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9.26 17:58

6월말 기업빚 2705.8조 '사상 최대'…GDP 대비 민간부채 225.7% '역대 최고'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기업의 신용위험이 전반적으로 올라가는 추세다. 원금은커녕 이자도 제때 못 갚는 기업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지속되는 높은 금리로 매달 갚아야할 금융비용이 증가한데다 소비 여력 감소로 인한 매출 부진도 일상화된 탓이다.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독과점기업을 제외하고는 코로나19 이전보다 크게 오른 원자재와 인건비를 완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에 반영시키기 힘들어졌다. 저성장과 고금리, 고물가에 따른 기업의 수익성 하락 흐름이 언제 상승세로 반전할지 알 수 없다. 최악의 결과가 오기 전에 악성 ‘좀비기업’부터 질서 있게 퇴출시키는 작업에 선제적으로 들어갈 때다.

한국은행은 26일 발표한 ‘2023년 9월 금융안정 상황’을 통해 지난 1분기 중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주요 업종의 업황 부진으로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분석 대상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상장 및 일부 비상장(금융보험업 제외) 2551개 기업이었다. 이중 대기업이 1290개를 차지했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일제히 악화된 수치부터 심상치않다. 매출액 증가율은 작년 평균 18.7%에서 1분기에 0.3%로 급락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4.8%에서 1.6%로 떨어졌다. 

업종별로 보면 전기·전자는 영업이익률이 작년 8.8%에서 지난 1분기에 -7.0%로 급전직하했다. 운수는 같은 기간 18.3%에서 9.4%로 반토막 났고 석유화학도 5.7%에서 3.6%로 떨어졌다. 경제활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 대다수 기업이 당분간 좋은 성적표를 받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프제공=한국은행)
(그래프제공=한국은행)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이자지급능력이 약해졌다는 점이 우려된다. 한은은 Altman의 K-scoreⅡ 모형을 활용, 기업의 신용위험을 평가한 결과 지난 1분기 중 K-score 값은 13.7로 작년 평균(14.4)보다 0.7 떨어지면서 신용위험이 다소 높아졌다고 밝혔다. 대기업은 15.2에서 14.8로, 중소기업은 9.6에서 8.4로 떨어졌다.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 셈이다.

개별 기업 K-score 값을 통해 평가한 부도위험기업 비중은 지난 1분기 17.3%로 작년 1분기(15.6%)보다 1.7%포인트 올라갔다. 1년전보다 매출과 이익잉여금이 줄면서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진 충격이 적지 않았다.

(그래프제공=한국은행)
(그래프제공=한국은행)

영업이익을 총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작년 5.1에서 1분기 1.1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자보상배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취약기업'이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작년 36.4%에서 1분기에는 46.0%로 높아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낼 수 없는 기업이 2개사 중 1개사에 육박하는 셈이다.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이자지급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기업은 추가 담보 등을 제공하고 원금 상환 등을 연기하지 못한다면 부도에 이르기 십상이다. 한은에 따르면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한계기업'은 작년 3903개를 기록했다. 이들이 전체 외감기업(2만5135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15.5%로 재작년(14.7%)보다 올랐다. 한계기업의 금융기관 차입금 비중도 같은 기간 14.9%에서 15.5%로 상승했다. 

7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미만인 '장기존속 한계기업'도 작년 현재 903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년 이상 벌어들인 이익보다 대출 원리금이 더 많았는데도 살아남은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금융기관으로부터 총 50조원 규모의 빚을 지고 있는 이들이 1년 후 폐업이나 자본잠식 등 부도 상태로 전환될 확률은 5.67%로 조사된 바 있다. 외감기업의 부실위험 0.88%, 한계기업의 3.26%보다 훨씬 높다.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그래프제공=한국은행)
(그래프제공=한국은행)

한계기업이 수익을 올려 차입금을 갚는 정상기업으로 변신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자금 공급을 방해하는 구축효과가 이어질 것이다. 신용배분의 효율성이 저하되면 금융회사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치게 된다. 향후 갑작스런 대내외 충격이 발생, 자금경색이 심화될 경우 장기존속 한계기업의 상당수는 '디폴트'를 선언할 것이다.  

지난 6월말 기업과 가계의 빚은 국내총생산의 2.26배까지 커졌다. 기업부채는 2705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생존을 위해 고금리 차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GDP 대비 101.3%를 기록했던 기업 부채는 124.1%로 껑충 뛰었다. 가계 빚을 더한 민간부채는 GDP 대비 225.7%로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 3월 현재 한국보다 이 비율이 높은 국가는 주요 52개국 중에서 홍콩, 룩셈부르크, 스위스, 스웨덴, 중국, 프랑스 등 6개국에 불과했다.

가계부채도 증가하는데다 비은행 금융회사의 부동산 부문 부실위험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금융불균형이 누적되고 있다.

그간 최대수출국이었던 중국에 기대할 바도 적다. 경제 성장 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해 수입수요 확대도 더딘 편이다. 비구이위안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부동산시장의 취약성도 단기간 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

국내 가계와 기업은 이미 늘어난 채무상환 부담으로 소비와 투자 여력이 부진한 상태다. 상환능력에 걸맞게 대출을 받는다는 원칙이 모든 국민에게 각인되도록 차주 단위의 DSR 규제를 정착시켜 나갈 필요성이 크다. 가계부채의 분할상환 확대를 유도하는 등 질적 구조 개선 노력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향후 원유가격의 폭등 등 대외돌발 악재가 터지고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이 본격화된다면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떨어질 수 있다. 미리 대비하는 것이 절실하다.

차세대 성장동력 등 향후 전망이 밝은 부문에 기업 신규 대출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대응이 중요하다.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상시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물론 한계기업에 대해선 보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회생 가능성을 따져 대출 연장 등에 신중을 기해야할 것이다. 경기부진 장기화에 대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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