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1.03 14:59

정부, 1개 특구 당 30~100억 사업비 지원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 비전과 전략 (출처=지방시대위원회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 비전과 전략 (출처=지방시대위원회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대기업 취업이나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에 유리한 최상위권 대학은 서울에 몰려 있다. 포털에서 검색하면 ‘인서울(In Seoul) 대학 순위’ 이미지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아웃서울 대학 순위’에 대한 관련 자료는 찾기 어렵다. 이러다보니 생활형편이 평균 이상인 전국의 초등학생들부터 인서울 대학 순위를 외우면서 방과후 학원 순례를 하는 실정이다.  

거주이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국가에서 서울로 집중하는 기업과 자금, 노동력을 막을 수 없고 방법도 없다. 서울이 뉴욕, 도쿄, 상하이, 베이징 등과 메가시티 경쟁을 펼치며 외국 기업과 해외 인재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마당에 더욱 그러하다. 

우려되는 점은 집값 급등으로 숱한 부작용을 낳고 있는 ‘서울공화국’이 더 넓어진다는 점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에이(GTX-A)가 내년 개통되면서 동탄역은 수서역, 파주 운정역은 삼성역이란 서울 요충지와 직접 연결된다. 향후 GTX가 속속 생기면서 출퇴근 시간이 대폭 단축될 경우 심리적 서울 범위는 확장될 것이다.  

물리적 공간마저 늘어날 수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찬성을 조건으로 서울 주변 도시의 편입을 추진 중이다. 김포에 이어 구리, 하남, 고양시까지 주민들의 의사를 물어보고 있다. 여당은 정부 법안이 아닌 의원 입법 형태로 관련 법안 제·개정을 서둘러 추진하기로 했다. 국회에 관련 법안이 올라오면 상임위 단계에서 해당 지역 야당 의원들은 주민들의 뜻을 감안해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밝혀야 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입장에서 재량권을 발휘할 여지는 제한된다.

인구구조 변화와 인구 유출로 인한 지역 인구 감소로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출처=교육부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
인구구조 변화와 인구 유출로 인한 지역 인구 감소로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출처=교육부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

수도권 비대화로 인한 폐해는 너무나도 심각하다. 해법은 지방에도 수도권에 못지 않은 일자리와 학교, 병·의원, 문화시설을 갖추는 것 뿐이다. 이를 위해 권역별로 중심 거점을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와 교육부는 2일 대전 호텔ICC에서 교육발전특구 공청회를 갖고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을 발표했다. 교육발전특구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대학, 지역 기업, 지역 공공기관이 협력해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교육 혁신 ▲지역인재 양성  ▲지역인재 정주를 종합 지원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정책이다. 지방에서도 사교육없이 공교육만으로도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제공, 향토 인재를 키운뒤 졸업 이후에도 이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해당 지역 기업이나 공공기관, 의료기관 등에서 일하면서 계속 살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범운영 3년 동안 정부는 지방교육재정 특별교부금 등의 재원을 우선 투입, 특구 당 30~100억원 내외의 사업비를 지원한다. 교육부의 지역혁신 대학지원 체계인 RISE와 교육국제화 특구 등 주요 교육개혁 과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 협력사업과 연계, 교육이란 핵심 동력이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시범운영을 거쳐 교육발전특구위원회 평가 등을 거쳐 정식 지정으로 전환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가칭 ‘교육발전특구의 지정·운영에 관한 특별법’ 발의를 추진한다.

(출처=교육부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
(출처=교육부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

무엇보다 교육발전특구 내 대학은 지역인재 특별전형 인원을 늘릴수록 재정지원 혜택을 더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현재 지방에 있는 의대와 치대, 한의대, 약대는 정원의 40% 이상을 지역인재 특별전형으로 모집한다. 제주도와 강원도는 20% 이상을 뽑는다. 지방대마다 의학계열 단과대를 제외하고도 경쟁력을 갖춘 학과를 1~2개씩 갖추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역주체 간 협의를 통해 고교졸업 예정자의 인기가 높은 주요 학과의 지역인재 비율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를 위한 지자체의 행·재정적 지원 방안도 마련된다. 대학은 의학 계열은 물론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기술 관련 분야, 지역산업과 연계된 특성화 분야, 지자체 중점 지원 분야 학과에서 입학생의 대부분을 지역 출신 중에서 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임직원의 자녀가 의사나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를 희망한다면 해당 지역 교육발전 특구 내 고교를 계속 다니는 것이 대학 입시에서 현명하고 유리한 선택이다. '나홀로 유학'을 통해 수도권에서 경쟁하는 것보다 자신의 꿈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AI 디지털 교과서 튜터를 활용한 영어 수업 등 디지털 교육을 통해 지방에서도 수도권에 못지않게 우수하고 훌륭한 교육이 제공될 수 있다. 이미 교육에선 지리적 격차가 줄어든지 오래다.

정부는 교육발전특구 시범운영계획을 11월 중 확정, 발표한뒤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지정 공모에 들어간다. 특구 지정을 희망하는 광역(기초)단체장과 교육감은 공동으로 교육발전특구 협약안과 시범지역 운영기획서를 작성, 공모기한 내 제출해야 한다. 교육 전 분야에 대한 지역 차원의 발전전략과 지역특성에 맞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운영모델을 제안하기 위한 경쟁이 펼쳐지게 된다. 다만 정부가 시범지역 지정규모를 미리 정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커트라인만 넘는다면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대전컨벤션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대전컨벤션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비수도권에 사는 학부모와 고교생들의 가장 큰 불만은 의대나 치대, 한의대, 약대 등을 제외하고는 해당 지역에서 진학하고 싶은 대학이 없다는 점이다. 고교과정부터 지역대학과 연계된 지역산업 특성화 교육체계가 마련된다면 지역인재가 지역산업 전문인력으로 양성될 확률이 커진다.

특정 지자체가 바이오산업을 육성한다면 지역내 대학에 특성화 학과를 신설하고 지역 내 몇 개 고교에서 바이오 특성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교육발전특구에서는 예산과 교육과정, 교원인사 등에서 특례가 적용된다. 관내 바이오기업 임직원과 유관 기관 종사자들도 강사 자격으로 학생을 직접 가르칠 수 있다. 매력적인 대목이다.

더구나 교육발전특구에서는 힉교와 교육청에서 우수한 학생을 뽑아 지역대학과 연계한 장학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역 주체끼리 협업하면서 성장잠재력이 큰 산업 분야를 선정한뒤 관련 학과 지원자를 대상으로 파격적인 장학금을 통해 원하는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 

교육발전특구 운영 지원체계. (출처=교육부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
교육발전특구 운영 지원체계. (출처=교육부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

지자체는 특별교부금 지원액 이상의 대응자금을 투입하고 중앙정부 지원액, 지자체 대응자금, 산업체 자금 등을 관리하기 위한 기금을 지자체 조례로 설치, 운영할 수 있다. 유아교육부터 대학 교육에 이르기까지 연계·지원할 수 있는 지역 교육 발전 전략을 상향식으로 제안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를 통해 지역 실정에 적합한 모델을 찾아 성공적으로 운영한다면 아기 울음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교육발전특구는 교육발전특구위원회의 검토와 지방시대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교육부장관이 지정한다. 교육발전특구위원회 위원장은 외부 전문가가 맡고 위원들은 분야별 전문가와 공무원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내년 중 시범지역을 선정한뒤 특구별로 구체적인 규제 개선 및 추진계획 수립을 위해 컨설팅을 실시할 예정이다. 지역 여건에 알맞은 특례를 고안, 적용하면서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경쟁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진다면 교육발전특구 제도가 성공할 것이다. 

윤석열(왼쪽 여섯 번째) 대통령이 2일 열린 '2023 지방시대 엑스포 및 지방자치·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서 참가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왼쪽 여섯 번째) 대통령이 2일 열린 '2023 지방시대 엑스포 및 지방자치·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서 참가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대전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 ‘제1회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교육과 의료는 직원과 그 인재의 가족이 가장 중요시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것이 바로 지역의 기업 유치, 균형발전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느 지역에서든 다양성과 개방성이 존중되는 교육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낼 수 있어야 한다”며 “교육 혁신은 바로 지역이 주도해야 하는 것으로서 중앙정부는 쥐고 있는 권한을 지역으로 이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이 유치할 직원과 인재들, 그 가족들의 건강과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기 위해 정부는 지역 필수 의료 체계를 정립하고 지역의료 혁신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출처=교육부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
(출처=교육부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구현한다는 취지에 그 누구도 선뜻 반대하기 힘들 것이다. 지방시대위원회는 특성화된 자율교육으로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교육발전특구를 비롯해 기업들의 지방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정도로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기회발전특구, 지방 대도시 도심에 '지방판 판교테크노밸리'를 조성하는 도심융합특구, 광역형 문화선도도시를 지정하는 문화특구 등 지역 4대 특구를 통해 지역발전을 선도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을 1일 발표했다. 중앙정부 권한의 과감한 지방 이양으로 지방분권형 국가로 전환되고 지역 어디에 살거나 질 좋은 공교육 기회가 제공되며 지역인재가 지역발전을 이끌게 된다면 지방도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출처=교육부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
(출처=교육부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

지방에선 모든 것을 잘할 수 없다. 선택과 집중이 절실하다. 집중적 지원과 효율적 운영으로 인재 양성과 지역 기업 취업, 고향 정주라는 선순환 모델이 구축된다면 지역간 교육격차가 줄어들고 차별화된 지역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자체의 적극적인 자구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도 지속적인 점검과 보완을 통해 지방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세부 지원방안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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