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5.12.17 09:19

“열여섯살 때 미용에 입문했고 실업고 3년, 대학 4년동안 미용과에서 공부했습니다. 또 강남의 유명한 미용실에서 4년간 일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인문고를 나와 4년제 대학을 나와 안정된 직장을 갖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수순을 완전히 뒤집어서 생각했습니다. 내가 재능을 갖고 있어도 한국에서 박대받는다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뉴질랜드행을 결심했습니다”<이** 뉴질랜드 거주 미용사>

“서른넘은 나이에 승무원이 되겠다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비웃지는 않을까 싶어서 가족들에게도 준비한다는 말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그러나 고통의 시간이든 기쁨의 순간이든 헛된 시간은 없었습니다. 어떤 순간이든 꿈을 잃지 않는다면 해낼 수 있습니다” <지** 카타르항공 사무장>

국내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많은 청년들에게 대기업이나 금융기관, 정부 및 산하기관 등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과 든든한 연봉은 남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중고교와 대학까지 이어지는 10여년 이상의 오랜 사회진출 준비기간에 자칫 방향을 잘못 잡으면 국내에서는 낙오자로 전락한다.

각고의 도전을 해보지만 제자리 잡기란 ‘하늘별따기’가 돼 버렸다. 청년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다보니 웬간한 재능으로는 바라는 직장에서 눈길받기도 쉽지 않다. 현저히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복지혜택 이런 건 언감생심이 된다.

그러나 이른바 ‘헬조선’같은 나라를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리면 나의 재능과 가능성을 인정하고 나를 귀하게 맞아주는 직장이 뜻밖에도 많다고 선배들이 말한다.

가령 뉴질랜드의 경우 기술직에 문호가 열려있다. 요리든, 자동차 정비든, 목공술이든, 미용술이든 재능이나 기술만 있으면 한국보다 훨씬 여유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정부가 청년취업 대책에 있어 이같은 해외 맞춤형 전문인력 진출사업을 대폭 강화했다.

◆ 국가별 선호 직종 발굴해 맞춤형으로 알선

정부는 기존 청년들의 해외취업 대책을 연수 등 단기훈련 위주에서 장기훈련 및 고급. 전문직종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이를 위해 관련 정보제공를 강화하고 해외 민간알선시장을 적극 육성하는 한편 연수도 단기에서 장기위주로 재편했다.

정부가 최근 선정한 해외유망 진출국가는 선진국 6개, 신흥국 5개, 중동 4개 등 15개국이다. 이들 나라에서 필요로 하는 IT, 자동차정비, 호텔.조리, 보건.의료 등 전문직종 인재를 집중 발굴해 취업으로 연결시킬 계획이다.

                            <국가별 직종별 전문직 해외취업 전략> 

<자료=고용노동부>

취업 수요가 많은 미국, 호주, 일본, 캐나다 등 선진국은 치기공, IT, 자동차 정비, 기계설계, 용접, 배관, 경영회계 등의 직종으로 틈새공략을 유도한다.

초급경력직 진출이 쉬운 홍콩, 싱가포르 등은 글로벌 리크루트사의 지원 아래 무역, 물류, 호텔, 조리, 전시컨벤션 등의 직종 재능자를 선발해 진출토록 한다. 나아가 인접국가와 다국적기업으로의 업그레이드 진출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또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남미 등지는 대기업이나 현지 협력업체 중간관리자로 취업토록해 현지 창업까지 성장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밖에 UAE 등, 카타르 등 중동지역에는 수요가 많은 보건의료, 엔지니어, 건설플랜트 등 전문직종에 진출토록 집중 맞춤형 지원을 한다.

맞춤형 청년 해외취업은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진행하는 ‘글로벌청년사업가 양성사업(GYBM)’이 성공사례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김우중 사관학교’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정부지원금 800만원과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출연하는 1000만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2012년 베트남 하노이문화대학에서 시작했으며 인도네시아(반둥 공과대학), 미얀마(양곤외국어대학) 등으로 확대했다. 연수생들은 합숙하며 현지 국가 언어를 마스터하는 것을 비롯 직능, 인성, 현지 문화 및 생활 교육 등을 11개월의 교육기간내에 이수한 뒤 현지 기업에 취업한다.

올해까지 170여명이 수료했고 취업률 88%, 평균 연봉 3200만원으로 많은 청년들이 도전하고 있으며 일선 현장에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대학입학부터 해외취업 준비 지원

정부는 치기공 등 틈새유망 전문직종의 해외취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가칭 '청해진대학'을 내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국의 대학을 상대로 공모를 통해 해외취업에 유리한 학과나 과정을 선정해 저학년생부터 중장기적으로 통합 지원하는 형태이다. 유망 전공학과로는 IT, 건출, 금융, 보건의료 등이 예상되고 있다.

대구 영진전문대의 일본 IT기업 주문반, 부산카톨릭대의 치기공학과 해외취업반 등이 대상 전공이 될 전망이다. 지원기간은 최대 2년으로 하고 교육내용도 직능, 어학, 현지 문화, 생활정보 등 현지 맞춤취업형 교과로 구성된다. 현지 전문가를 대학에서 양성하는 과정이 되는 셈이다.

정부는 1인당 800만원을 지원하는 것 외에 취업후 사후생활 관리까지 턴키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유관사업과의 협력도 진행한다.

교육부는 현재 해외취업 진로교육에 특화된 학과를 지원하는 프라임사업을 진행중인데 이 사업과 연계를 추진한다. 또 해외취업때 경력 및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해외인턴의 일정비율을 개별 학생 대상으로 선정하던 것을 해외취업 유망학과 또는 전공 중심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아울러 고용부의 K-무브 스쿨과의 연계도 고려중이다.

정부는 내년에 예산을 투입해 코트라, 산업인력공단, 국책연구기관 등의 협업으로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인 해외인력 수요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국가별 진출모델을 개발해 대학, 훈련기관, 청년 등에 제공하고 정책에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대학평가시 해외취업 성과 및 과정 운영대학에 인센터브도 주기로 했다.

무엇보다 필요한 자격, 비자 등 진출장벽 완화에 정부가 적극 나선다. 브라질, 일본, 호주의 경우 IT(SW 포함), 엔지니어, UAE는 원전 등 에너지 분야에서 자격상호인정 협상을 진행중이다.

또 한국 유학생이 대거 나가 있지만 비자발급요건이 까다롭고 전문직 쿼터가 부족한 중국과 미국 등을 대상으로도 취업문호 넓히기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고용부 청년취업과 관계자는 "청년들의 해외진출은 단기적인 청년실업해소의 측면 보다 중장기적인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며,  FTA 등으로 확장된 경제영토를 기반으로 해외 일자리 영토의 확대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코트라와 산업인력공단은 브라질 상파울루 생명과학단지 최근 전문인력 취업 관련 협정을 체결해 의료·제약 분야 전문 인력들의 브라질 취업문을 열었다. 브라질측에서는 비자취득 지원, 인력수요 정보 제공 등을 맡고 한국측은 전문인력 발굴, 양성 등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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