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8.28 15:48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28일로 반도체(DS부문) 수장에 취임한 지 100일을 맞았다. 그가 취임한 뒤 2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급' 실적을 거두자, 일단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DS 사업 수장으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SK하이닉스에 뺏긴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 탈환과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확보, 임금 협상 등 노조 리스크 해결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HBM 주도권 탈환은 전 부회장에게 최우선 과제다. 업계 일각에서는 DS부문 수장이 교체된 원인으로 엔비디아의 HBM3E 퀄테스트를 지목하고 있다. 따라서 이는 새 수장이 된 전 부회장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빠르면 3분기에 퀄테스트를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아직은 불투명하다. 엔비디아의 퀄테스트 통과를 조속히 마무리짓고 안정적인 HBM의 수요처를 확보해야 한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TSMC와의 격차를 줄여야 하는 것도 중요 과제다. 삼성전자는 중국 기업인 SMIC의 추격을 받고 있으며, 인텔도 오는 2030년 파운드리 2위 업체가 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한 상황이다.

2·3나노 파운드리에서 공정 수율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을 위해 독자 공정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데, 3나노 1세대 공정 수율이 60% 전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적정 수율이 70%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차기 제품인 HBM4에서도 SK하이닉스와 주도권 싸움은 이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HBM4 개발을 위해 대만 TSMC와 손을 잡았지만, 파운드리를 보유한 삼성전자는 독자노선을 걷는 것을 택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의 HBM 수율이 SK하이닉스보다 떨어진다는 것은 수익성 면에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파운드리 경쟁력을 하루속히 끌어올려야 한다.

노조 리스크 해결도 시급하다. 전 부회장은 지난달 1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집행부와 임금협상 합의점을 찾기 위해 만났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전삼노 구성원이 대부분은 DS부문 소속이다. 추진 동력이 떨어졌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자신들의 요구 관철을 위해 사업 차질도 불사하겠다는 전삼노와의 대립이 장기화될 경우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은 물론, 파운드리 고객 확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전 부회장은 취임 이후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사업 경쟁력 복원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태스크포스(TF) 형태로 흩어져 있던 HBM 전문 인력을 메모리사업부로 통합해 'HBM 개발팀'을 정식 출범시켰다. 이곳에서는 HBM3E와 HBM4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에도 소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첨단패키징(AVP) 개발팀을 해체하고, 관련 인력을 테스트&시스템패키지(TSP) 총괄로 이전시켜 후공정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전 부회장은 2분기 호실적에도 앞으로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시사했다. 그는 "DS 부문은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2분기 실적 개선은 경쟁력 때문이 아니라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취임 100일 만에 가시적 변화를 거론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가 말한 것처럼 제자리걸음을 했던 반도체 사업의 근원적 경쟁력 강화를 오래지 않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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