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0.25 13:59
3기 신도시 위치. (출처=3기 신도시 홈페이지)
3기 신도시 위치. (출처=3기 신도시 홈페이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국가정책사업의 신속 달성을 명분으로 신규 개발 사업의 대부분을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업시행-국토교통부 인허가’라는 중앙정부 독점적 구조로 추진하고 있다. 현 제도상 지방공사는 타당성 검토 없이는 공공주택지구 단독 시행이 불가하다. 3기 신도시는 발표 시 ‘지역 참여형 개발’을 표방하며 LH가 지방자치단체, 지방공사와 공동시행 중이지만 주간사인 LH가 계획 수립과 인허가 이행을 전담하고 있다.“ 

송두한 GH(경기주택도시공사)도시주택연구소장은 24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주택도시기금의 지방화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LH는 수도권 사업에서 과도한 이익을 실현하면서도 개발이익의 지역내 투자에 보수적”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주택이나 토지를 산 뒤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려면 시가표준액에 따라 1.3~3.1% 어치의 국민주택채권을 사야만 한다. 자금여력이 있다면 연 복리 1.3%의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을 5년 간 보유한뒤 팔면 이자 손해를 보지 않지만 대부분의 매입자는 즉각 할인해 되파는 실정이다. 

주거복지 증진과 도시재생 활성화 지원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세워진 주택도시기금은 국민주택채권과 주택청약종합저축, 복권기금 전입금, 일반회계 및 융자원리금 회수 등으로 조달된다. 국민의 부담으로 조성되는 기금이다. 공공분양, 공공임대주택 등 주택 공급과 기반시설 설치 및 정비 등을 위한 도시정비라는 양대 목적에 따라 구분, 운영되고 있지만 지자체와 지방공사들로부터 국토부가 독점적으로 운영한다는 비판을 받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지방분권화라는 국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주택도시기금의 지방화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며 미소 짓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주택도시기금의 지방화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며 미소 짓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방자치 부활이 어느덧 30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모든 면에서 중앙정부의 독점적 지위가 너무나 크다. 지방정부는 개발 권한은 물론 재원사용까지 주택정책의 역할에서 상당히 소외되어 있다”며 중앙정부의 과감한 권한이양을 촉구했다. 이어 “주택도시기금 운용실적을 보면 여유자금이 상당한데도 법적 근거가 없어 지방정부는 사용할 수 없다”며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주택도시기금을 지방공사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8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이 24일 '주탹도시기금의 지방화를 이한 국회토론회'에서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이 24일 '주탹도시기금의 지방화를 이한 국회토론회'에서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경직된 운영을 하기보다 지자체 특성에 맞도록 운영 및 배분이 필요하다”며 “제도의 미비점과 개선점 등을 면밀히 검토해 발의된 주택도시기금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방의 속사정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장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주민과의 밀착성이 떨어지면서 관련 정책의 효용성도 낮아지기 마련이다. 중앙정부 역할과 권한의 지방정부 이양은 선진국에선 이미 이뤄진지 오래다. 문제는 1,2기 신도시에 이어 3기 신도시 사업 역시 정부 주도로 신속한 개발에 나서면서 향후 운영과 관리 부담은 지방정부가 떠맡는 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성훈 한국지역경영원장이 24일 ‘지자체 권한 강화를 위한 주택도시기금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정성훈 한국지역경영원장이 24일 ‘지자체 권한 강화를 위한 주택도시기금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정성훈 한국지역경영원장(대구가톨릭대 교수)은 이날 ‘지자체 권한 강화를 위한 주택도시기금 구조개혁 방안' 발제에서 “주택도시기금은 2020년 기준 200조원이 조성됐고 청약저축에서만 100조원이 조성됐다”며 “이 기금이 서민들을 위해 활용되어야 함에도 장기공공임대주택에 할당한 예산 비중은 2017년 기준 29% 정도”라고 비판했다. 

정 원장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 적립금과 잉여금은 2023년 추정 25조원 이상이며 자산은 200조원을 넘는다. 2022년 현재 수도권 대출이 약 12만호, 비수도권은 약 9만호로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화된 상태다.

그는 “주택도시기금의 출자, 출연, 융자대상이 국가공기업으로 국한돼 있어 지방공사는 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임대사업이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재원이 부족하다”며 “지자체가 독창적인 지역 맞춤형 주거복지모델을 발굴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운용자금 확보를 위한 법 개정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지역의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들은 해당 지역에서 주택을 공급받기를 원한다”며 “주택도시기금 운용권한의 지자체 이전을 추진해 주택정책의 다양성과 주거복지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윤세형(앞줄 왼쪽부터) iH미래도시연구소장과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성훈 한국지역경영원장, 천성희 SH도시연구원장 등이 24일 국회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윤세형(앞줄 왼쪽부터) iH미래도시연구소장과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성훈 한국지역경영원장, 장희순 강원대 교수 등이 24일 국회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단계적인 권한 이양을 주장하는 의견이 나왔다. 기윤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앙과 지방계정 구분된 탄력적·단계적 운용 필요’ 토론문을 통해 “2021년 현재 주택보급률이 97%인 수도권은 주택공급 중심으로, 보급률이 107%인 비수도권은 도시재생 중심으로 차별화해 주택도시기금의 탄력적인 운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주택도시기금의 일괄적인 지방 권한 이양은 자금관리와 운용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세수입 증대와 인구 유입을 위해 개발에 초점을 맞춰 추진되면서 무분별한 개발사업, 광역도로 확충 등 민선 단체장의 공약 이행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초기에는 지방도시 정비를 위한 주택도시기금 계정을 만들어 운용한뒤 주택정책과 사업의 지방화가 이뤄지고 안정적 운용이 이뤄지는 시기에 별도의 지방공사를 설립, 운용하되 기금활용 목적 등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수도권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낮은데다 지방공사 역시 행정안전부의 부채비율 300% 통제로 자금 부족에 허덕이는 형편이다. 지자체는 지역주민이 원하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여력이 없고 유인도 낮은 실정이다. 정부는 공공개발사업이 분양주택 위주로 진행되지 않도록 택지개발촉진법, 도시개발법, 공공주택특별법 등 '공공개발 3법'에서 규정된 권한을 지방으로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택도시기금이 서민주택 공급 확충과 구도심이 몰락 중인 지방 대도시 재생사업에 집중 투자되는 것은 주택도시기금법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 이런 차원에서 여유자금과 주택청약종합저축금액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집중 검토할 만하다. 기금 재원을 지역은행이 관리하면 지역금융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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