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3.13 16:47

의협 "원점에서 대화하자…의대생 현역입대로 부대 내 의사 없어질 것"

1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1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의대교수들의 집단행동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전공의가 빠진 상태에서 상급병원은 교수를 중심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 '비상상황'으로, 교수들이 빠진다면 현재 상태를 당연히 유지할 수가 없다"고 우려하며 집단행동이 아닌 '전공의 설득'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료체계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상황인데 교수들이 사직하게 된다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초래된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를 등지고 현장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엊그제 서울의대도 중증·응급 기능은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했기 때문에 그렇게 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의대 비대위는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가 없다면 오는 18일부터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다만 '참의료진료단'을 구성해 필수의료는 지키기로 했다.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는 만큼 의대교수들의 집단행동은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대와 연세의대, 울산의대, 가톨릭의대 등 19개 의과대학 교수들은 공동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오는 15일까지 사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절박한 외침에 귀 기울여 의대생과 전공의가 학업과 수련 환경에 복귀할 수 있는 협상의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교수들의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박 차관은 "제자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사직한다는 것은 사직의 이유가 될 수 없고,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이 제자를 지킨다는 주장은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며 "여러분이 환자를 등지고 떠난다면 남아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은 물론 국민들을 잃게 된다. 의료가 환자와 의사 간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7일 전북대학교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전공의 집단행동 대응 비상진료체계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7일 전북대학교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전공의 집단행동 대응 비상진료체계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정부의 '2000명' 증원 방침은 여전히 확고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의료개혁을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중대본 회의를 주재해 "정부의 2000명 증원 근거는 명확하다. 국민 지지를 바탕으로 반드시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책 철회를 재차 주문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의협 브리핑에서 "현 상황에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리하게 추진한 정책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의료계와 대화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더 이상 실효성도 없는 미봉책 남발을 중단하고 정책의 원점 재검토를 전제로 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전문의 고용 증대를 위해 의료기관 설립 시 의사 배치 기준을 개정해 전공의를 전문의의 2분의 1로 산정키로 한데 대해 "아무리 큰 규모의 병원이라도 설립 시에는 부분적으로 운영을 시작해 필요한 의사 인력이 많지 않고 전공의 배정도 거의 되지 않는다. 배치 기준을 개정하지 않아도 설립 초기에는 전문의 중심의 병원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기관을 설립할 때라고 했기 때문에 이미 운영 중인 의료기관에는 적용할 수 없어 빅5 병원을 비롯한 대다수 수련병원은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지 않아도 된다"며 '교묘한 말장난'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의대생들이 군에 입대할 계획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는 "휴학할 거면 입대가 낫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의대생이 모두 현역 입대하면 몇 년 후부터는 격오지와 군 부대에서 의사를 만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입영은 개인 선택이기에 의대생의 자발적인 입대를 막지 못할 것이나, 지금의 정부라면 현역 입대 금지명령과 같은 황당한 명령을 남발할 지도 모르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고 비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12일 기준 유효한 의대생 휴학 누적 신청은 5954건(재학생의 31.7%)에 달한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를 독려해 줄 것을 학교 측에 지속 요청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전북대학교를 찾아 "학생들의 집단휴학계를 허가해주지 말 것"을 당부했다. 참고로 이 부총리는 지난 11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공동 대표 3인에게 대화를 제안하고 이날 오후 6시까지 답신을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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