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1.17 16:38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소규모학교 토론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이태규 의원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소규모학교 토론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이태규 의원실)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내가 태어나 자란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대부분 리(里)마다 초등학교가 1개씩 있었고 면 단위에선 학교 대항 축구와 배구대회를 개최했다. 지금은 내가 다녔던 초교만 남고 다들 닫았다고 한다. 만약 한 개 남은 초교도 유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내 고향에는 젊은 세대들이 살고 싶어도 아이들 교육 때문에 살지 못해 농촌지역 소멸과 도시집중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1964년 출생한 뒤 양평 양동초교와 양동중학교를 졸업한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소규모 학교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개회사를 통해 초등학교를 다녀야할 어린이들이 급감하면서 무더기 폐교 사태가 발생한 양평군 실상을 지적했다.

경기도는 수도권이라지만 31개 시·군별로 교육여건과 수요가 달라 소규모학교와 과대과밀학교가 공존하는 곳이다. 올해 초등학교 신입생이 10명 이하인 학교는 화성과 파주가 각 15개교로 가장 많고 포천(13개교), 양평·여주(각 10개교) 순이다. 소규모학교 비율이 60%를 넘는 지역은 연천, 포천, 가평, 양평, 여주, 안성이다.

교육부가 관장하는 법률이나 시행령에는 소규모학교에 대한 기준이 없다. 경기도는 ‘경기도 작은 학교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학생 수 60명 이하의 공립학교를 소규모학교로 보고 있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학생 수 100명 이하 또는 5학급 이하인 학교에는 교감을 두지 아니할 수 있다. 교육부는 적정규모 육성 권고기준에서 면과 도서, 벽지지역은 60명 이하, 읍지역은 120명 이하, 도시지역은 240명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소규모 학교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이태규 의원실)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소규모 학교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이태규 의원실)

소규모학교는 교사가 학생마다 눈을 맞추기 쉽고 세심한 지도에 나설 수 있지만 다양한 생각을 접할 기회가 적고 운동회나 음악활동 등 집단교육활동에서 제약을 받는다. 무엇보다 폐교될 위험성을 갖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교 5개교 중 1개교는 전교생이 60명 이하다. 전교생이 30명 이하인 초교는 500개교를 넘는다. 합계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초중고 학생 수는 지난해 538만명에서 2040년에는 268만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규모학교가 더 늘어날 것임을 예고하는 수치다.  

전국적으로 보면 소규모 초등학교가 가장 많은 곳은 경북이다. 지난해 4월 현재 전교생 60명 이하 초교는 232개교에 달한다. 이어 전남(225개교), 전북(204개교), 경남(176개교), 충남(171개교),경기(115개교) 순이다. 서울에는 소규모 초교가 하나도 없고 대구도 2개에 불과하다. 지역 간에 격차가 심각하다.

학생 수보다 교직원 수가 더 많은 소규모 초교는 지난 4월 현재 165개교에 달한다. 경남이 39개교로 가장 많다. 이어 전북(36개교), 경북(33개교), 전남(23개교) 순이다. 반면 서울, 세종, 대전, 광주, 대구, 울산, 부산, 제주에는 하나도 없다.

올해 신입생이 없어 받지 못한 초교는 경북이 32개교로 가장 많고 전남(30개교), 강원(21개교), 전북(20개교), 경남(18개교) 순이다. 

채홍준(왼쪽)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장과 하미진(가운데) 경기고교육청 미래교육담당관이 17일 토론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채홍준(왼쪽)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장과 하미진(가운데) 경기고교육청 미래교육담당관이 17일 토론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하미진 경기도교육청 미래교육담당관은 이날 ‘경기도 소규모학교 현황과 교육 방향’을 통해 “교육부는 지난 4월 미래교육 수요를 반영한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을 발표하면서 인구감소지역의 소규모 학교에 학교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교원을 배치해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면서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며 “경기도교육청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가평, 연천 외에 경기도 소규모학교에 대한 최소한의 교원 배치를 요구했고 구도심에서도 소규모학교가 증가하는 만큼 소규모학교 교원 기초정원제도 등을 요청하는 등 정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소규모학교는 학생간 상호관계가 깊어지고 다른 학년 학생과의 종적인 교류도 가능하지만 반 배정이 어려워 인간관계 및 상호평가가 고정화되기 쉽다는 약점을 지닌다. 모든 교직원 간에 의사소통이 쉽고 학부모 및 지역사회와 연계를 꾀하는 것도 수월하지만 교직원 수가 적어 균형 잡힌 배치가 어렵고 1명에게 복수의 교무분장이 집중될 우려가 높다.

성추심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이 17일 토론회에서 '경기도 소규모학교 실태분석 및 지원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성추심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이 17일 토론회에서 '경기도 소규모학교 실태분석 및 지원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성추심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도 소규모학교 실태분석 및 지원방향’ 발제를 통해 “소규모학교 재직 교사를 면담한 결과 교사들의 참여분위기와 협업 문화 형성은 수월하나 한 사람의 영항력이 크게 나타나 소규모학교 기피문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지원방향과 관련, 성 연구위원은 ▲소규모학교 기준 정립 및 도교육청 전담부서 설치 운영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디지털전환,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학습 극대화 초점 ▲소규모학교 교사에 대한 충분한 '지역가산점' 인센티브 제공 ▲소규모학교 교육과정 선호 교사에게 지역근무 연장 기회 제공 ▲학교 및 교사 차원에서 교육과정 운영 자율성 특례 보장 등을 제시했다.  

당분간 소규모학교는 비도시지역을 중심으로 늘어날 것이다. 학생들 간에 수준 차이가 크고 기초학습 부진비율이 높다는 약점부터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초등학교 시절 배움의 기초를 익히지 못한다면 상급학교로 갈수록 진도를 따라가기조차 힘들다는 점을 학부모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 인력 외에 교과 및 비교과 운영을 위한 방과후 강사를 안정적으로 배치하고 다른 학교와의 공동교육과정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태규 의원은 이날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적극적 개입과 지원이 요구되지만 한정적인 재정 속에서 비용과 성과적 측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주어진 예산 속에서 지역과 공간을 넘는 효율적이고 다양한 교육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지에 대한 전략과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규모학교는 경륜을 갖춘 교사가 근무하기를 꺼리고 다양한 교육과정도 제공하기 힘들다. 불리한 교육여건이 교육의 격차와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아서는 결코 안 된다. 이로 인한 지역불균형 확대와 심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교육부와 교육청은 지역 특성에 맞춰 소규모학교가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교육과정 운영에서 자율성을 넓혀주고 특성화를 추구하도록 지원을 강화해야할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경쟁력과 사회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학부모와 지역사회 의견 등을 감안, 필요하다면 지속적인 통·폐합을 통해 학교 규모를 확대하는 노력도 꾸준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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