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2.19 13:56
12개 국군병원 응급실 민간 개방…"명백한 법 위반 '주동자' 구속수사 염두"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가 전공의 이탈로 인한 필수의료 진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지방의료원, 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 등 공공보건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평일 진료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 진료를 실시키로 했다. 더불어 12개 국군병원의 응급실도 민간인에게 개방하며, 필요 시 비대면진료도 전면 허용할 계획이다.
5대 대형 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는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 중단을 결의하자, 보건복지부는 의료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집단행동 대비 비상진료대책'을 19일 발표했다.
정부는 이날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다.
비상진료대책을 살펴보면 먼저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권역응급의료센터 42개, 지역응급의료센터 137개, 지역응급의료기관 230개)의 필수 진료기능 유지를 위해 신속한 현장 이송 및 전원을 지원한다.
소방청과 협의해 꼭 필요한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중증도에 따른 환자 배정을 위한 이송지침을 적용한다. 중증응급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대형병원으로, 경증·비응급 환자는 지역응급의료기관 또는 인근 병·의원으로 이송된다.
중중응급환자의 원활한 병원 간 전원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응급상황실을 20일부터 확대·운영하며, 5월까지 단계적으로 개소 예정이었던 광역응급상황실 4개소(서울·대전·대구·광주)를 3월에 조기 가동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응급의료기관의 24시간 응급실 운영 여부, 비상진료체계 유지 여부 등도 철저히 점검하고 관리할 예정이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로 인한 필수의료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공의가 상당수 근무하는 대형병원은 의료기관 자체 비상진료대책에 따라 중증응급수술과 중환자실, 투석실 등 필수의료 과목 중심으로 진료체계를 단계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키로 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는 전공의 이탈로 진료 축소 시에는 진료조정 사유 및 향후 진료일정 등에 대해 상세히 안내하도록 각 병원에 요청하고, 경증·비응급 환자는 대형병원에서 인근 종합병원 등으로 연계·전원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 지방의료원, 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 등 공공보건의료기관(지방의료원 35개, 근로복지공단병원 9개, 보훈병원 6개, 적십자병원 7개 등 총 97개)을 중심으로 평일 진료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 진료를 실시한다.
수도병원, 대전병원, 서울지구병원, 해양의료원, 포항병원, 항공우주의료원, 고양병원, 양주병원, 포천병원, 춘천병원, 홍천병원, 강릉병원 등 12개 국군병원의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해 응급의료체계 유지를 지원할 계획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진료공백이 확산되는 경우 보건소 연장 진료를 추진할 예정이다. 상황 장기화에 대비해 공중보건의, 군의관도 필요시 즉시 주요 의료기관에 지원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할 방침이다.
정부는 환자 불편 최소화를 위해 동네 문 여는 의료기관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이를 국민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안내할 예정이다.
특히 집단행동 기간에도 의료접근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필요 시 병원급을 포함한 모든 종별 의료기관에서 대상 환자 제한 없이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집단행동 기간 동안 비상진료대책이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함께 추진한다.
우선 중증응급진료 기능 유지 지원을 위해 한시적인 건강보험 보상 강화를 적용한다. 중증응급진료와 최종치료 수가를 인상하고 경증환자의 병·의원급으로의 회송료 수가도 높이는 등 대형병원의 진료부담 완화와 비상진료 참여 인력 보상을 위한 지원을 강화한다.
비상진료에 성실히 참여한 의료기관에 추가적인 행정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공공의료기관평가, 응급의료기관평가 등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평가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정통령 중수본 중앙비상진료상황실장은 "전공의를 포함한 모든 의료진이 환자 곁을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며 "정부는 비상진료대책을 충실히 이행해 국민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단 대한전공의협회 회장은 예정대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박 회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애초에 응급실은 문제가 많았고 동료들이 언제든 병원을 박차고 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현장 따윈 무시한 엉망진창인 정책 덕분에 소아응급의학과 세부 전문의의 꿈, 미련 없이 접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다니고 있는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소아청소년과 1~3년 차를 포함해 전공의들이 제출한 사직서가 계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대병원 소속 전공의 100여 명도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의료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집단행동으로 수사기관에 고발되면 정해진 절차 내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며 "명백한 법 위반이 있고 출석에 불응하겠다는 의사가 확인되는 의료인에게는 체포영장을, 주동자에 대해서는 검찰과 협의를 통해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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