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5.21 15:55
최임위 1차 전원회의 개최…"실질임금 보전해야", "소상공인 벼랑 끝" 맞서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첫 심의가 21일 시작됐다. 제13대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를 이끌 위원장에는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부위원장에는 하헌제 최임위 상임위원이 선출됐다.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이뤄진 최임위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열고 지난 3월 29일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출한 내년 최저임금 심의요청서를 접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공익위원 중 최연장자인 이 교수가 새로운 위원장으로 표결 없이 선출됐다. 이 위원장은 한국노동연구원장, 한국노동경제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 위원장은 "최임위는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운영하고, 노사가 배려와 타협의 정신으로 최대한 이견을 좁혀 합의할 수 있게 심의를 진행하겠다"며 "합리적으로 전문적인 심의가 이뤄지도록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임위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공익위원 측 간사에는 하헌제 최저임금위 상임위원과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근로자위원 측에는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과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선임됐다. 사용자위원 측에서는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와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이 맡았다.
이번 심의에서는 내년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1만원을 넘어설지가 주목됐다. 지난해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1만원까지는 140원(1.42%)만을 남겨놓고 있다.
근로자위원 측인 류기섭 사무총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저율 인상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내수 중심의 경제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인상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미선 부위원장도 "최저임금은 인간으로 살기 위한 생명 임금"이라며 "내년 최저임금은 지난 2년간의 최소 수준 인상, 물가 폭등으로 하락한 실질임금을 보전하는 수준에서 결정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사용자위원 측인 류기정 전무는 "그간 코로나19 경기침체 과정에서 재료비 상승, 인건비 부담 증가 등으로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호소가 많다"며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이 누적되면서 현장의 수용성이 매우 떨어지고 있다"며 주장했다.
이명로 본부장도 "올해 높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저임금 근로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임금 지급 책임이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경영실적 악화라는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에게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책임지라는 것은 가혹하다"며 "영세 사업주의 지급 능력을 고려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모두발언에서는 '업종별 차등 적용'을 놓고도 노사 간 신경전도 오갔다.
류 사무총장은 "일부 업종은 최저임금 미만 비율(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 비율)이 너무 높아 수용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수준 안정과 더불어 업종·지역 등 다양한 기준을 활용해 구분 적용하는 것이 시대적·사회적 요구"라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더 이상 차별의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길 바란다"며 "업종별 차등 적용, 수습 노동자 감액 적용 등 시대에 맞지 않는 최저임금법의 차별 조항을 위원회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사용자위원 측인 류 전무는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고려하면 수용성을 높이고 국민 후생증대를 도모할 수 있는 구분 적용을 적극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법상 허용된 업종별 구분 적용이라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최저임금의 구분 적용을 적극 주장했다.
이 본부장도 "많은 영세 사업주가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며 "올해는 가사서비스업 등 지급 능력이 취약한 업종에 대해 세부적인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이후 여러 차례의 전원회의를 통해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 업종별 구분 여부, 최저임금 수준을 순차적으로 심의하게 된다.
최임위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까지 최저임금을 의결해야 한다. 이정식 장관이 심의요청서를 3월 29일 발송했기 때문에 올해 심의는 6월 27일까지다.
다만 최임위가 법정 심의 시한을 지킨 적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9차례뿐이다. 2022년에는 8년 만에 시한을 지켰으나 작년에는 시한을 넘긴 7월 19일에야 결정됐다. 특히 올해는 최임위가 새로 구성되며 시작이 늦어진 만큼 지연 가능성이 제시된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 5일로 정해져 있다. 최임위는 다음 달 4일 2차 전원회의를 열고 양측의 2025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출받는 등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