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12.03 08:0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김필수 교수 "LFP 배터리 양산 환영…재활용 대안 마련해야"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겸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협회장. (사진=고지혜 기자)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겸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협회장. (사진=고지혜 기자)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전 세계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배터리 핵심 광물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그리고 지난 1일부터 중국 정부가 시행한 흑연 수출 통제 등을 보면 주요국들이 광물 확보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광물은 아무리 확보해도 고갈되기 마련이다. 이에 버려진 배터리를 다시 사용하는 폐배터리 재활용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약 108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인 글로벌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오는 2040년 2089억달러(약 267조원)으로 급격히 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폐배터리 시장 선점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 자체 배터리 광물 확보가 어려워 전적으로 중국 등 자원보유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 초기 단계인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하다. 우리나라는 2021년부터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방안을 수립하고 있지만, 폐배터리 회수시스템부터 전문기술 인력까지 모두 체계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뉴스웍스는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를 만나 국내 기업들과 정부가 폐배터리 시장을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물었다. 

김 교수는 한국전기자동차협회와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한국수출중고차협회 등 10곳 이상의 자동차·배터리 관련 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1996년부터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다음은 김필수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많은 사람이 폐배터리 공정에 대해 '재제조', '재사용', '재활용' 세 가지로 분류한다. 하지만 재제조는 폐배터리 공정에 속하지 않는다. 이는 중고 부품에 새로운 부품을 합쳐 신제품 성능으로 상품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내연기관차에서만 가능한 공정이다. 

따라서 배터리는 재사용과 재활용이라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재사용은 자동차에서 더 이상 사용이 어렵지만, 전기 저장에는 문제가 없는 잔존수명 70~80% 폐배터리를 ESS로 변환하는 방법이다. 특별한 분해 없이 전환할 수 있어 가장 쉽다.

재활용은 50% 미만의 폐배터리를 완전히 분해, 블랙 파우더 전처리, 후처리 공정을 거친 후 니켈·코발트 등의 원료를 뽑아내는 과정이다. 하지만, 분해하는 과정에서 폭발 등 위험이 크다 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

-국내 폐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 비율이 궁금하다. 

"아직 국내 폐배터리 사업은 비율 산정할 정도가 아니다. 소수의 재사용 시설로 시범사업만 하는 정도라 비즈니스 모델로 한계가 있다.

또 재사용·재활용 공정을 진행·저장한다고 하더라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기기에 탑재되거나, 판매되어야 하는데 이와 관련된 시스템과 기준이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2년 뒤 관련 법안이 제정되면, 순환시스템이 구축되면서 국내 폐배터리 시장도 왕성해질 것이라고 본다."

-내년부터 정부가 폐배터리의 폐기물 규제를 면제할 수 있는 '순환자원 지정·고시제'를 시행한다고 들었다.

"우리나라는 폐기물인 폐배터리를 수입·수출하는 데 물류 제약이 있었다. 폐기물의 국가 간 불법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바젤 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순환자원 제도가 시행되면 이러한 물류 제약이 느슨해진다. 관세 제도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수출이 더 자유로워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최근에는 배터리 분야 기업·기관 협의체인 '배터리 얼라이언스'에서도 정부에 '전기차에서 분리돼 ·재사용·재활용 대상이 되는 배터리'로 재정의해달라는 요구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가 최근 LFP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활용과 관련해 다른 점이 있나.

"국내 배터리 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NCM배터리와 달리 LFP배터리는 재활용할 수가 없다. 가격이 저렴해 광물을 추출할 경제적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업체는 재활용하지 않고, 그냥 땅에 묻어버리곤 한다. 곧 LFP는 순환자원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내 3사가 LFP 배터리를 양산하지 말아야 하느냐? 그건 아니다. 중국 업체들은 LFP와 NCM, 견조한 양 날개를 갖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업계 최고 수준이 되려면 국내 3사도 한 분야만 하지 않고, 모든 분야를 두루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하지만 LFP 재활용에 대해 언급 하나 없이,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폐배터리 산업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선결해야 할 점은. 

"국내 폐배터리 시장은 아직 시작점에 있다. 지금보다 향후에 기하급수적으로 폐배터리가 발생할 게 분명하다. 이를 막기 위해선 폐배터리 순환 체제가 마련돼야 하는데, 아직 평가 시스템과 관련 시행 규칙도 완벽하지 않다. 이러한 부분을 구축하는 게 먼저다.

거시적으로 국내 배터리 시장에 대해 제언하자면, 국내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수출을 좀 더 공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기업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허용되는 법률 외에는 다 제한하는 '포지티브 규제'(허용사항 외 나머지를 금지)를 펼치고 있다.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또 기업의 사업 제한을 없애기 위해 '네거티브 규제'(금지사항 외 나머지를 허용)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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