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8.05 16:25
경영계 일제히 반발 "대통령 거부권 건의" vs 노동계 "즉각 공포해야"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 즉 노란봉투법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5일 국회 본회의서 단독 처리됐다.
이날 국회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키로 한 가운데 노동당국도 유감의 뜻을 내비쳤다. 경영계도 일제히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반면 노동계는 법안 공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오늘 강행 처리된 개정안은 헌법과 민법의 기본원칙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법을 지키면서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하고 있는 대다수 노동조합과 노조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약자는 도외시하면서 노조의 파업 범위는 확대하고 불법행위는 면책해 산업현장의 갈등과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법안"이라고 밝혔다.
특히 "자영업자 등 근로자가 아닌 사람도 노조에 가입해 법의 특별한 보호를 받게 되고 노동조합의 본질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원청 사용자 등은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교섭해야 하는 지가 불분명해지고, 산업현장은 무분별한 교섭 요구로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며 "노조는 노조란 이유만으로 불법행위를 해도 사실상 면책받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법 개정 논란을 촉발시킨 손해배상 소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정 노동조합은 불법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 없이 진행된 입법과정도 매우 유감"이라며 "일방적으로 처리된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지난 정부의 국정과제지만 지난 정부에서는 단 3건의 개정안만 발의됐고 국회에서 논의는 한 차례에 불과했다. 집권여당이고 다수 당으로서도 추진하지 않았는데 이번 정부가 들어선 뒤 21대 국회에서 강행 처리해 최종부결됐고, 22대 국회에서는 문제조항을 더 추가해 다시 발의하고 일방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정부가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며 "노동조합법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조항을 개정하면서 연관된 법 제도 전반과 우리 노사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불법행위까지 보호해 산업현장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현재는 물론 미래 세대의 일자리까지 위합하는 등 부작용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법안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 어려움과 노사 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예견됨에도 이를 외면하는 개정안을 정부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분투하고 있는 산업현장과 노사관계 당사자,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 정부가 마땅히 해야할 책무를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영계도 노란봉투법에 일제히 반발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국회 본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이 의결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한국 경제의 저성장 극복을 저해하는 이번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지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은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대화를 통한 노사간 협력보다 파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투쟁 만능주의를 조장할 우려가 매우 크다. 사용자 개념의 확대로 하청 노조의 원청에 대한 쟁의행위를 허용해 수많은 원·하청 관계로 이뤄진 산업생태계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의 글로벌경쟁력 저하와 투자 위축 등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상당히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입장문을 내고 "경영계의 의견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21대 국회의 개정안보다 더욱 심각한 개악안 처리를 강행한 야당은 반드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불법쟁의행위를 둘러싼 손해배상문제의 절대다수는 폭력적으로 이뤄지는 사업장 점거 관행에서 비롯되고 있지만 개정안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개정 내용은 전혀 없다"며 "오히려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사실상 봉쇄해 극단적인 불법쟁의행위를 조장하고 있다. 심지어 사용자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개정안은 노동조합법상 다수의 형사처벌이 존재함에도 추상적 개념으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돼 위헌임은 물론 우리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어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법안이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파국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밖에 없다. 우리 기업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건의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잦은 파업에 따른 생산중단으로 중소기업 경영여건은 악화되고, 장기적으로 원청 대기업의 해외 거래처 확대 등으로 인한 거래 축소와 단절로 중소기업의 생존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했다.

반면 노동계는 노란봉투법 공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노동종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재투표 부결로 폐기된 지 8개월 만에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이번에도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어 기뻐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입으로는 노동약자 보호를 말하면서 정작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묻지마 거부권을 남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수고용노동자와 하청노동자, 손배가압류를 당한 노동자들이 노동약자가 아니면 누가 약자인가.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기본 중의 기본이 바로 노조법 개정"이라며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도돌이표를 멈추고, 노동약자 보호의 진심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개정 노조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며, 기업이 파업 노동자에게 부가하는 손해배상 폭탄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내하청·파견·용역·자회사·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가 진짜 사장인 원청과 단체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노동조합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는 결정적 단초를 마련했다"며 "윤 대통령이 진정 노동약자를 보호겠다면 노조법을 즉시 공포해 노동약자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개정 노조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전체 노동자의 투쟁으로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