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0.26 16:30
김기석(맨 오른쪽)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청년공천 30% 혁신 공천 세대공천 토론회에서 '청년정치: 어느 꼰대의 기우'라는 제목의 토론문을 읽고 있다. (사진제공=전용기 의원실)
김기석(맨 오른쪽)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청년공천 30% 혁신 공천 세대공천 토론회에서 '청년정치: 어느 꼰대의 기우'라는 제목의 토론문을 읽고 있다. (사진제공=전용기 의원실)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24만7천여표 차이로 졌다. 5년 동안 새로 유권자로 진입한 청년들은 진보적인 성향이 약화됐을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 사회의 헤게모니가 자꾸만 나이든 사람 쪽으로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민주주의 정치는 수의 논리이기에 청년들은 불리해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호과적인 전략을 가져야 한다."

김기석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청년 의무공천 실현 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 "청년에게 공천 30%를 주면 민주당이 얻는 것이 뭐냐를 증명해내는 것이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를 비롯한 청년 정치를 지망하는 사람들의 과제"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민주당 당헌 제9조는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에 있어서 청년당원이 100분의 30 이상 포함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이 제47조를 통해 정당은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의회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할 때 각각 지역구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을 감안하면 정치권에서 청년과 여성은 연령별 신구 조화를 이루고 성별 균형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우대 대상이다. 

다만 의무 규정은 아닌 만큼 잘 실현되지 않고 있다. 박성민 민주당 전 최고위원에 따르면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공천한 지역구 후보 253명 중에서 2030세대 청년 후보는 7명으로 전체의 3% 수준에 그쳤다. 가이드라인의 10분의 1만 지켜진 셈이다. 이중 국회의원이 된 청년은 5명 뿐이었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중시해온 청년정치의 개념은 명확하게 정의된 바 없다. 통상 젊은 세대 정치인의 정치활동이나 청년층을 겨냥한 정치활동으로 이해되지만 다선 의원들의 기득권이 확고히 자리 잡은 여의도 정치 속에서 청년답게 패기와 도전을 추구하며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정치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 김기석 교수는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의 변화성, 청년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와 관련된 고민을 하는 것이 청년정치라고 생각한다”며 “꼭 드릴 말은 젊은 사람이 하는 것이 청년정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용기(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이 25일 국회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전용기 의원실)
전용기(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이 25일 국회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전용기 의원실)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와 공동으로 이날 행사를 주최한 전용기 의원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청년을 30% 공천해야 한다는 토론회 포스터를 보고 불편함을 드러내는 연락이 많이 왔는데 대한민국을 바꾸려면 다양한 세대가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세대 교체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올라온 만큼 내년만큼은 한번 더 도전적으로 젊은 인재를 등용할 고민을 많은 분들께서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청년위에서도 우리 세대 교체와 혁신에 앞장서고자 생각해서 이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임세은 전 청와대 부대변인(민생경제연구소장)은 이날 발제를 통해 “노인정치, 중년정치라고 말은 안 쓴다”며 “정치가 입장에서 청년을 그저 약한 대상, 수혜 대상, 약간 보너스로 뭔가 자리하고 챙겨주는 대상, 선거 때는 꼭 필요한 대상이니까 청년정치라는 말을 굳이 붙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만 45세 미만이 민주당의 청년 기준인데 실제로 사회에서는 40대 이상은 청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준 조정을 요구했다. 그는 “(기존 정치인의) 기득권이 공고히 되고 청년들은 어느 순간부터 도전 정신보다는 오히려 그 기득권에 잘 보여 자리를 하나 받겠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다 보니까 뭔가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지속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주요 정당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 청년표를 얻기 위해 비례대표 의원 공천 과정에서 일부를 할당하거나 특정 선거구에 전략공천을 시도한 바 있다. 문제는 지역구 선거에선 기대와 달리 당선율이 크게 낮았다는 점이다. 순발력과 표현력은 뛰어나지만 새로운 정치에 걸맞은 철학이나 비전, 윤리의식을 갖추지 못한 청년들을 철저한 검증 없이 공천했던 잘못이 컸다.

2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청년 의무공천 실현 방안 모색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용기 의원실)
2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청년 의무공천 실현 방안 모색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용기 의원실)

청년을 공천하면 같은 세대 유권자들이 투표해 줄 것이라는 생각부터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권력과 명예, 보수를 갖게 된다. 화려한 학력과 경력을 지닌 ‘금수저’ 청년 후보는 대다수 '흙수저' 청년들에게 있어 질시의 대상이 된다. 이런 점에서 청년공천을 통해 청년표를 얻는다는 전략은 검증되지 않은 모델로 여겨진다. 기실 청년에게 친근한 정당, 청년을 챙겨주는 정당이란 이미지를  얻기 위해 화제를 모을 만한 최고경영자나 문화예술인을 영입, 선거 홍보를 위한 소모품으로 쓰려는 행태가 남아있는 것도 청산해야할 정치권의 폐습이다. 

기성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일치된 불만은 늘 차기 선거 승리만을 염두에 둔 채 공천권 확보를 위해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면서 주요 계파가 추구하는 어젠더를 대변하는데 급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철만 지나면 민생을 위한 정치는 관심 밖으로 내몰리고 소속 정당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할 법안 통과에만 주력하기 일쑤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 공방을 주고 받으면서 핵심적인 정치의제를 독점 중이다. 이를 통해 제3당 등 다른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가로막고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 소속 의원들은 실리를 취하고 있다. 이 같은 틀이 유지되는 한 편법과 꼼수로 법안을 처리하고 회의장마다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구태정치는 계속될 것이다.

정치발전의 희망을 청년정치에서 찾으려는 이유는 기존 정치인에게서는 해법 발굴이 난망한 탓이다. 정치에 뜻을 둔 청년들이 기초의원을 거쳐 광역의원이 된 뒤 기초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싹수가 보이는 젊은 정치인은 해당 지역구에서 장기 집권을 노리는 국회의원의 집중 견제를 받아 미리 제거되는 실정이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다면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없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사진=원성훈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사진=원성훈 기자)

주요 정당은 청년정치인을 체계적으로 선발하고 육성하는 상설조직을 설치, 활발하게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청년 정치인들이 실력을 더 쌓고 주기적으로 검증받을 수 있도록 핵심 현안별로 공개토론회를 갖거나 당 대표 또는 원내대표와의 대담 기회를 부여하는 것부터 추진할 만하다. 자신의 이름을 알릴 만한 공식적인 기회가 자주 마련되면 스타 청년 정치인이 나올 확률도 높아진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여의도 정치에 몸을 담았다면 임기동안 청년이 갖고 있는 각종 불만을 대변하고 대안 모색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도 이런 방식으로 금배지를 단 의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년들은 스스로 자신이 정치인이 되면 그 누구보다도 입법은 물론 행정부 감시에서 빼어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국가발전과 사회공동체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것은 물론 이를 지지해줄 세력을 확대하는 '팬덤정치'에도 관심을 갖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청년정치인을 키운다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다선 의원에게 무차별적인 퇴진 압박을 가하는 것은 청년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로 알려진 '공정'과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다. 국민을 받드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정치야말로 노·장·청의 경륜과 지혜, 참신함이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