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0.12 11:42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로라 머스크호’ 모습. (사진제공=HD현대)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로라 머스크호’ 모습. (사진제공=HD현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을 보유한 해운사마다 비상이 걸린지 오래다.

올해부터 국제해사기구(IMO)는 모든 선박을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 규제에 들어갔다. EXXI(Energy Efficiency eXiting ship Index)는 현존선 에너지효율지수로 운항 과정에서 1톤의 화물을 1해리 운송하는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기관 출력이나 중량 톤수 등 선박의 제원을 활용해 지수화한 값을 의미한다. 이 지수를 만족하지 못하면 운행 중단, 운행 속도 감소, 입항 제한, 벌금 등의 제재가 뒤따른다. 기준은 매년 강화될 예정이다.

선박의 저항은 속도의 3승에 비례한다. 운항 속도를 낮추면 연료 소모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노후선은 속도를 50% 이상 줄여 운항 중이다. 화물 운송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선대관리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IMO는 탄소집약도지수(CII:Carbon Intensity Indicator) 규제도 시행 중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탄소집약도를 산정, A~E 등급을 매긴다. 선사마다 CII를 C등급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연속 3년 D를 받거나 단 한차례 E를 받는 선박은 개선요구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개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퇴출된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은 ▲선박속도 감소 및 최적화  ▲바이오 연료 혼합 ▲연료절감 장치 부착 ▲최적 항로 개발 등이 있다. 바이오 연료는 중유보다 가격이 3배 가량 비싸고 생산량도 제한돼 가격이 불안정하다. 각종 연료절감 장치를 설치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해 인도한 친환경 메탄올 추진 PC선. (사진제공=HD한국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해 인도한 친환경 메탄올 추진 PC선. (사진제공=HD한국조선해양)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국제해사기구는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를 갖고 국제해운의 평균 운송업무량당 이산화탄소 배출을 2008년 대비 2030년까지 40% 줄인다는 목표를 새로 설정했다. 2027년 5월 시행을 목표로 중기 조치를 논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연합은 내년부터 역내 항구에 기항하는 선박에 대해 선사별 연간 배출량에 대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의무화한다. 이래저래 노후선의 운항비용은 갈수록 늘어나게 될 판이다. 

문제는 기존 선박보다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고 연비도 좋은 LNG연료추진선이나 메탄올연료추진선은 대표적인 친환경선박으로 규제를 피할 수 있지만 가격은 훨씬 비싸다는 점이다. 게다가 대안 연료마다 장단점을 갖고 있어 선주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 협력을 통한 탈탄소 연관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토론회’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최형두 의원실)
11일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 협력을 통한 탈탄소 연관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토론회’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최형두 의원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경제연구소 박사는 11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글로벌 협력을 통한 탈탄소 연관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토론회’에 참석, 국내 해상탄소중립 대응의 문제점으로 ▲조선-해운-기자재-해사기관 간 소통 및 협력 부족 ▲국가적 연료업계 투자 및 생산 계획 미흡 ▲해상탄소중립의 높은 불확실성 제거 노력 부족 ▲중국·일본보다 전반적 대응 크게 뒤처짐 등을 손꼽았다.

양 박사는 해사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상탄소중립을 위한 글로벌 협력기구’를 정부 산하 조직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국내 조선사와 기자재회사, 연구기관, 해사기관은 물론 해외 및 국내 해운업계, 국내외 화주업계, 국내외 에너지업계가 참여하는 성설기구를 구성되어야 한다”며 “각 분야 전문가를 상임 직원으로 고용하고 업계와 국가간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발굴, 추진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족 5년간 300억원의 정부 예산으로 운영한뒤 이후 유럽형 자발적 협력기구로 전환, 자체 회비로 가동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국회글로벌혁신연구포럼이 주최하고 대한조선학회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서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조선업계가 기술력에서 세계 1류인 것은 공인됐다”면서도 “전체적으로 적자기조에 있는 것은 일본이 작성한 표준계약서를 여전히 사용하는데다 조선경영학자들이나 선박건조법학자들이 보이지 않고 선수금 환급보증서(RG) 미발행, 후판가 돌발 상승, 인도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금 지급 등의 리스크를 분산하는 제도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RG 발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산업의 보증을 전담하는 금융기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운과 항만 분야에서 투자와 보증업무를 담당하는 해양진흥공사와 같은 유사한 공사를 설립하자는 것이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글로벌 협력을 통한 탈탄소 연관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최형두 의원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글로벌 협력을 통한 탈탄소 연관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최형두 의원실)

선박의 탈탄소화 흐름에 부응해 해운선사와 조선사, 철강사가 상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운사는 새로운 선박 확보와 대안 연료유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조선소는 신조선 건조가 몰려들면서 수익 증대 국면에 있다. 국제적인 고금리는 언제 끝날지 모르고 해운물동량 추이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해운선사가 막대한 부담을 안고 새 선박 발주에 지속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박을 소유만 하고 해운선사에 빌려주는 선주업 육성도 해법의 하나이다. 민간형 선주사는 일본과 그리스, 독일에 많지만 한국에선 거의 찾기 힘들다. 김 교수는 “한국 조선소는 자회사로 선주사를 설치, 운영하면서 해운사에 이익을 환원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은 조선소도 선박을 보유한다”고 전했다. 이어 “NYK 등 일본 대형해운사는 20년 장기 정기용선 목적으로 건조를 의뢰한뒤 건조대금을 용선료로 해결한다”고 소개했다. 

조선업이 세계 정상을 유지하려면 보험과 기금, 공제제도 도입과 운영을 통해 수주에서 건조, 인도 과정에서의 위험요소를 헷징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조선업이 선주업에 진출, 해운사에 배를 빌려주고 해운사는 건조 초기에 대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상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서로 양보하고 협력해야만 고금리, 고물가, 저성장이라는 3중 파고에서 지속적인 생존이 보장된다.

11일 국회에서 ‘글로벌 협력을 통한 탈탄소 연관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조선학회)
11일 국회에서 ‘글로벌 협력을 통한 탈탄소 연관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조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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