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4.02.29 14:37

"주주환원 높여라" 이복현 금감원장도 쓴소리
자사주 소각·배당 우상향 등 은행주 목표 명확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차진형 기자)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차진형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개된 뒤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크자 이복현 금감원장도 한마디 거들었다.

이 원장은 "최근 10년 동안 주주환원율은 29% 수준으로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금감원은 주주보호와 기업가치 제고 달성을 위해 힘을 쓰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소홀하거나 재무제표가 나쁜 상장사의 경우 거래소 퇴출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패널티 부문이 포함된 가이드라인이 5월 예정된 2차 세미나에서 논의되면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시작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주주환원 여력과 의지가 반영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의 유무와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이 시장에서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표=각 사 실적발표)
(표=각 사 실적발표)

◆4대 금융지주 주주환원율 평균 36% 우수

금융업종 중 자본관리, 주주환원 정책이 가장 앞선 업종은 은행이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2023년 기준 평균 주주환원율은 36%에 달한다.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도 높다. 4대 금융지주는 구체적인 목표 자본비율을 설정하고 이에 기반한 연간 배당정책과 총주주환원율도 지난해부터 발표하고 있다. 특히 2023년의 경우 추가 충당금, 상생금융 등 예측하기 어려운 감인 요인이 발생했지만, 목표한 주주환원율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것도 긍정적이다.

이와 같은 노력에 힘입어 4대 금융지주의 2023년 총주주환원율은 전년 대비 0.03~0.04% 상승했다. 올해도 이변이 없는 한 ROE 8~11%의 안정적인 실적이 예상되며 이에 따라 주주환원 규모도 2023년보다 증가할 전망이다.

자사주 소각 움직임도 활발하다. KB금융은 지난해 6200억원, 신한금융 6000억원, 하나금융은 올해 1월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다만, 은행주 안에서 차별화 요인도 존재한다. 이들은 모두 보통주자본비율 목표로 13%를 내걸었는데 우리금융만 현재 11.5%로 미흡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중장기 목표로 13% 달성을 약속했으며 총주주환원율은 35% 이상을 내걸었다.

보통주자본비율 13%를 초과한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은 필요 자본비율을 충족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총주주환원율 50%를 목표로 설정한 상황이다.

(표=각 사 실적발표)
(표=각 사 실적발표)

◆주주환원 미발표한 보험주…시장 눈높이 맞춰야

금융지주와 달리 보험사는 아직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곳이 없다.

2023년 보험부채 평가 회계기준이 IFRS17로 전환되면서 재무적 변화가 컸고 해약환급금 준비금 도입에 따른 배당가능이익도 제한된 탓이다. 그나마 손익과 자본비율에서 여유가 있는 삼성생명 정도만 목표 K-ICS 비율, 배당성향을 제시한 정도다.

그러나 보험사 역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진 만큼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단 보험주의 경우 주당 배당금을 높이는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업계에서 추진 중인 배당가능이익의 해약환급금 준비금 세후 차감 논의가 해결되면 지금보다는 적극적인 자본관리 정책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향후 발표할 보험사 자본관리 정책이 시장 눈높이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이미 은행계 금융지주가 분기 배당, 자사주 소각을 전제로 한 매입을 정례화하고 있어 투자자 눈높이가 올라갔다.

은행권이 주주환원 상승 목표로 보통주자본비율을 정한 만큼 보험사도 신지급여력비율에 따라 배당성향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는 법상 신지급여력비율을 100% 이상 유지해야 하지만 감독당국은 선제적 관리 차원에서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결국 보험사도 주주와 이익을 나누기 위해선 신지급여력비율이 높아야 한다. 현재 보험사 중 200%를 넘는 곳은 삼성화재(272%), DB손해보험(231%), 삼성생명(222%) 등이다. 이 중 배당성향이 30%를 넘는 곳은 삼성화재, 삼성생명뿐이다.

(표=각 사 실적발표)
(표=각 사 실적발표)

◆올해 주주환원 기대감 높은 증권주…배당여력 높아

증권주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긍정적으로 참여할 여지가 높다.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돼 재무적 부담이 크지 않고 PF 관련 대규모 충당금 적립 완료로 증권업 전반의 투자심리도 개선되는 시점이다.

증권주가 지난 2년 동안 PBR 0.5배에 위치한 만큼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주 중에선 미래에셋증권이 구체적인 주주환원책을 발표하고 시행 중이다. 최소 환원율을 기존 30%에서 35%로 상향했고, 증권사 중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을 명문화했다.

타사 역시 배당 및 자사주 관련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3월에 관련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자본비율인 NCR(순자본비율) 충족 여부다. 배당을 늘릴 경우 자본축적이 줄어들어 건전성 지표는 낮아진다. 금감원은 PF 사태 이후 증권사 NCR 비율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IB 영업이 활발한 대형사의 경우 구NCR 비율 권고기준 150%를 상회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보유 투자자산에서 예기치 못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올해 주요 증권사의 배당 여력은 충분하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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