 분립이 핵심이다. 

우선 수의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보험상품 고도화에 필요한 반려동물 의료 통계 및 전문가들의 경험 등을 기반으로 하는 상품개발, 손해율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의사분들이 펫보험을 통해 실질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규제적 환경과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수의업계는 펫보험이 수의업계 및 양육자들에 도움된다는 것과 관련해 개념적으로는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 협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반면 해외에서 동물병원은 초기부터 보험사들의 주요 파트너로서 업계의 건전한 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 업계 간 상호 이해와 논의를 위해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는 펫보험을 적극 공략 중이다. 이와 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는.

"메리츠화재는 원래 남들이 하지 않은 영역을 개척해내는 문화가 뛰어난 회사다. 이같은 혁신의 DNA가 메리츠화재를 펫보험 시장으로 이끌었다.

펫보험 태동 당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무조건 성장할 것'이라는 경영진 판단에 따라 사내 펫보험 TF가 만들어진 게 혁신의 시작점이다. 

사내 펫보험 TF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직원들로만 구성됐다. 이로 인해 구성원 모두 펫보험 개발에 전력을 다할 수 있었다.

여기에 업계 최초로 지난 2018년에 수의사를 회사 직원으로 채용하면서 상품개발에 전문성까지 더했다. 실제로 일본의 한 보험사는 펫보험을 위해 수의사만 150명에 넘게 고용했다. 

이 모든 요소를 원동력 삼아 펫보험 상품과 관련 보험서비스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이 모여야 최고의 펫보험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게 주효했다

메리츠화재의 펫보험 특징은 반려동물 건강과 관련해 계약 시점에 건강하면 인보험처럼 향후 자동갱신을 통해 20세까지 효력을 유지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강아지에게 슬개골이나 피부질환을 기본으로 보장해주는 콘셉트도 있다.

작년까지는 본인부담금 공제액을 1만원으로 유지하기도 했다. 이는 반려동물 양육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다만 현재는 많은 손해보험사들이 펫보험 시장에 진출해 각 상품의 특징이 대동소이 하다. 일종의 실손보험 경쟁구도로 보면 되는데 실제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펫보험은 실손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아직은 큰 차별화가 없어보일 수 있지만, 이 틀 안에서도 조금씩 다양한 상품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고, 메리츠화재도 고객들에게 보다 도움이 되는 상품 개선안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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