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1.02 11:12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해 12월 14일 열린 FOMC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미국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해 12월 14일 열린 FOMC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미국 연방준비제도)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25~5.50%에서 동결했다. 지난 9월에 이은 두 번째 동결이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2%포인트나 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고금리 추세도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여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연준이 두 달 연속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은 비교적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고 경제활동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9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3.7%,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4.1% 등 주요 물가지표가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만 연준은 "아직도 인프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우리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목표치 2%로 낮추기 위해 충분한 통화 정책을 진행했는지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며 "노동시장이 더 둔화하지 않으면 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2월에 금리를 동결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히며 그때까지 나오는 각종 지표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는 추가 금리 인상 여지를 남겨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사실상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진단을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미 연준이 정책 결정문에서 경제활동 확장 속도를 '견조한(solid)'에서 '강한(strong)'으로, 일자리 증가세는 '둔화됐으나(slowed)'에서 '완만해졌으나(moderated)'로 수정했고 '타이트해진 신용여건(tighter credit condition)'을 '금융 및 신용 여건(fincial and credit conditions)'으로 변경한 것을 근거로 들어 이런 평가를 한 것이다.

대부분의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연준이 정책결정문에서 경제활동, 고용 및 인플레이션 부담을 주는 요인에 금융여건을 추가한 것은 최근 일부에서 제기한 긴축적인 금융여건이 추가 긴축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자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힌트"라고 분석했다. 정책결정문에 금융여건을 추가한 것은 장기금리 상승을 반영한 것이고, 금리 인상 지연 효과가 제약요인으로 작용함에 따라 금리 인상은 끝났다고 평가한 것이다.

연준도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이런 평가를 부인하지 않는다. 파월 의장이 이날 "최근 몇 달 동안 장기 채권수익률 상승으로 금융여건이 크게 긴축됐다"고 분석한 것이 대표적이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채권수익률 상승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금리를 추가로 올릴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경각심을 풀어선 안 된다. 미국의 채권수익률이 낮아지거나 미국의 경제상황이 나빠진다면 언제든 추가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여서다. 만약 미국 금리가 다시 오르면 경기 회복 속도마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개인과 기업의 연쇄파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추가 대출 규제 등 선제적인 부채 관리로 고금리의 충격파를 최소화하는 일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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