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9.04 12:29

수출바우처 메뉴판에 '현지 사후관리 대행서비스' 추가

HMM 컨테이너선이 미국 LA 롱비치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HMM)
HMM 컨테이너선이 미국 LA 롱비치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HMM)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1. 보세공장은 외국에서 들여온 원재료를 보세상태에서 가공한뒤 세금을 내지 않고 수출할 수 있어 첨단산업 분야에서 주로 활용된다. 작년 전체 수출액의 23%가 보세공장을 통해 이뤄졌다. 반도체 93%, 조선 92%, 바이오 91%, 디스플레이는 88%에 달했다.   

현재 중소기업 보세공장 설립 허가 기준은 까다로운 편이다. 창고 출입문의 너비와 높이, 차량의 너비와 높이, 화물관리전담부서 구성 여부, 보세사 채용 여부, 토지·건물·장비의 자기 소유 또는 임차 여부에 따라 점수를 차등 부여한다. 진입장벽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자동차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5% 늘어났다. 올해 들어 전체 수출이 12.4%, 반도체는 34.9% 줄어든 것에 비해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이처럼 수출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용 운반선을 제때 구하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더구나 컨테이너선에 실어 수출하려면 차량 연료 관련 위험물 검사 수수료를 물어야 했다. 1대당 1만1633원이 들어갔다.

현재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검사할 때만 35%를 할인해주고 있다. 이로 인해 자동차 전용 선복(船腹) 부족으로 컨테이너선에 실어야 하는 자동차업계의 부담이 적지 않았다.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정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갖고 업계 애로를 없애주거나 줄여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출 활성화를 위한 추가 지원방안’을 공개했다. 

중소기업이 설립하는 보세공장 기준을 완화, 10월부터 시행한다는 결정부터 주목된다. 시설 기준에서 화물의 손상방지 시설을 갖추었다고 판단되면 만점을 준다. 관리 기준에선 화물관리 전담부서 구성 항목을 없애고 보세사가 1명만 있어도 만점을 부여한다. 임차시설을 이용해도 감점하지 않는다. 보세공장의 진입문턱을 대폭 낮춘 결정이다. 기존 보세공장의 기득권을 줄이는 조치로 평가된다.

정부는 컨테이너선을 통해 차량을 수출할 경우 검사 수수료 할인 적용 대상을 ‘일주일 내 검사물랑’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검사기간이 연장된 만큼 할인 대상 차량도 늘어나게 된다. 자동차 수출기업이 환영할 만한 결정이다.

수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출바우처 규모와 지원 항목을 확대하고 사용 편의를 개선한다는 조치도 눈에 띈다. 올해 3473개사에 1441억원이 지원된 수출바우처 규모가 내년에는 3984개사에 1679억원으로 늘어난다. 현재 디자인 개발, 홍보, 전시회, 인증 등 14개 분야로 국한된 메뉴판에 수출에 필요한 유해물질 검사와 현지 사후관리 대행서비스 등이 추가된다. 유해물질 규제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대응비용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다. 

산업부에 지원하는 신청시기도 연 1회에서 연 2회로 분산, 적시 지원을 유도한다. 그간 수출바우처 신청 정보를 미리 얻지 못했거나 신청시기가 지난 뒤 수출환경이 바뀌어 신청하기 어렵게 됐다는 현장의 불만을 수용한 것이다.

수출바우처 수행기관 지정방식 개편도 의미가 있다. 현재 수출바우처 수행기관이 제한되다보니 무역보험이나 보증, 서류대행, 현지 등록 등에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를 감안해 수출기업이 선택, 서비스를 이용한 업체를 사후적으로 수행기관으로 인정하는 사후정산방식을 추가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최적의 수행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하는 셈이다.

8월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의 '삼성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 구주총괄 마케팅팀장 벤자민 브라운 상무가 '갤럭시 Z 플립5'와 '갤럭시 Z 폴드5'의 유럽 초기 판매가 신기록을 달성했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8월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의 '삼성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 구주총괄 마케팅팀장 벤자민 브라운 상무가 '갤럭시 Z 플립5'와 '갤럭시 Z 폴드5'의 유럽 초기 판매가 신기록을 달성했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수출실적이 없는 신기술 창업기업이 정부의 지원으로 유망 해외전시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참여 경로를 확대한 것도 수출인프라를 보강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 정부의 해외전시회 참여지원사업은 수출실적을 가산점으로 부여하고 있어 소비재나 제조업 분야에 비해 신기술 기업의 참여가 제한됐다. 앞으로 해외전시회 참여대상에 신기술 창업기업을 일정비율 이상 포함시켜야 한다. 

'K-브랜드' 한류마케팅 지원대상을 기존 드라마, 예능에서 뮤직비디오, 인플루언서 콘텐츠 등으로 확대한 것도 마케팅 방식의 다양화를 통해 수출 진흥을 꾀하려는 접근이다.

정부가 내놓은 수출활성화 방안에는 현장애로를 해결하거나 줄여주는 조치가 망라돼 있다. 한국플랜트산업협회는 격오지 근무와 높은 위험으로 신규 인력 유입이 부족한 상황인데도 발전소, 제철소, 석유화학공장은 외국인력 고용이 제한된다는 고충을 제기해왔다. 이를 받아들여 플랜트 건설 공사현장에 대한 외국인 비전문취업(E-9) 허용 방안을 12월까지 검토하기로 결정한 것은 긍정적이다. 현장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한뒤 기술 유출  등 보안 유지 대책이 마련된다면 실제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부산항 신항 북컨2단계 사업 예상 이미지. (사진제공=DL이앤씨)
부산항 신항 북컨2단계 사업 예상 이미지. (사진제공=DL이앤씨)

부산항 신항터미널 내 수출 컨테이너 무상 사전반입기간을 현재 3~4일에서 경영여건이 열악한 중소 화주를 대상으로 5일로 확대를 검토한다는 조치도 업계의 고충을 수용한 것이다. 코로나19이후 사전반입 가능 기간이 줄어들어 외부 야적장 보관료와 상·하차료 등 물류비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출동력을 찾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중견·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 방안도 나왔다. 전력공기업이 해외 발전사업 수주전에 참여할 때 가급적 국산 기자재를 쓰도록 유도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국산 태양광이나 풍력 제품을 신제품(NEP),신기술(NET)로 인정해 공기업 경영평가에 가점을 줄 방침이다. 이리 되면 전력공기업이 국산 기자재 장착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일감을 따낼 경우 동반진출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직계열화를 이미 달성한 중국 기자재 업체와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풍력 터빈제조업체의 요청을 수용한 조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제공=기재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제공=기재부)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9월에는 무역수지 흑자기조 지속과 함께 수출 감소 폭이 추가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며 “4분기 중에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출 증가 시점을 가능한 앞당기면서 보다 안정적인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마련하기 위해 추가지원방안을 마련했다고 분석된다.

주력산업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고 유망분야에서 새로운 수출동력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한다. 수출지역 다변화에 나서면서 지원 기반을 다지는 노력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규제를 혁파하고 기득권과 카르텔로 인한 폐해를 없애나가면서 수출산업의 신진대사를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서둘러야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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