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1.15 16:47

해수부, 울산항 '친환경연료 공급항' 지정…종류별 시장 창출·공급망 구축 중요

HD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조감도. (사진제공=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조감도. (사진제공=HD한국조선해양)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의하면 지난 9월 현재 한국 조선회사가 수주한 800척 중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은 365척, 메탄올추진선은 63척으로 전체의 70.8%를 차지했다. 국제해사기구가 오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새로 짓는 배의 대부분이 친환경선으로 제작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수치다.  CMA-CGM, 머스크, ONE 등 글로벌 선사들은 LNG·메탄올 선박으로 선대구조를 개편 중이다. 

이에 따라 그간 핵심적인 선박연료였던 중유의 시대는 점차 저물고 있는 추세다. 암모니아 등 친환경연료로 항해하는 선박이 늘어나면서 전통연료 소비는 2030년까지 최대 65% 줄어들 것으로 클락슨리서치는 예상한 바 있다. 

패러다임 전환에 발맞춰 싱가포르항은 친환경 선박연료를 입항하는 선박에 원활히 주입하기 위해 전방위적 공급망을 구축하고 관련 규정을 마련하는 등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선사가 친환경 선박의 항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항만별 연료 공급 가능 여부를 최우선적으로 따진다는 점을 고려한 움직임이다. 향후 벙커링 전용선이나 파이프라인, 탱크로리 등으로 정박 중인 친환경 선박에 적절한 연료를 공급할 수 없는 항만은 주요 항로에서 제외되면서 취급 물동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로라 머스크호’ 모습. (사진제공=HD현대)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로라 머스크호’ 모습. (사진제공=HD현대)

친환경연료는 북미나 유럽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다. 주요 에너지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한국은 외국 주요 벙커링항만보다 선박연료 공급가격이 높다. 시장규모를 늘리는데 큰 약점이 아닐 수 없다. 국내외 에너지기업들이 국내 벙커링 수요와 공급가격, 경쟁력을 회의적인 입장인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국내 공급망도 취약하다. 바이오매스, 풍력 등 친환경연료 생산시설 부족으로 생산은 계획단계에 그쳐 수급이 요원하다. 차세대 연료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 낮다. 친환경연료를 선박 대 선박(Ship to Ship) 방식으로 벙커링하려면 공급업자가 위험물안전관리계획을 수립, 관리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선박입출항법의 근거가 모호하고 선례도 없어 승인을 꺼리는 실정이다.

이미 해외 항만들은 벙커링 트랙 레코드를 꾸준히 쌓고 있는 반면 한국은 지난 10월에야 광양항에서 LNG STS 벙커링과 하역 동시작업 실증을 처음 진행했을 뿐이다. LNG는 민수용이나 산업용 공급망이 잘 구축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선박용은 그렇지 못하다. 벙커링 전용선박은 1척 뿐이고 선박용 공급항만 역시 통영항 1곳에 불과하다.

해외 주요 선사들은 벙커링 실적이 전무하고 관련 규정도 없다는 점을 들어 부산항에서는 친환경 선박연료를 공급받을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경쟁국보다 불리한 조건과 여건만 탓하다가는 부산항을 찾는 친환경선을 구경하지 못할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간 국내 해운사의 친환경 선박 전환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망 구축방안’ 목표와 추진전략. (인포그래픽제공=해수부)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망 구축방안’ 목표와 추진전략. (인포그래픽제공=해수부)

해양수산부가 15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망 구축방안’을 발표한 것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울산항을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항만’으로 지정, 울산항은 물론 50㎞ 떨어진 부산항의 수요에 대응하기로 했다. 울산항이 국내 1위, 세계 4위의 액체하물 처리 항만이라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기항선사와 연료공급사 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면 공공부분에서 필수물량을 선제 확보하는 조치가 요구된다.  2027년까지 울산항만공사가 LNG 40만톤을, 한국엘엔지벙커링이 LNG 20만톤을 공급한다. 메탄올은 2027년도 예상 수요 전량인 23만톤을 울산항만공사와 울산항의 인프라를 활용, 조달할 방침이다.

친환경 선박연료 수요도 창출한다. 2030년까지 5천톤 이상 국적 외항선 118척을 친환경선박으로 전환하고 노후화된 관공선 199척을 LNG·하이브리드 선박으로 대체 건조한다. LNG 공급가격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선박용 요금제를 신설하고 직수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린메탄올은 내항 액체화물선이 겸업을 통해 벙커링이 가능하도록 내항해운고시를 11월 중 개정한다. 연내 2척이 벙커링 선박 겸업 등록을 준비 중이다.

암모니아 혼소 연료추진시스템 실증 체계도. (자료제공=대우조선해양)
암모니아 혼소 연료추진시스템 실증 체계도. (자료제공=대우조선해양)

2024년 상반기 중 암모니아 선박 엔진이 상용화될 예정이다. HD조선해양은 2026년부터 암모니아 추진선 인도에 들어간다. 기존 항만 인프라를 활용, 연료공급을 추진하고 수요를 고려하면서 항만 내 생산·저장시설을 구축할 수 있도록 입지가 배정된다.  

해양부는 규제철폐와 완화에 적극 나선다. STS 벙커링 안전관리계획을 승인 대상에서 신고 대상으로 바꿔 절차 간소화를 추진하고 탱크로리로 선박연료를 공급할 때 등록된 항만만이 아닌 전국 모든 항만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구역제한을 없앤다. 소규모 물량은 탱크로리로 적기 공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선박연료 공급선박에 공급량 측정장비 설치를 의무화, 면세유 불법 유통을 막으면서 한 항차당 여러 개 선박에 연료를 주입할 수 있도록 순회급유도 허용한다.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망 구축방안' 세부 추진과제. (인포그래픽제공=해수부)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망 구축방안' 세부 추진과제. (인포그래픽제공=해수부)

해양부는 민간 벙커링 선박 건조 지원과 글로벌 항만 협력을 통한 공급망 확대 등을 기반으로 2030년까지 친환경 연료공급 비중을 30%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울러 7년 내 국내 입항하는 친환경 연료 추진 컨테이너선박 비율을 2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친환경선박 기술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친환경 연료 또한 국내 항만에서 제때 원하는 종류에 맞춰 충분히 공급하는 체제를 갖추는 것은 해운강국이 되기 위한 최소 조건이다. 해운산업과 항만의 국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만 우리 경제의 근간인 수출입 물류의 안정적인 성장도 이뤄질 수 있다.

해외 친환경선박이 한국 항만을 많이 찾을 수 있도록 항비 감면, 도선 비용 할인 등 효율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 시행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모든 산업분야에서 친환경 연료 공급이 원활히 될 수 있도록 단계별 대응방안도 마련할 때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