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24 14:00

최근 문화 유산인 서울시 종묘 주변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부딪힌 후, 정치권으로 확전하는 모양새다. 개발과 보존 논리 대립에 20년 넘게 지연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종묘(宗廟)는 역대 왕과 왕비를 모신 조선 왕실의 유교 사당으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종묘 남쪽에 위치한 세운상가는 1966년 준공된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으로 개발 당시에는 판자집 사이 세련된 현대식 건축물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두 번째 주상복합인 낙원상가와 함께 도심의 흉물로 전락했다.
세운지구 재개발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세운지구 주민들은 세입자를 이주시키고 사업에 착수했다. 당시에도 문화재청(국가유산청)이 종묘 조망권 보호를 이유로 높이 75m 제한을 요구하면서 재개발 사업성을 상실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세운상가 존치로 방향을 틀면서 정비사업은 완전히 동력을 잃었다.
서울시는 다시 낡은 도심 환경을 개선하고 세운상가로 인해 끊겼던 종묘와 남산의 남북 녹지 축도 복원하겠다며 세운4구역을 최고 145m 고밀도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국가유산청이 제동을 걸었다. 세운4구역이 종묘와 약 180m 거리에 있어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종묘의 문화경관이 훼손되고 최악의 경우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위마저 박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의 갈등은 정치권에서도 되풀이 됐다. 국무총리와 여권 성동구청장은 개발 반대 의사를, 서울시와 야권 종로구청장은 찬성 입장을 보였다. 오는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영 정치논리로 확전된 것이다.
문제는 정확히 종묘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비판부터 또는 옹호부터 하는 논리들도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종묘 주변지역에 가보면 주거환경이 열악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세운상가를 앞으로도 계속 방치하기도 어렵다. 주민들 사이에는 국가유산청만 아니었다면 이미 개발은 끝났을 것이라는 반감이 퍼져 있다.
서울은 문화유산 도시인 경주와 달리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다. 광화문 및 덕수궁, 주변은 이미 고층개발이 되었는데 그걸 보기 싫다고 비판하는 외국인들은 거의 없다. 문화유산을 보호하겠다고 현재의 낙후된 환경을 계속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연히 지나친 고층개발로 종묘의 경관을 크게 해치는 일이 발생해서도 안 된다. 145m 고층개발이 경관을 크게 해진다면 건물의 디자인을 종묘와 어울리는 문화재 콘셉트로 설계를 하든지, 높이를 100m로 낮추든지 하면 한다. 서울시와 정부는 지금이라도 진영 논리를 버리고 조화로운 개발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도록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